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과 건강식품이 의약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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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09-05 16:45
수정 2008-04-16 16:56
의약분업 이후 일부 병원과 의원에서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을 처방전에 기재하거나 스립(Slip 부전지)지를 통해 간호사나 상담실장 등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구매토록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환자들이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녹색시민연대가 서울 및 경기도 소재 피부과 15곳과 피부과 진료경험이 있는 시민 62명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판매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5곳의 피부과에서 모두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구매 권유자는 의사(53.2%)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밝혀져 진료행위와 판매행위가 혼동된 가운데 환자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병의원에서 고가의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소비자 고발 상담에 따른 조사 결과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피부과 영역을 벗어나 극히 일부 병의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건강식품과 화장품 등을 비롯한 의약외품에 대한 판매가 마치 의약품처럼 치료과정의 일부로 사용되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병의원에서 건강식품이나 화장품을 취급할 수 없는 것도 아니며 이를 취급 판매했다고 해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다만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판매가 진료의 연장선상에서 처방과 함께 구매가 권유되기 때문에 환자가 이를 의약품으로 오인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녹색시민연대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화장품이나 비누와 같은 외용제를 의약품으로 인식한 소비자가 64.4%에 달했다는 놀라운 조사결과는 의사의 권유에 의한 제품은 대부분 의약품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점에서 환자의 부담금이 증가하는 피해를 낳게 하고 있다.
그동안 병의원의 수익구조 변화와 건강보험재정의 악화 등 의약분업 실시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일부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공공연히 건강식품과 화장품 등 의약외품을 처방전에 명시해 구입토록 해 온 사실은 비단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병의원 경영에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화장품을 비롯한 건강식품, 의약외품 등에 대한 판매행위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권유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으로 오인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과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증가되어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병의원에서의 이같은 판매행위는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의약분업 이후 의약품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런 저런 수익이 감소된 상황을 보충해 보려는 입장에서 취급되어지고 있는 병의원에서의 비정상적인 판매행위는 의료기관의 경영측면을 떠나 환자의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지양되어야 한다.
진료행위와 판매행위가 함께 어우러져 건강식품, 화장품, 의약외품 등이 버젓이 의약품으로 환자들이 오인될 수 있는 가운데 의사의 권유에 의해 판매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법과 제도 이전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행해서는 안될 일이다.
부득이 치료의 한 보조방법으로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또는 의약외품의 사용을 권장할 때는 진료행위로 오인 받지 않도록 해당 전문점에서 구입 사용하도록 계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의사의 권유가 아니겠는가.
작은 이익을 위해 환자의 건강을 담보로 한 이같은 판매행위로 인해 의료인 스스로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