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층꽃풀은 남부 지역 바다와 가까운 볕이 잘 드는 산지나 들에 자라는 식물로 마편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층꽃나무라고도 부르는데 풀과 나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낙엽반관목이기 때문이다. 풀은 초본식물이고 나무는 목본식물인데 차이는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에 지상부 줄기가 말라 없어지고 이듬해 봄에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오면 초본식물이라 한다. 잎은 떨어지지만 줄기는 그대로 남아서 추위를 견뎌내고 살아남아 이듬해 봄에 줄기에서 새싹이 돋아나면 목본식물이라 한다.
층꽃풀은 추위가 심한 지역에서는 겨울에 초본식물처럼 줄기가 말라 없어진다. 추위가 심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줄기 윗부분은 말라죽지만 중간 이하 줄기가 목질화 되어 죽지 않고 겨울눈을 형성한 채 겨울을 보내고 봄에 겨울눈에서 싹이 돋아난다. 자라는 지역에 따라서 풀(초본)의 특성을 갖기도 하고 또는 목본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함으로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줄기가 30~60cm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잔털로 덮여 있으며 초본일 경우는 가지가 나지 않으나 목본일 경우는 묵은 가지에 줄기가 여러 개 돋아난다. 잎은 계란모양 또는 기다란 타원형으로 잎자루가 있고 줄기에 2개가 마주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줄기와 잎 앞뒷면에 짧은 잔털로 덮여 있다.
▲ 층꽃풀.7~9월에 잎겨드랑이에 꽃자루가 짧은 보라색 꽃 20~30송이가 줄기를 둘러싸고 둥글게 피며 계단식처럼 층층으로 여러 층이 배열된다. 꽃 모양은 통꽃이고 꽃잎이 5개로 갈라지며 꽃잎 조각 4개는 위쪽에 배열되고 아래쪽에 있는 꽃잎은 특별히 크며 가장자리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혀 모양으로 길게 밑으로 굽어있다. 수술은 4개이고 2개는 길고 2개는 짧으며 이강웅예이다. 꽃받침 5개, 암술은 1개이고 암술머리는 2개로 갈라지며 긴 수술과 함께 꽃잎 밖으로 뻗어있다.
층꽃풀 씨앗 표면에는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작은 날개가 있다. 식물전체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씨앗에 붙어있는 털을 관모(冠毛)라 하며 씨앗이 바람에 실려서 어미식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떨어지도록 하는 수단이다. 민들레나 박주가리 또는 할미꽃은 관모가 크고 많으며 특히 민들레 씨앗은 가벼워서 공중에 오랫동안 떠있을 수 있으므로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고 50Km까지 날아간 기록이 있다. 종자가 무거운 경우에는 퍼뜨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꽃이 여름에 피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개화기간이 길고,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므로 꽃꽂이 용이나 관상식물로 활용가치가 높은 자원식물이라 할 수 있다.
꽃이 피어있는 모양새를 보면 왜 층꽃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줄기에 작은 꽃이 무더기로 층을 이루어 피기 때문인 것이다. 속명 카리오프테리스(Caryopteris)는 희랍어로 ‘견과’라는 뜻의 ‘카리온(karyon)’과 ‘날개’라는 뜻의 프테론(pteron)의 합성어로 ‘날개가 달린 씨앗’이라는 뜻이다. 씨앗에 날개가 붙어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종명 인카나스(incanas)는 라틴어로 ‘회색’을 뜻하며 식물 전체가 회색 털로 덥혀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한방에서는 꽃이 필 때 지상부 전체 말린 것을 난향초(蘭香草), 또는 야선초(野仙草)라 하며 감기와 기침, 가래, 류머티즘, 백일해, 만성기관지염 그리고 생리불순과 같은 산부인과 질환에 사용한다. 추출물에 대한 항균시험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디프테리아균에 대해서 항균작용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