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약품 처방과 취급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기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의료법에 근거한 처방권에 국한된 문제로 법테두리내의 논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별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이번 사안은 법적 결정에 대한 서로간의 해석차이로 큰 분쟁의 소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정작 더 큰 문제로 부각된다. 논란의 발단은 한의원에 리도카인을 판매한 모 제약회사의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 검찰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린 이후 한의협이 전문의약품 사용 및 확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섬으로써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의계는 한의사협회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리도카인을 비롯한 전문의약품 사용을 공식화하고 자신들이 정한 일정한 범위내 전문의약품의 사용과 확대를 전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한의계의 주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료법과 약사법 어디에도 한의사의 전문약 사용을 금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의사가 전문약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하나의 사회적 통념으로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으며 추가적으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범주를 법과 제도적으로 규정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역지주장이라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행해져 온 한의계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의료계는 이미 마취제(리도카인)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한 사례가 있는 만큼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 사용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마취제와 같은 고위험 약물투여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처치와 치료과정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뇌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사태에 대해 약사회도 한의계의 전문의약품 무허가 사용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한의학의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그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약사회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허위주장과 미비한 법제도를 악용한 전문의약품 사용확대를 즉각 중단할 것과 자신에게 주어진 면허범위를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의사측의 전문의약품 사용 주장은 면허범위 일탈행위인 만큼 관련법의 보다 엄격한 적용과 보건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더 이상의 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