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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정재훈 약사

편집부

기사입력 2021-10-13 10:34     최종수정 2021-10-13 10:3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언제 나오나 싶던 코로나19 경구치료약이 곧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제약회사 머크에 따르면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이라 연구가 조기 종료되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코로나19 치료제들이 모두 주사제 형태로 치료를 위해서는 병원 방문이 필수적이지만 이번에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된 몰누피라비르는 경구치료제이다. 경구라는 말은 먹는 약이라는 의미이다.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쓰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읽는 사람 생각 안 하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쓰는 관례를 못 바꿔서 그렇다. 네이버 의약품 사전에서 아무 약이나 하나 검색해보자. 일반인이 알기 쉽게 쓴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독성 표피 괴사용해, 과립구 감소, 메트헤모글로빈 혈증 같은 전문용어가 난무한다.  

몰누피라비르라는 약 이름도 어렵긴 하다. 원래 이런 약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을 짓는 데는 관심이 없다. 약의 성분명치고 쉬운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약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제약회사 마케팅 부서에 많다. 그래서 약의 상품명은 기억하기 쉽다. 타이레놀은 상품명, 아세트아미노펜은 성분명이다) 대신 성분명에는 그 약에 대한 추가 정보가 들어있다.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에서 맨 끝의 vir는 항바이러스제라는 의미이다. 피라비르(-piravir)는 RNA 의존 RNA 중합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를 저해하는 약물이란 의미이다. 원래는 피라진이나 피리미딘 화학구조를 가진 화합물에 붙여졌던 게 이제는 범위가 조금 넓어졌다.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의 RNA 중합효소를 억제하진 않아서 피라비르의 원래 의미에 정확히 들어맞진 않는다. 하지만 RNA 중합효소의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유전암호에 오류가 생긴다. 뒷부분이 이렇게 어려운 대신 이름 앞부분은 재미있다. 이 약을 개발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몰누는 토르의 망치에서 온 이름이다. 맞다. 어벤저스에 나오는 그 토르다. 토르가 휘두르는 망치 이름이 묠니르(Mjolnir)다.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몰누피라비르가 토르의 망치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 환자 775명을 대상으로 한 관련 임상시험에서 하루에 2회, 200mg 캡슐로 4알씩 약을 5일 동안 복용한 경우 가짜약(placebo)을 복용한 사람에 비해 입원 가능성이 50% 정도로 낮아졌다. 가짜약 복용군은 입원율이 14.1%였고 몰누피라비르 복용군은 7.3%였다.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그룹에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지만, 플라시보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8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약은 먹는 약이다. 먹는 약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생활치료센터나 집에서도 복용이 가능하다. 부득이하게 백신 접종이 불가능했거나 면역 저하로 백신 접종 뒤에도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약 복용으로 병원 입원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이 약이 언제 승인되어 출시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을 승인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도 구매를 협의 중이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이때는 바이러스는 빠르게 증식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몸의 면역계가 방어 공격 준비가 덜 된 상태. 임상시험에서는 최근 5일 동안 증상 있었던 사람에게 투여. 하지만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식으로 작동하는 약이므로 일찍 복용할수록 효과가 더 좋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증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효과가 떨어졌다는 초기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2회씩 5일 동안 복용할 경우 200mg 캡슐 40개가 필요하다. 약값은 나라마다 경제 수준에 맞춰 다르게 책정될 예정이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10회분 40알의 약값이 700달러이다. 한화로 83만원 수준이다. 미국에서 항체치료제의 1/3 가격이다. 약값도 주사제보다 저렴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약을 먹으면 되니까 그만큼 병원비도 절약된다. 

몰누피라비르는 처음부터 제약회사가 개발한 건 아니다. 미국 에머리 대학교에서 원래 베네수엘라 말 뇌염 바이러스 치료약을 개발하다가 발견된 약물이라고 한다. 인플루엔자, 에볼라,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번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되었다. 산학협력이 제대로 되면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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