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1원 낙찰 병원, 제약과 ‘윈윈’ 생각할 때다
보훈병원이 1원낙찰 품목 공급을 거부한 제약협회 임시운영위원회 소속 13개 제약사를 담합행위로 고발했다. 13개 제약사를 고발한 것은 물론 이들 제약사들 대부분이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의약품의 상당 부분을 갖고 있는 상위 제약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원 낙찰품목 공급에 대한 제약협회와 제약사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입찰이 있기 전 1원 낙찰이 발생할 경우 공급을 거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유통 투명화, 거래질서 확립이 정부 제약계 도매업계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1원 낙찰은 이에 반하는 각종 요소를 안고 있고, 현실적으로 제약사들은 1원에 공급할 경우 부당염매행위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이 골고루 작용한다.
더욱이 제약사들은 일괄약가인하로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에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으로, 1원 공급시 약가인하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공급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약사를 둘러싼 현실이 공급할 수도 없고, 공급해서도 안 되는 환경으로 짜여 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도매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에 1원 낙찰을 근절하지 못하면, 제약사들의 원성을 받으며 앞으로 진행될 입찰시장에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안팎으로 공급거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공급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원 내부에서 벌어질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병원 측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이 예가 등을 통해 1원 낙찰의 빌미를 제공해 놓고 제약사들의 ‘담합’을 거론하며 고발까지 한 것은, 오히려 일을 더 확대시킬 뿐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시각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강했던 분위기에서, 재입찰 등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은 데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약협회는 13개 제약사는 협회 공식 기구로 활동한 것이기 때문에 공급 거부 문제는 개별회사와는 관계가 없고, 모든 사안은 협회에서 대응하며 절대 환자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기부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공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진정 환자를 위한다면 병원 측도 어느 것이 바람직한 방안인가를 생각할 때다.
이권구
2012-08-22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