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 3년간 온라인으로 개최돼 오다가 올해 재개된 대면 바이오투자 행사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전세계 550여 제약바이오기업과 약 8000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아 투자유치 및 기술이전 파트너를 물색하는 등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치열한 탬색전을 펼쳤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행사를 통해 최근 굵직굵직한 계약을 성사시켜 매우 큰 금액의 로얄티수입과 기술이전료를 얻어낸 바 있다. 올해 역시 주최측 초청으로 발표 기회를 얻은 회사는 물론 1대1 파트너링 미팅을 위해 공식참가한 주요 제약기업들은 자사보유 R&D 파이프라인을 적극 홍보하고 상품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들을 보였다. 장외열전도 그만큼 치열했다.
이에 반해 새해벽두부터 국산신약 1호 선플라주의 시장퇴출이라는 안좋은 소식도 있다. 1999년 식약청 중앙약심을 통과하며 대한민국 제약 100년사 최초의 신약으로 기록된 위암치료제(제3세대 백금작제함암제)는 당시로서는 거금인 약 80억원의 연구비와 10년에 가까운 개발기간을 거쳐 국내제약사(SK케미칼)가 자체개발한 순수 국산 토종신약이다. 당시 업계의 염원이자 넘기 힘든 장벽으로 여겨졌던 신약개발의 꿈을 현실회시킨 일대 사건으로 기록되었고 이후 지난해 말 기준 모두 36개의 신약을 보유하게 된 대한민국 신약개발 역사의 기폭제가 되었다. 선플라주 개발은 우리제약회사가 외국 신약을 단순 도입하거나 모방 생산하는 수준에서 탈피해 신약개발 국가로서 국내 제약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보유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시장의 엄혹함은 국산신약 1호라는 명성만으로 존재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개발 당시 선개발품(시스플라틴)을 대체하며 효과는 높이고 독성 등 부작용을 줄여 임상가의 활용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표적항암제를 비롯한 경쟁품목의 출현과 치료패턴의 변화로 기대했던만큼 매출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 개발사는 10년이 지난 2009년 생산을 중단했고 지난 2018년 시행된 품목허가 갱신제의 영향으로 생산없이 5년이 경과 될 경우 유효기간 만료로 사실상의 자진취하가 된 셈이다. 결국 장미빛 기대속에 신약허가를 받아내긴 했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 앞서의 사례들, 즉 슈도박신주(CJ제일제당) 밀리칸주(동화약품) 시벡스트로(동아ST) 제피드정(JW중외)과 같은 처지의 비운을 맞게 된 셈이다.
전주기적 제품화과정을 통해 신약개발을 완성하는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포기할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정하지 않는 신약은 비록 어려운 허들을 넘었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팔리지 않는 제품은 수익을 근간으로 지속해야 하는 기업경영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기술수출의 단꿈 역시 데이터가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반환될 수 있고 실제 유사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신약의 가치는 혁신성과 함께 안정적 품질이며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기준과 부합된다. 신약의 지위를 얻었지만 시장에서 퇴출되는 비운을 맞게 되거나 어렵게 성사된 기술수출 계약이 중도에서 파기되는 당혹스러움을 피하려면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되짚어봐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