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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91> 가장 좋은 약국 사용법
정재훈 약사
편집부
입력 2021-08-25 12: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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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약국 사용설명서 또는 약국 활용법이 방송 주제가 될 때 단골 아이템이 있다. 조제료 할증에 관한 이야기이다. 평일에는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에 30%의 할증이 적용되고 주말과 공휴일은 하루 종일 할증이 적용된다. 전에는 토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는 할증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주5일제가 정착하면서 바뀌었다.

2015년 10월부터는 토요일 오전 9시~오후 1시에도 30% 가산이 적용된다. 이런 야간 할증은 전체 약값에 대한 게 아니라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처방조제료에 적용되는 것이다. 처방조제료는 일수에 따라 다르다. 건강보험에서 전체 약값의 70%, 본인 부담금이 나머지 30%이므로 야간 할증으로 더 내는 금액은 약 360원~1,500원 정도이다. 3일 치 처방이라고 하면 주말에 조제할 경우 429원이 가산된다. (2021년 기준) 

요약하면 전체 약값에 할증이 붙는 게 아니다. 애초에 처방약에는 마진이 붙지 않는다. 약국에서 값비싼 약을 조제하는 환자는 고가의 약이니 그만큼 약사 이윤도 클 거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약 조제 시 약사의 이윤은 총조제료뿐이다. 마찬가지로 야간, 휴일 조제 시에도 약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요금에만 할증이 적용된다. 이런 제도를 만든 취지는 평일 야간, 휴일에도 문을 여는 약국 수를 늘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위의 계산이 뭔가 복잡한 느낌이다. 그래서 약국에 와서 야간 조제를 하면 본인 부담금으로 10,000원 내던 걸 13,000원 내는 걸로 생각하여 화를 내는 고객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오백 원을 더 내는 거다. 방송에서 약국 사용법을 소개할 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길 때도 있었다. 다행히 요즘 방송에서는 대체로 이런 설명이 제대로 나온다.

처방전을 평일 낮 시간대에 미리 약국에 맡겨 두고 나중에 찾으면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거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크건 작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기억해두면 좋은 조언이다. 하지만 약국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비용 절감 효과도 이 방법이 훨씬 크다. 약국에 방문할 때마다 자신의 만성질환 유무와 복용 중인 약, 알레르기 유무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진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약국 사용법은 특정 약을 달라며 아무런 추가 상담 없이 계산만 하고 약국을 뜨는 거다. 예를 들어 전립선 비대증으로 원래부터 소변볼 때 힘들어하는 중년 남성이 약국에서 감기약을 산다고 생각해보자. 그냥 감기약일 뿐이지만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경우에는 위험할 수 있다.

보통 종합감기약에는 콧물과 재채기 증상을 완화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들어있다. 성분 정보에 클로르페니라민, 트라이프롤리딘이 적혀 있다면 그런 약이다. 감기약에는 이에 더해 비충혈 제거제 성분도 들어있다. 코막힘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다. 이들 약 성분은 소변을 보기 어렵게 만든다.

대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안 그래도 소변을 보기 어려웠던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는 위험한 부작용이 될 수 있다. 배뇨 곤란이 아주 심해져서 소변을 아예 못 보게 될 지경에 이르면 응급실에 방문해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병원비만 드는 게 아니다.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직장에 출근도 어려워진다. 개인적 비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나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나 세 가지 정보를 약사에게 미리 알리는 걸 습관으로 하자. 기억하고 있나 머릿속으로 확인해보자. 맞다. 만성질환 유무, 복용 중인 약, 약물 알레르기 유무 세 가지이다. 

노인의 경우는 약국 방문 시 이런 정보를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89.2%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만성질환을 3개 이상 가진 경우도 46.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중 46.6%가 5개 이상 약물을 처방받았다. 약국을 한 곳만 이용한다면 어떤 처방약을 복용 중인지 약사가 알 수 있지만 여러 약국을 방문하는 경우는 환자가 정보를 주지 않는 이상 전부 알기 어렵다.

기억하기 어려우면 처방전이나 약 봉투 사진을 찍어서라도 약국 방문을 대비하는 게 좋다. 알레르기 정보 역시 자신이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런 정보를 약사에게 알리고 상담을 받아 약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약국 사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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