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기업들은 코로나19 격랑속에서도 백신·치료제 자체 개발에 성공하고 역대 최대 의약품 수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당산업에 종사하는 개별기업들은 정부와 보험당국의 일방적 정책결정으로 인해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특히 보험약가정책의 경우 재정안정에만 천착하다보니 신약에 대한 가치인정은 인색하고 가격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불합리한 제도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진출을 위해서는 R&D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보험약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복지부가 주도하고 있는 급여재평가와 식약처 중심의 임상재평가는 제약사 입장에선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는데도 또 다시 임상재평가를 진행하거나 급여 적정성을 따지는 중복 평가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급여재평가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 조치가 취해지면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을 진행하느라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된다. 처방 현장에서는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사용된 약물이 사라지는데 대한 혼선이 발생할 우려도 있고 그동안 문제 있는 의약품의 사용을 정부가 허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미 많은 제품들이 재평가 결과에 불복해 소송이 진행되면서 정부와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 보험재정 절감 순기능을 갖는 제네릭의 사용 활성화를 위해 의료 현장에서 제네릭 사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약가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단편적인 약가 규제에서 탈피해 보험재정 절감에 기여한 제네릭의 경우 걸맞는 보상과 방어기전을 마련해주고, 적정 범위 안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약가제도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재평가 대상 선정 이유도 단순히 사용량이 많아 포함된 경우도 있는데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처방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향후 예정된 해외약가 조정 및 재평가시 제네릭 출시로 해당 성분의 청구액을 절감한 기여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향후 약가재평가 정책 시행시 우대 방안을 마련해 약가조정에 활용한다면 일괄적인 약가인하로 인한 불합리한 상황이 해소될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은 타당성이 매우 커 보인다.
최근 발표된 '제약바이오 강국을 위한 보험약가제도 정책보고서' 역시 이에 대해 비슷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고 있다. 현행 약가제도는 기업들로 하여금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보다 제네릭 또는 개량신약 개발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선별등재제도 도입에 따른 기등재약목록정비, 약가 일괄인하, 실거래가 약가인하에 이아 등재이후 사후평가 과정에서 사용량 약가연동협상, 사용범위 확대에 따른 약가인하 등 약가인하 기전은 약가인하만을 염두에 둔 정부정책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약가인하를 근간으로 하는 보건의료정책은 결국 신약개발 의지를 상실케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R&D 결과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보험약가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