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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가을엔 똑똑함보다 따듯함을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편집부

기사입력 2021-11-10 11:10     최종수정 2021-11-10 11:1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지하철 3호선 잠원역의 탑승장 유리 벽면에 ‘쌍디귿’이라는 시가 적혀있다. 그 중 ‘얼음장같이/ 냉 서린 똑똑함보다/ 세상을 둥글게 감싸는 따듯함’이라는 글귀에 특히 공감한다. 똑똑한 사람은 그 똑똑함만으로는 주위 사람들의 호감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똑똑함이 냉철함과 안팎을 이루면 자칫 쌀쌀맞음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냉철한 이성이라는 말이 멋있게 들렸다. 이어령 선생님 같은 분들의 이성이 멋져 보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똑똑함보다는 따듯함이, 냉철함보다는 온화함이, 쌀쌀맞음보다는 푸근함이 좋아진다. 사람도 온화하고 푸근한 사람이 좋다.

하용조 목사님은 생전에 “찬바람이 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다가가면 뭔가 얻어먹을 것이 있을 것 같은 푸근함이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 분 설교의 명성도 그분 설교의 따듯함에 기인한 바 컸다. 요즘, 만년에 하 목사님을 통해 세례를 받은 이어령 선생님의 글로부터 전에 느끼지 못했던 진한 따듯함을 느낀다. “우리는 지금 사랑과 참회와 눈물이 메마른 사막에 살고 있다…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자유와 평등을 하나 되게 했던 프랑스 혁명 때의 그 프라테르니테, 즉 관용의 눈물 한 방울이 아닌가 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읽었는데, 젊으셨을 때보다 훨씬 멋져 보인다. 그래 맞다. 예수님이 예수님이신 것은 냉철함이나 예리함 때문이 아니다. 예수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은 따듯하고 푸근하다. 냉철함에는 눈물이 없다. 눈물은 곧 사랑이다.

이미 몇 번 자랑질(?) 한 대로 우리 손주들은 다 똑똑하다. 애들이 이렇게 많이 알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는 것이 많다. 학교, 학원 및 독서를 통해 정말로 많이 배우기 때문이다. 애들이 똑똑해서 나는 행복하다. 그러나 나는 틈만 나면 손주들에게 가르친다. 똑똑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듯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이렇게 더 가르칠 생각이다.

또한 손주들에게 남에게 지나친 자랑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세상에 남의 자랑질을 순수하게 기뻐해 줄 정도로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 별로 없음도 가르친다. 사람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시샘을 많이 한다. 그래서 형제 자매간 시샘이 제일 심각하다.

그러므로 내 자랑을 기쁘게 들어줄 수 있는 친구를 갖고 있는 사람은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다. 다만 그런 친구에게 자랑할 때라도 한 번 더 눈치를 살피는 것이 좋다. 어느 대목에서 시샘하거나 기분 나빠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의 주된 관심 분야에서 지는 것에 예민하다. 특히 친한 사람에게 지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에서 친구에게 질 때 시샘을 느낀다. 나도 돈을 잘 버는 친구를 만나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연구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질투감을 느낀다.

그러나 부모(조부모 포함) 앞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부모 앞에서는 눈치 안 살피고 자랑해도 된다. 부모에게 자식의 자랑은 언제나 기쁜 소식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눈치를 보거나 체면을 차려가며 자랑을 하는 자식이 오히려 안쓰럽다. 부모라는 존재는 자식에게 그냥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부모에게는 무조건 자식을 사랑하는 본능을 주셨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고 하지 않는가!

가을이 완연하다. 날씨가 선선하다 못해 심지어 어제오늘은 춥기까지 하다. 날씨 탓일까? 유난히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을에 많다. 옆구리가 시리다는 말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따듯함을 그리워하는 계절이다. 나는 가끔 방에 보일러를 켜고, 햇빛을 향해 문을 연다. 햇빛은 햇볕이라 따듯하기 때문이다. 

패티김이 부른 ‘이별’이라는 대중가요에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냉정한 사람은 어쩌다 한 번 생각이 날까 말까 하다’는 말이 아닐까? 가을은 냉정한 사람이 아니라 따듯한 사람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사람 때문에 마음이 따듯해지는 가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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