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계의 '검은 금요일'이 지난후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우리에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많은 사건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일련의 사태를 통해 우리가 잃은 것과 이번 사태가 가져다 준 과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의약품관리료 인하, 약국5부제 시행 등은 하나같이 약업계에서 핵심 사안이다. 회원과 단한번의 제대로 된 소통의 장 없이 이러한 핵심 사안을 일사천리로 '화려한 양보의 쇼'를 진행한 대한약사회 집행부를 보고 있노라면,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프로축구 승부조작을 떠올리게 된다.
이미 상대방에게 져준다고 약속하고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모든 사항을 양보해 놓고 협상하는 사람들이 여기 말고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처절한 양보를 하고 확실하지도 않은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막아냈다며 자화자찬만 하고 있는 무리들은 과연 우리가 3년간 믿고 맡겼던 책임자들이 맞을까?
물음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국민을 위해 정당하고 올바른 이야기를 하고도 비난을 받는 안타까움과, 믿었던 책임자들에게 느껴지는 배신감들이 겹쳐오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는 매해 1,000억에 가까운 거금을 잃게 될 전망이다. 의약품관리료가 6일 이상 조제의 경우 760원으로 동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보건 정책 담당자들의 잘못된 의료 수요 예측으로 빚어진 건강보험의 막대한 적자를 약사사회가 짊어지라는 것이다. 정책실패의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시키고 스스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당국자들을 우리는 가만히 지켜봐야만 할까?
다른 의료분야 주체인 의료계와 한의계는 이런 예봉을 피해갔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의약품관리료 인하 관련 협상은 정당성과 형평성 모두를 잃어 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시작된 수가인하의 도미노가 어느 방향으로 전이될 줄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회원은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
두번째로 우리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전 사회적으로 주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모든 시스템이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약국5부제 시행과 일요일 당번약국이 시행된다면 약사회원들은 시간의 추를 과거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제대로 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분류 없이 일방적으로 근무시간만을 늘리는 것은 약사들의 건강만 해칠 뿐 제대로 된 제도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자존심과 명예도 잃었다. 그동안 여러 불합리한 제도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약에 대한 전문가라는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약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라는 이슈를 접하고 난 다음 약에 대한 자존과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사회가 진화하면 할수록 인간은 복잡한 질병에 맞서게 되고 그 최전선에는 약이 존재한다. 그런 약과 약에 대한 전문인인 약사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건강과 안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약이 전문가의 손에서 올바르게 사용될 때는 '약'이 될 수 있지만, 비전문가의 손으로 들어가는 순간 '독'으로 변할 수 있다는 명쾌하고도 정당한 논리를 부정한다면 과연 무슨 판단을 정의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런 물음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한번 되묻고 싶다.
약사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이번 사태는 장기적 계획과 구성원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시사점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기존 방식과 같이 사건 중심의 단기적 대응에 그쳐서는 우리의 이상을 결코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철저하게 상황을 파악해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계획을 갖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약사사회는 안게 됐다.
이와 함께 모든 정책의 결정과 추진과정에서 지도부와 구성원간의 소통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수의 정책 결정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이 구성원 전체의 조력을 담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대 형성은 뒷전이고, 약사회 조직을 통해 전달되기 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회원에게 전달된다는 것 자체가 조직의 결속력을 급속히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약사사회는 지도부와 구성원간의 원활한 소통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를 하나의 과제로 맞이했다.
더불어 정당한 목표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약에 대한 지속적 사랑과 관심이 더욱 깊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한번 약의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건강과 안녕을 선물해 나가는 약의 진정성을 더욱 홍보하고, 마음 깊이 새겨 실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인식하게 됐다.
싸움은 시작되었고 이제 서막이 오른 상태다. 두눈을 제대로 뜨고 앞으로의 상황에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기본적 도리라고 생각한다.
- 김위학 <서울 중랑 건강제일약국 약사, 중랑구약사회 총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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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계의 '검은 금요일'이 지난후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우리에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많은 사건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일련의 사태를 통해 우리가 잃은 것과 이번 사태가 가져다 준 과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의약품관리료 인하, 약국5부제 시행 등은 하나같이 약업계에서 핵심 사안이다. 회원과 단한번의 제대로 된 소통의 장 없이 이러한 핵심 사안을 일사천리로 '화려한 양보의 쇼'를 진행한 대한약사회 집행부를 보고 있노라면,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프로축구 승부조작을 떠올리게 된다.
이미 상대방에게 져준다고 약속하고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모든 사항을 양보해 놓고 협상하는 사람들이 여기 말고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처절한 양보를 하고 확실하지도 않은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막아냈다며 자화자찬만 하고 있는 무리들은 과연 우리가 3년간 믿고 맡겼던 책임자들이 맞을까?
물음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국민을 위해 정당하고 올바른 이야기를 하고도 비난을 받는 안타까움과, 믿었던 책임자들에게 느껴지는 배신감들이 겹쳐오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는 매해 1,000억에 가까운 거금을 잃게 될 전망이다. 의약품관리료가 6일 이상 조제의 경우 760원으로 동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보건 정책 담당자들의 잘못된 의료 수요 예측으로 빚어진 건강보험의 막대한 적자를 약사사회가 짊어지라는 것이다. 정책실패의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시키고 스스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당국자들을 우리는 가만히 지켜봐야만 할까?
다른 의료분야 주체인 의료계와 한의계는 이런 예봉을 피해갔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의약품관리료 인하 관련 협상은 정당성과 형평성 모두를 잃어 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시작된 수가인하의 도미노가 어느 방향으로 전이될 줄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회원은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
두번째로 우리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전 사회적으로 주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모든 시스템이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약국5부제 시행과 일요일 당번약국이 시행된다면 약사회원들은 시간의 추를 과거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제대로 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분류 없이 일방적으로 근무시간만을 늘리는 것은 약사들의 건강만 해칠 뿐 제대로 된 제도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자존심과 명예도 잃었다. 그동안 여러 불합리한 제도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약에 대한 전문가라는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약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라는 이슈를 접하고 난 다음 약에 대한 자존과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사회가 진화하면 할수록 인간은 복잡한 질병에 맞서게 되고 그 최전선에는 약이 존재한다. 그런 약과 약에 대한 전문인인 약사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건강과 안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약이 전문가의 손에서 올바르게 사용될 때는 '약'이 될 수 있지만, 비전문가의 손으로 들어가는 순간 '독'으로 변할 수 있다는 명쾌하고도 정당한 논리를 부정한다면 과연 무슨 판단을 정의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런 물음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한번 되묻고 싶다.
약사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이번 사태는 장기적 계획과 구성원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시사점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기존 방식과 같이 사건 중심의 단기적 대응에 그쳐서는 우리의 이상을 결코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철저하게 상황을 파악해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계획을 갖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약사사회는 안게 됐다.
이와 함께 모든 정책의 결정과 추진과정에서 지도부와 구성원간의 소통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수의 정책 결정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이 구성원 전체의 조력을 담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대 형성은 뒷전이고, 약사회 조직을 통해 전달되기 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회원에게 전달된다는 것 자체가 조직의 결속력을 급속히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약사사회는 지도부와 구성원간의 원활한 소통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를 하나의 과제로 맞이했다.
더불어 정당한 목표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약에 대한 지속적 사랑과 관심이 더욱 깊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한번 약의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건강과 안녕을 선물해 나가는 약의 진정성을 더욱 홍보하고, 마음 깊이 새겨 실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인식하게 됐다.
싸움은 시작되었고 이제 서막이 오른 상태다. 두눈을 제대로 뜨고 앞으로의 상황에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기본적 도리라고 생각한다.
- 김위학 <서울 중랑 건강제일약국 약사, 중랑구약사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