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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홍문화 교수님의 미국 유학일기-2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0-06-03 19:25     최종수정 2020-06-08 11: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1955년 9월 18일(일) 맑음.


4시 반에 Wake Island에 도착. 태평양전쟁 시의 격전(激戰)을 머리에 그리면서 훈훈한 대기 속에 비를 맞으며 대합실까지 나오니, 이제야 미지(未知)의 세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감이 절실하다.

1시간 후 다시 출발. 도중에 International Date Line 덕으로 또다시 9월 18일(일요일)의 세계를 날면서 오후 4시 30분 Honolulu 착. 표준시간이 자꾸 변경되는 탓인지 시간의 감각이 혼돈되려고 한다. 나의 바른 옆에는 Boston으로 간다는 광동인(廣東人) 부자(父子)가 타고, 왼쪽에는 대만 청년 2인이 미시간 대학으로 간다고 한다. 광동인과는 필담(筆談)을, 대만 청년들과는 일어, 영어로 담소하다.

Honolulu 공항에 내려 입국 수속을 완료. 다시 한 번 신체검사에 check 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다행히 무사통과. 통과하고 나니 마음이 풀린 탓인지 오히려 가슴이 설렌다. Sky Room에서 Refreshments 로 특제 50센트짜리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먹었더니 참 진미(珍味)다.

공항 전체가 싱싱한 화향(花香)에 싸이고 빨갛게 불타는 저녁노을에 비행장 주변의 신호등은 청색으로 무수히 빛나고 화환(花環)을 목에 건 청년 남녀가 왕래할 때마다 무한히 향기를 풍긴다. 아름다운 하와이.

최씨와 헤어져서 나만 7시 30분에 다시 기상(機上)에 몸을 싣고 San Francisco로 향하다. 나의 꿈이여, 나의 희망이여. 암야(暗夜)를 달리는 광시 (光矢, 빛의 화살, 필자 주)와도 같이 우리 비행기는 일직선으로 태평양을 횡단하고 있는 것이다.


9월 19일(월)

아침 7시 30분 San Francisco 공항 착.  Limousine 차로 약 40분 걸려 시내로 들어오다. 연도(沿道)의 무수한 자동차. 그림 같은 건물들을 바라보매 이제야 참말 미국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공항 대합실 자동 촬영기에서 사진을 찍다. 20불로 2분간에 저절로 찍혀 나오니 신통하다.

Chicago행을 TWA Line으로 Reserve하다. 시내 NBC Building, Airline Terminal에서 차를 내려 우선 2, 3 약국에 들러 California 대학 약학대학을 물었더니 얼른 모르고 전화번호 책을 찾는다, 전화를 건다 하는 것을 보니 약대 출신이 아니었던가.

California 대학의 Medical Centre는 16층의 웅장한 건물이며 약대는 그 중 7, 8, 9, 10층을 점유하고 있다. Medical Centre는 의대, 치대, 약대, 간호학교로 구성되어 있다. Pharmacy와 Biochemistry의 Professor인 Dr. Eiler와 Pharma. Chem.의 Assit. Prof.인 Lee(이관화), 두 사람의 안내로 약대를 샅샅이 구경하고 교수 식당에서 회식을 하다. 식당에서 Pathology 교수인 한국인 Professor 문(文)씨를 소개받다.

약대 시설의 완비(完備)는 언어를 절(絶)하며, 특히 물리화학적 시설이 완전함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각 연구에 붙어 앉아 있는 사람이 별반 보이지 않는 것은 웬일인가. 오후 2시 30분 학장 Daniel 박사를 회견하고 학교를 하직(下直)하고 시내로 돌아와 만보(慢步)로 시내 구경을 하다. 제반 행인이 그리 많지 않음이 이상스럽다. Wild Rogers Hotel 5층에 여장(旅裝)을 풀고 다시 시내로 나와 저녁을 먹고 영화 구경을 하고 9시 반경에 돌아오다.

5전짜리를 집어넣으면 음악이 나오는 기계가 있기에 흥미 삼아 장난하고, 영화관에서는 막간(幕間)에 경품이 있는 것이 흥미롭다. San Francisco의 야경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하며 5색 다채롭다. 중심가의 사람 구경도 굉장하며 풍부한 상품들 모두 낯선 이국(異國)의 유학자의 시선을 끌게 한다.

길을 잃고 한참 헤매다가 돌아와 홀로 침상(寢床)에 누우니 미 대륙 제1야(夜)가 고달프기도 하고 쓸쓸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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