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의학계와 제약바이오업계는 대사항암제 개발을 두고 전쟁중이다.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대폭 개선하고 효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한꺼번에 바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종양을 표적으로 치료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많은 의학자들도 대사의 보편성을 표적으로 하는 대사항암제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예상한다. 그동안 1세대 화학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이 심했고, 2세대 표적항암제는 내성 문제가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었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3세대 면역항암제 역시 면역교란, 과다진행 등의 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암세포만을 굶겨 죽이는’ 4세대 대사항암제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금년 6월에 열렸던 ‘암대사 심포지움(Cancer Metabolism Symposium)’에 참석한 세계적인 석학들도 대사항암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뇌암을 비롯한 희귀암은 물론 많이 발생하고 있는 폐암 위암 간암 등에서도 유의할만한 성과가 있을것으로 예견했다. 펜실베니아대학 암센터 원장은 암세포는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포도당, 글루타민과 같은 특정 대사 연료가 공급되는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에 취약해진다며, 개개인의 생체 사이클과 질병에 따라 약물 복용시간, 복용량을 다르게 처방하듯 암세포의 대사 주기를 파악해 최적의 타이밍에 약물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8년 세계최고기업 2,000곳’(The World’s Best Employers) 리스트 중 상위 500위 이내의 순위에 23개 제약‧생명공학 및 관련기업들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가 지난 10월 공개한 이 리스트를 보면 제약‧생명공학 및 관련기업 부문의 경우 세엘진 코퍼레이션社가 9위에, 바이오젠社가 51위를 차지 100위권내에 들었다. 뒤를 이어 바이엘(114위), 존슨&존슨(123위) 길리어드 사이언스(191위) 스위스 로슈(277위), 미국 암젠(288위), 프랑스 사노피(336위), 스위스 노바티스(369위) 등 글로벌 제약들이 500위권내 들어있고 인도의 선 파마 인더스트리스(172위), 중국 상하이 포선 파마슈티컬스(180위)도 눈에 띈다. 그러나 아직 한국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한국에서 대사항암제를 세계 처음으로 제품화 상용화하는 기업이 출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꿈일까. 국립암센터와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등과 손잡고 대사항암제 신약출시를 목표로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관련기술에 대한 특허를 얻어내고 국내에서 비임상을 진행중인 바이오벤처 하임바이오같은 ‘작지한 강한 회사’들이 그 꿈을 실현시켜 줄지도 모른다. 국내 토종기업이 신장암, 간암, 전립선암, 흑색종, 대장암, 폐암, 췌장암, 난소암, 유방암, 위암, 뇌암 등 11종의 암종에서 암 예방과 치료에 효용이 있는 약학적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기반으로 제4세대 암치료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된다면 포브스가 선정하는 500대기업 리스트의 상단에 당당히 자리할 날도 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