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약사사회 선거가 시작 되면 ‘선약사 후동문(先藥師 後同門)’이라는 슬로건이 항상 앞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선동문(先同門) 후약사(後藥師)’로 마무리됐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약사사회 최대의 적폐(?)는 동문회라는 말이 나돌 만큼 선거철만 되면 동문회 위상은 계륵이 되곤 한다. 동문과 동문회가 적폐로까지 몰릴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지경에까지 내몰리게 되었는지 되돌아 보지 않을수 없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선약사 후동문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6년전 약사회장 선거를 전후해 불거진, 동문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야기된 문제들로 인해 이번선거 출마가 유력시됐던 후보와 관련인사 몇 명에 대해 약사회장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법적 결정까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문후보 단일화과정은 재연됐다. 물론 내부 경선 과정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도모하는 행위가 왜 문제가 되는가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약사회장 선거는 기성정치판과 달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별 정책과 노선이 결정된 정치판이라면 당선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 경선과 후보단일화 과정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비전과 철학, 봉사와 희생을 기본으로 후보자를 살펴봐야 하는 약사회장 선거에서 과연 후보자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한 선택의 잣대가 되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내부경선 또는 여론조사 방식 등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도모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동문사회를 상대로 표를 얻어 보겠다는 기대심리와 함께 동문결속을 외치는 행동으로 보여 진다. 이 순간 이미 ‘선약사후동문’의 거창한 기치는 소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예전 모 약사회 원로인사는 대한약사 회관에 들릴 때 마다 건물내벽 한 켠에 걸려 있던 ‘선약사 후동문’ 글귀를 대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곤 했다고 그의 자서전을 통해 밝힌바 있다. 아직 선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적어도 ‘동문이기 때문에 찍어준다’는 식의 표심 행사는 절대없기를 기대해 본다. 가능하다면 요즘 공무원시험이나 기업의 입사시험에 등장하고 있는 블라인드 면접처럼 후보자 인적사항에서 출신학교를 아예 배제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