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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87> 코로나19와 약에 대한 이슈 정리해보기
편집부
입력 2021-06-23 16:45 수정 최종수정 2021-06-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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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작년에 아스피린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이나 사망률을 낮추는 걸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몇 건 있었다. 대부분 관찰 연구 결과였다.

앞서 칼럼에서 쓴 것처럼 관찰만으로는 인과 관계를 알 수 없다. 위약(플라시보)을 주고 진짜 약의 효과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약을 복용 중인 환자만 효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연구자들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다보면 결과가 편향될 수 있다. 이런 선입견으로 인한 편향을 막기 위해 이중맹검법을 쓴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의사와 환자 모두 투여한 약이 위약인지 아닌지 모르게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거의 1만5천 명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위약 또는 아스피린을 배정하여 생존률을 비교한 RECOVERY(Randomised Evaluation of COVid-19 thERapY) 임상 시험 결과가 6월 8일 공개되었다. 기대와는 달리 사망률에 별 차이가 없었다. 매일 아스피린 150mg을 복용한 환자 7351명과 위약을 복용한 환자 7541명의 사망률은 17%로 동일한 수준이었다. 아스피린을 투여한 환자의 입원기간이 8일로 위약 그룹(9일)보다 하루 짧은 정도였다. 28일 뒤에 생존해서 병원을 퇴원하는 비율은 75%로 위약그룹(74%)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는 미디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약업 신문에서 6월 9일자 기사 한 건을 찾은 게 전부이다. 그동안 아스피린이 코로나19 생존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뉴스가 많이 보도된 것에 비하면 의아할 정도로 적게 다뤄졌다.

작년 가을 RECOVERY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18건을 찾을 수 있는데 그 결과에 대한 보도는 한 건에 불과한 것이다. 효과가 없다는 소식은 적게 다루고 뭔가가 효과 있다는 소식은 떠들썩하게 다룬다.

유튜브,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매체도 마찬가지다. 아스피린 복용이 코로나19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건 거의 안 다룬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뭐가 좋다는 게 귀에 솔깃하지 별 도움 안 된다는 이야기에는 시큰둥하다.

하지만 이렇게 뉴스가 한쪽으로 쏠리면 위험하다. 불필요하게 나도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해야 하나 궁금해 하는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다. 그럴 필요 없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 요약해보자. 코로나19를 대비하여 스스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할 이유는 없다. 의사의 권유로 이미 아스피린을 오랫동안 복용 중 이었던 사람이 코로나19 때문에 약을 끊을 필요도 없다. 아스피린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이제 거둘 때다.

백신을 맞고 난 후에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에 대한 권고도 바뀌었다. 반드시 아세트아미노펜일 필요는 없고 아스피린과 소염진통제도 복용할 수 있다. 이게 맞다. 백신 접종 후 통증이나 발열이 있을 때 해열진통제 대신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위험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게 아니다. 소염진통제의 염증 완화 효과로 인해 혹시나 백신의 효과가 줄어들까 우려하여 백신 접종 뒤에 가급적 해열진통제를 권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소염진통제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부프로펜 같은 소염진통제라고 해도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용량에서는 소염 작용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1200mg 정도에서는 소염 작용이 약하다. 하루 2400mg 이상이 되어야 소염 작용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부프로펜 알약은(애드빌, 부루펜, 이지엔6애니, 탁센400)은 보통 한 번에 200~400mg을 하루에 세 번 복용하므로 하루 1200mg 이하가 될 때가 대부분이다.

정리하면 백신 접종 이후에 굳이 타이레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타이레놀 외의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도 많고 다른 소염진통제도 많다. 물론 약 성분에 알레르기나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 만성질환자는 이들 약을 복용 전에 약사와 상담하는 게 안전하다.

<수상록>으로 유명한 몽테뉴가 16세기 온천수를 두고 쓴 것처럼 사람은 바라는 것에 쉽게 속는다. 뭔가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효능에 대한 소식에는 민감하고 효과 없다는 이야기에는 둔감하다. 21세기에는 과학 지식이 그런 편향성을 바로잡아 약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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