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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00세 시대를 준비하려면 기존의 틀을 바꿔야 한다

방준석교수의 약업혁신

편집부

기사입력 2020-12-02 17:26     최종수정 2020-12-02 17:3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행속도는 매우 빠르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정치∙경제∙사회∙의료적 측면에서 여러가지 대안이 시행 중인데, 어느덧 일반인도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 바로 ‘100세 시대’라는 말이다. 근래에는 부음을 받고 조문을 가면 별세하신 분의 연세가 90대인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약업 종사자들이 준비하고 실행할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00세 시대에 적합한 사고와 시스템을 갖추었는가?

이제까지의 사회적 생활양식을 보면, 출생하여 학창시절을 보내고 직업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는 소위 ‘직선형’ 생활방식이었지만, 100세 시대는 생애의 중간시점에 다시 재교육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순환형’ 생활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노인이 되어도 일에서 분리되는 것이 아닌 계속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일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림1). 

          그림1. 100세 시대로의 생활양식의 변화(출처: 경제사회인문연구회, 2011)

우리나라는 2020년에 최빈사망연령이 90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명실상부한 100세 시대로 접어들었다. 고령층의 양적 증가와 수명의 연장은 주거시설에 대한 특별한 수요를 창출하는데, 이들이 주거할 실버타운(silver town)에 대한 확충과 더불어 혁신적인 사고와 정책이 필요하다. 노인층을 위해 설계된 집적화된 주거시설 모형은 과거부터 만들어졌는데, 특히 지난 80년~90년대에 등장한 ‘실버타운’은 일부 노인들에게 ‘낙원’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정부는 유료실버타운을 적극적으로 건설했는데, 아쉽게도 이 실버타운들은 평균수명이 60세~70세이던 시절에 수립된 사회복지 모델이었다. 

하지만 예측보다 빨리 100세 시대로 진입하면서 평균수명 70세를 기준으로 구축한 양로시설과 헬스케어시스템은 더 이상 젊은 노인들이(young-old, YO) 선호하지 않아 공동화 현상이 야기되었는데, 잘 알려진 미국의 대규모 실버복합타운인 ‘썬 씨티(Sun-City)’도 이제는 젊은 노인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고령자 인구(百歲人)는 2005년 961명에서 2011년 1,863명으로 91.1%나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노인의 주거지원은 그 영향력이 막대하며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선진국은 무엇보다 고령자의 주거복지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주거복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및 주택에 대한 이해와 정책

우리나라 노인 주거복지의 현주소를 보면, 과거 노인 거주공간에 대한 정책이 건강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 돈이 있는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을 철저히 구분하여 이들을 젊은이들과 격리하여 전용시설(elderly facility)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정책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과 함께 노인요양시설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노인들을 지역사회에서 분리하여 시설에 입소시키는 문화가 점점 더 보편화되었다.

노인에게 거주 공간의 중요성은 젊은이가 상상하는 바 이상이다. “고령자 복지는 주택에서 시작해 주택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듯이 노인에 대한 주거지원은 파급력이 막대하므로 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선진국들은 무엇보다 고령자의 주거복지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부동산 불패 신화와 개발지상주의 하에서 도시중심 생활양식에 바탕을 둔 주택보유율 증대와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소하는데 집중하면서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 문제해결을 우선하느라 여전히 노인주택문제는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

과거의 실버타운은 노인만을 분리해내어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공간으로 만들었으나, 100세 시대의 실버타운(시니어 타운)은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대세이다. 즉, 노인만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지역사회 구성원과 함께 살아가는 웰빙(well-being)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노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도록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체계가 전환되고 있다. 10~20년 전부터 선진국이 앞장서 노인만을 위한 전용 주거시설이나 양로시설이 아닌 어린이로부터 노인까지 공존하는 모델, 구조만 편리하게 짓거나 인근에 의료시설을 갖추었다고 편의시설이 완비된 시니어타운으로 볼 수 없고 진정한 100세 시대를 대비하고 누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살던 곳에서 나이들어가기(Aging in Place)와 함께 노인거주공간 개발의 필요성도 커졌다. 노인들의 장소와 주거에 대한 애착(home attachment)은 매우 크므로 되도록 살던 곳에서 나이 들어 가기를 희망하지만 모든 노인이 그럴 수 없기에 살던 곳 근방으로 살기에 편리한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노인을 위해서는 공간개발정책이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고령자의 일상생활이 편이성과 3대가 어울려 사는 삶의 유익한 가치를 주거시설에 투영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채, 집이란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자산개념으로 인식하여 이미 늙은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장소에서 남은 생애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커뮤니티케어의 시작과 끝은 시니어 타운의 재설계가 핵심

주거복지정책이 노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노인들이 은퇴와 제약된 이동성으로 인해 주거지 주변으로 생활영역이 제한되어, 젊은이들보다 더 많이 주거지 주변의 환경에 노출되고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적·인지적 대처능력이 감소하여 열악한 환경을 견디기 어려워지므로 노인에게 주거환경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여기에 급속히 증가하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독거노인의 증가를 감안한 주거, 연금, 보험, 복지, 의료 행태를 반영한 이른바 ‘Community Care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추진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사고체계의 전환은 작년부터 우리나라에 적극적으로 소개된 Community Care를 대하는 약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Community Care란, 본래 사회복지의 개념이다. 하지만 국가적 시범사업에 의료나 약료가 Community Care의 핵심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면 크게 뒤쳐지기라도 하는 듯 조바심을 낼 일은 더더욱 아니다. 

커뮤니티케어, 시니어타운의 개념을 이해하고 노인약학, 스마트헬스케어를 실현하자

현재 100세 시대로 진입한 것이 확실하나 연금, 재정, 복지, 보건, 교육, 취업, 정년제도 등 노인시스템과 사회적 인식은 모두 평균수명 60세~80세 시대적 상황을 전제로 추진 중인 것이 많다. 한편, 독일 등 유럽의 선진국은 국민연금체계를 평균수명 120세로 수정해서 다시 수립하고 있고, 일본은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근린상가는 줄어들고 의료와 복지서비스 수요는 늘어나며, 치안과 방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의 쇠퇴에 대응 중이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단지 오래 산다는 뜻을 넘어서 기존의 생활양식과 거주공간이 새롭게 열린 100세 시대에 맞도록 개편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아갈 우리세대의 노인의 주거공간을 어떻게 설계, 시공해야 할 지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생각을 먼저 바꾸고 시스템과 정책을 논하자

노인들은 과거처럼 별도로 분리되어 자기들만 집단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elderly exclusive)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어우러져 살기를 바란다.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이런 요구사항을 반영해 100세 시대에 걸맞은 신개념의 노인 거주공간을 제안한다. 이로써 아직까지 최대 기대수명 80세를 기준으로 수립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정책과 헬스케어시스템이 진정한 100세 걸맞도록 전환되기를 바란다.

근래 신개념 시니어복합타운의 기본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제시되고 있다. (1)노인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노후를 보낼 수 있고, 삶의 경륜이 묻어나는 품위 있는 공간, (2)시설 위주의 양로시설, 요양시설 이용자 몇몇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시민이며 누구나 찾아올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공간, (3)노인이 가진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여 노인이 지역사회의 아이들, 주민과 함께 4세대가 어울려 일하고 즐기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공간 등이다(그림2).
    그림2. 100세 시대 시니어 타운 신개념 및 시설 구성: HEART (출처: 경기도, 2015)

자칫 암울해 보일 수 있는 고령화 시대의 도래에 대하여 필자는 새로운 소비층인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을 먼저 소개하였다. 전 세계가 ‘축소사회’로 변모하면서 소비지향이 아닌, 절제와 친환경적 소비를 중시하는 시대로 바뀜에 따라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간과해왔던 고령층의 주거복지 문제를 통해서 새로운 시대적 혁신과 그 파급효과에 대해서 향후 수 회에 걸쳐 고찰해보고자 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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