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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기와 숨통 죄기
이덕규 기자 플러스 아이콘
입력 2010-02-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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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적립해 두어 통화량을 조절하고 만일의 인출사태에 대비토록 하는 제도인 ‘지급준비금’은 은행이라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의무사항에 속한다.

한마디로 지급준비금이란 당장의 필요 때문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보험용이다. 현재의 유동성에 위기가 닥쳤더라도 지급준비금에 손을 대선 안되는 이유이다.

4/4분기 경영실적을 공개하는 ‘어닝시즌’이 한창이어서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경영성적표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이번 어닝시즌에는 한가지 트렌드(?)가 도드라져 보인다. 앞다퉈 R&D 부문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화이자社만 하더라도 오는 2012년까지 30억 달러 안팎의 R&D 비용을 감축하겠다는 플랜을 실적자료에 첨부했다. 와이어스社를 인수한 점을 상기하더라도 두 회사의 2008년 R&D 투자총액과 비교할 때 25% 이상을 깎겠다는 의미의 이례적인 조치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도 일부 R&D 인력 및 인프라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아 신약개발 가뭄의 위기를 새삼 떠올리게 했다. 아스트라제네카社의 경우 추후 4년 동안 10억 달러의 R&D 투자비를 절감하고 3,000명 이상의 연구인력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순이익이 20% 이상 뒷걸음친 로슈社와 CEO 전격퇴진을 선언한 노바티스社의 R&D 파트도 기류는 달라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10일 실적발표를 앞뒀던 사노피-아벤티스社와 관련해서도 애널리스트들은 일찍부터 R&D 부문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예측했다.

아무래도 새천년들어 R&D 예산이 획기적으로 증액되었음에도 불구, 신약의 숫자는 오히려 199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그 만큼 넓고 짙음을 반영하는 또 다른 증거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저간의 사정들을 감안해도 구조조정의 칼날이 R&D 부문을 겨냥하기에 이른 현주소는 예사롭게 지나치기 어려워 보인다. 눈앞의 위기탈출을 위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꺼뜨린다면 머지 않아 부메랑으로 돌아올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에 비유하자면 지급준비금에 손을 댄 격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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