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6일 위궤양치료제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의 주원료로 국내에서 사용, 유통중인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과 완제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관리기준을 초과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라니티딘 성분 원료를 사용한 국내 유통 완제의약품 269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불순물 원료 사용이 확인된 라니티딘제제에 대해 유해물질 원료의약품 사용사실이 확인된 만큼 자진회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해당품목의 급여중단을 지시했다.
즉각적인 강제회수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식약처의 '의약품 등 회수폐기 처리 운영지침'에 따르면 의약품 등으로 인해 공중위생상 위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부는 강제 회수명령을 지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건은 라니티딘 제제 완제의약품에서 아직까지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니티딘제제 NDMA 성분 검출 사태 조치와 관련한 보건당국의 조치가 과거 탤크사타나 발사르탄사태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자칫 이번사태로 1700억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보여 지는 해당제품의 매출에 치명적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외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스위스 캐나다 독일 등 일부국가의 회수조치에도 미국 식품의약품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라니티딘 관련 회수나 판매금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FDA의 경우 대표적 제품인 잔탁에서 검출된 NDMA가 극미량에 불과하다며 아직까지는 별다른 조치를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식약처가 라니티딘제제의 시장 퇴출을 결정한 이후 FDA와 EMA가 최종적으로 라니티딘제제의 시장 잔류로 결론내리면 유독 국내에서만 과잉대응으로 국민불안과 업계의 열패감만 확산시켰다는 지적을 받을수 있다.
업계는 식약처가 자진회수를 유도하면서 사실상 강제회수를 종용할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발사르탄 파동 당시에도 식약처는 회수명령을 내리지 않고 빠른 시일 내 회수를 마무리하라고 독촉, 제약사들을 압박했다는 비판을 받은바 있어 이번 사태를 맞는 관련당국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보건당국과 관련단체는 국민보건이 달린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면밀한 확인을 통해 불필요한 사회적 기회비용 낭비를 막아야 할 것이다. 2009년 탤크사태와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를 겪으면서 지나친 과잉대응에 따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과 업계의 몫으로 돌려졌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