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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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약업현장에서 데이터기술 활용에 대한 단상

이종운

기사입력 2020-01-15 10:19     최종수정 2020-01-15 10:2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근래 각계각층의 조직이 변화의 당위성으로부터 압박감을 느끼는데 왜냐하면 디지털 파괴자(digital disrupter)로 인하여 전에 없던 경쟁구조가 생겨나 빠르게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 주변이 변하는 모습을 관망하자니 정체된 듯하여 걱정스럽고,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걱정스럽고, 변화욕구는 있는데 달성할 대상과 목표가 불분명하고 경험도 없어 걱정스럽고, 제대로 변화하려는데 성공 확신이 없고, 소요비용이나 시간을 생각하니 더 걱정스럽다. 이렇듯 방향과 속도감을 잃은 느낌이 들 때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2019년 가을, 한 학술대회에서 약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여기서 무려 80%의 응답자가 제4차 산업혁명을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실제로 약업현장에서는 왜 변화의 움직임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변화가 시작되려면 가장 핵심적인 것부터 이해해야 하는데 디지털 변환시대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Data)이다. 그래서 약업의 디지털 변환도 바로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변환 발생현장과 약사가 할 일

디지털 변환 시대에 주요한 변화영역이 ‘비즈니스 패러다임’인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운영과 과정(Operation & Process),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New Biz. model) 등 3가지가 구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 현재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재고(再考)하여 비용을 대폭 절감시키고 Time-to-market을 실현해야 한다. 실행방안으로는 ‘프로세스의 자동화’, ‘모바일 오피스 구현’, ‘공급망 효율화’ 등이 있다. 둘째, 고객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고객충성도 및 수익 향상’, ‘모바일 상거래 도입, ‘실시간 정보에 기반한 개인화된 고객관리’ 등을 추진한다. 셋째,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하여 ‘새로운 수익원 확보’, ‘시장개척’, ‘데이터중심 서비스’, ‘글로벌 확장’, ‘디지털 상거래’ 등을 추진한다. 

되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약국모델은 지난 70여년동안 혁신적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이것이 약사법 덕분이었다고 판단하지만 역설적으로 약사법이 약업현장의 혁신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는 측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디지털 대변환기 속에서 약국이 디지털 기업의 속성을 가지고 발전하려면, 대표약사는 (1)더 빠른 혁신 수용자, (2)더 정교한 리스크 관리자, (3)더 많은 수익 창출자, (4)더 깊은 지식기반 경영자, (5)더 창의적인 비즈니스 혁신자, (6)더 원활한 데이터 중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약사의 역할을 9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9-Star Pharmacist). 약업계 종사자라면 이미 알고 있을 7-Star Pharmacist에 ‘연구자(Researcher)’와 ‘사업가(Entrepreneur)’가 추가된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 ‘사업가’의 세부덕목으로 위 6가지를 제안한다. 그러므로 약업경영자가 우위적 역량을 가져야 할 타겟은 (1)정보통신기술(ICT), (2)비즈니스 프로세스, (3)인적자원 인데, 우선 이 중에서 가장 손쉬운 기술영역부터 고찰해보도록 하자. 

정보통신기술이 디지털 패러다임에 미치는 중요성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를 이끈 기술로는, (1)네트워크(고속통신망, 표준통신규약, 소셜미디어, 사물인터넷, 센서, 생체정보인식, 웨어러블기기), (2)서버 및 스토리지(클라우드컴퓨팅), (3)인공지능(합성곱신경망, 기계학습, 양자컴퓨팅), (4)운영체계 및 보안(디지털플랫폼, 미들웨어, 블록체인), (5)데이터베이스(Data lake), (6)어플리케이션(UX, UI,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APIs) 등이 있는데, 디지털 친화도가 높아질 미래에는 이러한 개념을 잘 이해해야 변화를 주도하고 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을 것이다. 약사가 비즈니스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함은 급속한 ICT 변화상을 앞에서 언급한 3가지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 속에 어떻게 접목시킬 지의 문제이다. 즉, 약업계가 직면한 첫번째 장벽인 ‘기술적 변화와 비즈니스환경 변화 사이의 간극(gap)’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약업계는 디지털 대변혁의 열쇠인 데이터에 대한 역량이 낮은 편인데, 솔직히 이것은 전문가(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와 기업이 담당할 몫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약업현장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약업계 외부의 힘을 활용한 개혁이므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ICT 전문가와 자본이 약업시장에 투자할 의향이 낮은 듯하다. 데이터 3법을 포함해 약사법에 이르는 법률은 물론, 약사사회의 저항감이 외부의 자원이 약국시장에 직접 진출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형국이다.

필자는 2019년의 주목할 국내 뉴스로 (1)건강기능식품의 소분포장 및 판매 합법화, (2)금융업체의 헬스케어 사업진출 허용, (3)개인유전자분석서비스(DTC)의 검사항목 확대 허용, (4)국가 보건의료 공공데이터의 사업화 허용, (5) ICT 기반 헬스케어 신사업의 육성방안 발표, (6)LTE의 20배 속도인 5G 통신서비스 시작, (7)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가능성 증가, (8)네이버의 일본 원격의료사업 진출, 등을 선택하였다. 해외 뉴스로는 (9)아마존 케어(Amazon Care)의 시범사업 착수에 따른 약국 역할변화 가능성, (10)미국 CVS Pharmacy의 항공드론에 의한 의약품 배송 시범사업 착수, (11)전 지구적 인공지능 전문기술자 확보 경쟁심화, (12)구글 등 플랫폼 회사의 양자컴퓨팅 기술개발 등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런 변화가 단 1년동안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IBM사가 인공지능(AI)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1950년대이며, 이미 의료영상 판독프로그램인 ‘Watson’을 상용화하였다. 이어서 IBM은 컴퓨터와 인터넷 발명 이후 지난 70년간 방대한 규모의 의약품 정보를 모두 축적한 세계 최대의 의약정보회사 Micromedex를 인수한 뒤 Truven이란 자회사를 설립했다가(이 회사의 국내협력사가 KIMS), 근래 IBM 직속사업부문으로 통합하였다. 현재 IBM은 소위 ‘인공지능 의사’에 이어서 ‘인공지능 약사’를 제작 중이며, 이전에 영상판독이 주특기였던 Watson은 조만간 환자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약제처방이 가능한 ‘인공지능 의사’로 성능이 향상될 것이다. 그동안 정제나 캡슐제 같은 고형제의 자동포장은 물론, 다수의 액제를 혼합조제 가능한 조제로봇의 상용화가 이미 완료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약업계는 아직 이러한 실용기술이 약업프로세스를 변혁시키도록 허용하는 것을 주저한다. 약업이 헬스케어 기술혁신의 출발점이 되려면 약업계 스스로 고유업무를 개선하는데 신기술을 적극 채용하고 법제개혁에도 앞장섬으로써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용 빅데이터의 기초 사항

비즈니스용 데이터를 이해하려면, 소스(source),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 사물인터넷 및 초연결 개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경영 전문가들은 디지털 변환을 위한 데이터 전략으로서, (1)데이터 매니지먼트(데이터 독립성), (2)데이터 거버넌스(데이터 통제성), (3)데이터 모빌리티(데이터 접근성), (4)데이터 애널리시스(데이터 기반 통찰력) 등 4가지 측면을 제시하였다. 

‘데이터 매니지먼트’ 분야는 데이터의 독립성을 통한 ITaaS (IT as a Service)에 Abstract (검증된 가상화 기술), Access (100% 데이터 가용성 보증), Accelerate (최고의 플래시 성능)를 포함하며, ‘데이터 거버넌스’ 분야는 기업 전체 데이터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위해 컴플라이언스, 보호, 안전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보안이 보장되어야 한다. ‘데이터 모빌리티’ 분야는 데이터 중개자가 되기 위한 강화된 엑세스 방법을 제공하는데, 어떤 어플리케이션이든지, 어떤 장소로든지, 어떤 클라우드이든지, 어떤 사용처이든지 이것이 가능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 분야는 데이터 중심의 인사이트를 통한 혁신을 촉진해야 하는데, 여기는 데이터 소스, 데이터 혼합 및 통합, 데이터 시각화, 데이터 중심의 인사이트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궁극적으로 사업성과, 사기방지기능 향상, 어플리케이션 속도향상,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다.

한편, 데이터를 이용하여 연구나 사업을 전개하려면 일단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 저장해야 한다. 여기에는 센싱기술이 중요한데, 핸드폰이든 웨어러블 기기든 사물인터넷이든 오류없이 정보수집이 가능해야 한다. 일단 수집된 정보는 원천이 텍스트든 수치이든 음성이든 영상이든 모두 디지털로 전환되어 고속통신망을 타고 클라우드나 서버로 집적된다. 이러한 정보의 네트워크망 전송 시에도 통일성이 필요하므로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는 표준화된 통신규약, 즉 표준protocol을 제작하였으며 국책연구사업이나 민간기업에 의한 IoMT (Internet of Medical Thing, 의료사물인터넷)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상용화 할 때, 국가표준을 채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일단 대량의 수집된 데이터 센터에 축적된 것을 총칭하여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라 부른다. 마치 호수 속에 많은 품종과 다양한 크기의 물고기가 뒤엉킨 듯이 데이터도 유사하다. 여기서 내 입맛에 맞는 물고기(정보)를 낚아 올리는 기술이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다. 끝으로 수집된 의료빅데이터는 신뢰성과 품질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양질의 빅데이터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충분히 기계학습 시켜야만 쓸모있는 인공지능으로 상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도에 새롭게 시작할 일

결국, 이렇듯 복잡해보이는 데이터 과학기술 체계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약국과 약업계가 “민첩한 ICT환경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인이 자주 착각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실체와 응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약업계나 약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데이터베이스)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다양한 보건의료전문인 가운데 약사는 고유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지 못하여 제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변환기에 역할이 확대되거나 업무가 고도화되는 경쟁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보험청구데이터는 기업이나 개인이 연구나 사업용으로 활용이 수월하지 않다. 의원이나 병원이 생성, 보유한 전자의무기록(EMR)같은 폐쇄형 데이터는 외부로 전송하거나 사용하는데 법적 제약이 엄격하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축적된 보건의료 정보의 형식이나 규격까지 제각각이고 정확성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변화의 시대에 실행가능하고 보다 근본적인 실천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활용도가 높은 양질의 약료데이터를 수집, 저장하는 ‘약국용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당연히 기업과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되 선도적인 약사그룹이 이를 적극 후원해야한다. 약사회는 공공단체이다. 다수의 일반적 권익을 대변하므로 공식적으로 사업화 과제와 변화를 추구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약업의 미래는 적법한 범위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소수정예 그룹이 기술혁신과 자본을 활용하여 주도할 수 밖에 없다. 변화의 주체는 다름아닌 나 ‘자신’ 이다.

둘째, 공공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국가나 지자체가 주관하는 사업에 참여할 때에는 약사가 생성, 축적하는 데이터에 대하여 반드시 사용실시권을 확보한 뒤에 협력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전문가로서의 소통과 약료행위 못지않게, 유용하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약료전문가의 권위와, 재정적 보상과, 대외적 교섭력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경험까지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셋째, 데이터 과학이나 디지털 플랫폼, 프로그램 개념설계와 상용화 추진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면,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것이 약사들의 일상업무에 ‘통계학적 마인드(statistical mindset)’와 ‘근거중심의학적 사고(critical thinking by evidence-based medicine)’를 적용하는 일이다. 그래서 객관적이고 검증된 고급 의약학정보의 검색, 발췌, 분석, 활용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절실하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는 풍문이나 경험에 근거한 제품과 서비스에 얽매이는 약업경영은 더 이상 안된다. 

넷째, 약사의 요람인 약국은 약업의 근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약업이란 약료와 경영 역량이 합쳐져서 성과를 낸다. 약국은 더 이상 약학지식의 경연장이 아니다.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욕구와 시장경쟁규칙이 바뀌었음을 직시하자. 그래서 경영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자. 새해에는 잘 될 것이란, 제4차 산업혁명이 밀려와도 약사직능은 쇠퇴하지 않는다는 막연한 희망은 내려놓고, 면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정량적 측정지표에 기반한 약업경영을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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