•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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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약국 및 약무의 혁신: 협동조합을 통한 약업생태계 재구성

편집부

기사입력 2021-10-27 09:27     최종수정 2021-10-27 09:4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우리나라에서 약국의 협동조합을 국지적으로 추진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활성화되거나 약국의 미래 환경 대비를 위한 모델로 부각되거나 선호되지 못하는 원인을 면밀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어떤 사업모델을 기획할 때 사업의 목표와 핵심역량 수립, 조직구조, 참여자의 자격과 책임과 권한을 규정, 전문인력 확보 및 전문성의 지속적 확대방안, 초기 운전자금 확보 및 중장기 투자유치방안, 비즈니스 생태계 측면의 수익성, 강건성, 혁신성 증대를 고려하여 준비하는게 옳다. 

그래서 필자가 지난 번에 현존하는 전국 단위 약사회와 가칭 약업협동조합의 병립 체계를 제안하였을 때, 약협이란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은 일종의 대기업을 설립하는 것과 유사하므로 가급적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진을 확보하고 동시에 역량을 갖춘 관리조직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된다고 지적했었다.

협동조합의 유래와 골격

협동조합(協同組合, cooperative, coop)은 유사한 목적을 가진 생산자나 소비자가 모여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1920년대 경제적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협동조합운동이 활성화 되었고, 1930년대에는 수십만 조합원을 거느린 수백 개의 협동조합이 있었다. 1940년대는 세계대전에 일제가 물자와 인력 동원을 위해 금지시키면서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투옥되거나 탄압을 당해 활동이 위축되었다. 1950년대는 남한에만 8,700여 개 협동조합이 운영되었다. 이어 1957년 협동조합법이 제정되어 성장하다가, 5.16 혁명 후 협동조합은 암흑기를 지났고,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다시 협동조합의 설립이 쉬워지게 되었다.

협동조합도 기업의 유형이지만 주로 자본이나 기반이 취약한 경제적 약자들이 모여서 결성한다. 주요 목적은 이윤추구보다는 조합원 상호 협동을 통한 편의 증대이므로 일반 사기업과 다른 원칙 가지고 운영된다. 협동조합에 가입해 조합원이 되려면 자본금과 유사한 성격의 출자금을 납부한다. 이는 주식과 달리 천원을 내나 천만원을 납부하나 동일한 의결권을 갖는데, 일반적으로 최소 출자 금액을 정관에 기재하며 조합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인당 출자 가능 액수의 상한이 있다(협동조합기본법에는 조합원 1인 출자 좌수는 총 좌수의 30%를 초과 못함).

협동조합이 사업한 결과로 이익금이 발생하면, 각 조합원은 사업참여도에 따라 배당 받고 이후에는 출자금에 비례하여 배당을 받는다. 배당금은 다시 출자금에 더할 수도 있지만 만약 협동조합이 사업을 전개했음에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당연히 배당도 없는데, 이는 이익의 확보도 출자자의 책임영역이다. 농협, 수협, 신협 등 금융업까지 병행하는 협동조합이라 할지라도 조합원들의 출자금은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조합원은 채권자가 아니라 협동조합의 경영결과를 책임지는 주인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탈퇴할 때는 납부했던 출자금을 전액 환불 받을 수 있지만, '탈퇴 조합원의 지분 환급은 탈퇴 신청 연도의 자산부채액에 따라 다음 해에 지급한다'는 협동조합기본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자산부채에 비례하여 환불 받는다.

주요 선진국들에서 협동조합들이 고용안정의 효과까지 보이자 우리나라도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여 협동조합의 설립 조건을 완화하였다. 이전에는 조합설립 시 3억원 이상 출자금과 200명 이상 발기인이 필요했지만 제정된 기본법에는 출자금 제한이 삭제되고 발기인도 5명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되었다. 그리고 협종조합원들은 주식회사의 주주처럼 유한책임, 즉 협동조합이 거액의 빚을 져도 변제할 의무는 없이 자신들이 출자한 금액만 상실할 뿐이다.

물론, 협동조합이 기존의 기업형태를 전부 대체할 수 없다. 기업과 협동조합은 그 장단점이 뚜렷하고 또 보완적 성격을 가진다.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사업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자본을 유치하기 어렵지만, 기업과 소비자의 사이에서 소비자의 불편사항을 공감하기 쉽고 3차 산업에 특화되어 있거나 기존 기업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도 적합하다. 또한, 협동조합이 그 명칭에 '조합'이 포함된다고 민법상 비영리조직인 ‘사회적 협동조합’과는 달리 엄연히 기업의 성격을 띠는 법인이다.

기업의 형태인 협동조합이 가진 장단점

협동조합은 출자금 액수와 무관하게 조합원 한 명이 한 표의 의결권만 행사하므로 민주적 경영이수월하다. 만약 협동조합의 이사나 대의원의 활동이 조합의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즉각 조합원 협의에 따라 해당 인사의 해임이 가능하다. 그래서 자본에 의한 기업지배, 소수의 경영진에 의한 독단적 운영은 거의 불가능하다. 조합 자체가 아닌 조합원의 이익이 우선시하므로 협동조합은 비록 적자가 발생해도 각 조합원이 이익을 우선 보장받도록 경영하는 것을 중시한다. 더불어 부당해고가 거의 없기에 가장 민주적인 기업 조직이라 불릴 정도로 개인의 의견이 경영에 잘 반영된다. 

하지만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투자자라면 협동조합 유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은 주식회사가 아니기에 투자금액 대비 회수 금액이 낮기 때문이다. 근래 협동조합의 설립을 위한 조건은 완화되었지만 안정적인 사업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협동조합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유럽 제국의 전통적 조합들과 비교하면 대체로 취약한데, 한국이나 일본은 농협조차 관제 협동조합이라고 저평가되고 있다.

주식회사 대비 유한회사의 특징

정부는 지난 2010년대 초반 약국의 법인화에 대하여 유한회사형태를 제안했었다. 약사회는 물론, 필자 역시도 이 방안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엇이든 특장점과 한계점이 있듯이, 미래의 약국모델이나 약업산업의 초기 생태계를 잘 구축하려면 중장기 전략의 수립과 시행을 위한 강력한 추진력도 필요하다. 주식회사 형태인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디지털 전환을 거치며 미래의 선도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지금, 약국모델에 대한 공개적 논의와 학문적 접근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상법에 따르면, 회사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합자회사, 합명회사 등 5가지다. 유한회사와 주식회사는 자본금의 모집과 사업 유형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우선, ‘유한회사’는 출자자들이 유한책임만 지고 소유와 경영이 적절히 분리된다. 경영은 전문인에게 위임하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인적자원에 기반을 둔 사업이 이런 회사에 적당하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느슨하게 분리된 특징이 있는데, 이사회나 감사도 없으며 1인 단독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유한회사는 1인 이상 사원으로 구성되어 자신이 출자한 금액의 한도 내에서 간접 유한책임을 진다. 다만, 유한회사는 지분 양도가 주식회사만큼 자유롭지 못하고, 주식을 통한 자본 모집이 쉽지 않다. 결국 유한회사의 장점은 설립과 운영이 비교적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한편, 그리고 ‘유한책임회사’는 외형적으로는 회사의 모습을 가지나 내부적으로는 조합의 특징을 가진다.

‘주식회사’는 가장 흔한 유형이며, 자본과 소유가 분리되며 주식을 소유한 주주와 경영을 담당하는 이사로 더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다. 유한회사 및 주식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주식의 발행인데, 주식회사는 주식과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어 자본을 모집하기 수월하다. 그러므로 이른바 주식투자 행위를 한다는 것은 주주의 입장에서는 한 기업의 주식을 매입, 관리하는 것인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본금이 조달되는 방식이며, 주주는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도 있고 주식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그 기업의 가치에 따라 정해진다. 

주식회사는 기업규모가 커지면 외부인의 감사를 받고 공시 의무가 생기는데 이를 위반하거나 허위로 발표하면 거래가 중단되거나 상장이 폐지되는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주요한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거쳐야하는데 지분을 많이 소유한 대주주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유한회사 혹은 주식회사 같은 기업은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법인이 아닌 자연인 중 약사면허소지자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약국들의 연합체가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약사법 등 법제 개정을 고려하며 중간단계의 과도기적 모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지역별 시범운영도 필수적이다.

정부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존재와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하자

국가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설치 목적은 ‘보건산업 국제경쟁력 강화와 국민보건 향상’이며, 정체성은 ‘보건산업의 미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진흥 전문기관’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약국도 지원대상에 해당할 듯 한데, 예전에 지적한 바와 같이, 안타깝게도 약국은 보건산업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보건산업이란, 보건복지부가 업무를 담당하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 5개 분야를 말한다. 그래서 식품산업, 의약품산업(제약산업), 화장품산업, 의료기기산업, 의료서비스산업이 존재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보건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통하여 고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틀은 (1)보건의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2)규제의 합리화, (3)전략 제품의 육성, (4)해외시장정보 제공, (5)보건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 작성 등 5가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5대 보건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이미 2004년 3월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보건산업발전협의회’를 관련 단체장 및 산업계대표로 구성하였고, 산하에 5개의 ‘산업별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각 산업별로 현장을 중심으로 대상과제 선정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완료했고, 산업별발전협의회를 개최하여 선정된 과제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토론회도 가졌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등 업무 담당자를 중심으로 개괄적 정책방향에 관한 토론회까지 마쳤다. 이에 기반하여 산업별 진흥대상 과제에 관한 구체적 대책의 수립도 완료되어 지금 시행 중이다.

다시 눈을 돌려서 우리나라 약국이 처한 현실을 보자. 전체 약사의 85% 이상이 밀집된 지역사회는 악업산업의 생태계가 구축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며 의약품 소매유통 단위체로 지난 20년가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5개 보건산업 분야는 집중적으로 육성되어 이제는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차곡차곡 갖춰가고 있다.

많은 약국의 약사들이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프로젝트에 약사 직능이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또한 국가적 금연프로젝트나 캠페인에서 약사가 소외되었다고, 또한 방문약료방안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나 시스템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등 약사의 직능과 직역이 지속적으로 경시 당한다고 주장한다.

학자그룹이나 유관 학회, 그리고 약사회 리더십은 이 같은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협력하여 대안을 연구하고 제시하면 좋겠다. 상대적으로 산업약사나 병원약사 직능의 미래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제약바이오산업과 의료서비스산업 생태계는 전세계적으로 호황기이며 국가의 성장동력산업으로서 육성 받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약국은 지난 20년 간 기본적인 산업생태계조차 구축되지 못했고, 여전히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약사의 직능이나 권리만을 운운하다가는 국가 정책이나 심지어 소비자로부터도 외면당하고, 날로 고도첨단화되는 디지털헬스케어 시대에 어쩌면 약국은 도태하거나 바이패스 당할지도 모른다. 

약업산업 생태계가 아직 독립되기 어렵다면 의료서비스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중요성과 가치를 부각시키고 약국은 개인소매업태를 속히 탈피하여 집단화된 대기업적 속성을 갖추면서 규모의 경제 주체로 발전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기반으로 국가적 지원과 육성 대상 산업으로 선정되어야만 약사의 직능적 가치는 물론이고,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정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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