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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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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09-16 09:06 수정 2003-05-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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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자〈서울대병원 약제부장〉

내가 만일 지금 가진게 250원뿐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 가치를 생각해보며 한숨짓는 적이 많다. 병원약사들이야 한맺힌 이 금액을 들으면 금방 눈치를 채겠지만 대개는 왜 하필 250원이냐고 의아해 하실 것이다. 돈 얘기를 하자면 먼저 병원 얘기부터 해야 한다. 흔히 병원약국을 떠올리면, 외래약국 투약구에서 약이나 처방전을 받아 가는 것을 전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작은 병원이야 그렇지만 종합병원이나 전문종합병원의 경우, 이렇게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그 뒤에서 여러 종류의 거대하고 다양한 업무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우선 입원환자에 대한 투약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항암제나 항생제 같은 주사조제가 이루어지며 의약정보제공, 시판되지 않는 원내제제 제조, 약품 품질관리, 일반 수액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고영양수액조제와 자문, 위험한 약들에 대한 적절한 혈중농도 유지를 통해 효과를 기대하는 약물동력학자문, 교육업무 등이 병행된다. 또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업무는 외래와 입원, 퇴원환자들에 대한 복약지도이다. 투약시는 물론이고 암, 장기이식, 신장질환, 심혈관질환, 신경과질환, 뇌졸중, 알레르기, 만성폐쇄성폐질환 , 당뇨, 간질, 항응고약물복용환자 등 여러 질환에 대해서 진료실이나 복약상담실에서 또는 집단교육을 통해 전문 복약지도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이 많다. 약제행위에는 행위료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많은 행위 중에 보험에서 수가를 확실히 인정해주고 있는 것은 그나마 조제료 뿐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1,250병상의 성인병원에서 하루에 약 4,000매의 처방이 처리된다. 병실약국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밤낮없이 열려 있고,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은 약사가 17명, 비약사가 8명이며 주말에는 별도의 인력으로 운영한다. 이들에 의해 환자 한 사람에게 24시간 조제업무를 시행하고 병원이 받는 보상이 매 환자당 250원이다. 참으로 250원의 가치가 이보다 더 클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여러 병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업무의 실제 원가가 2,591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니 원가의 1/10만 보상받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병원의 예를 보면, 2001년도에 총 35억의 약제부 인건비가 들었는데 그 중 40%를 성인 조제인건비가 차지하고 있고, 이 중에서 60%가 입원조제인건비로서, 금액으로는 8억을 상회하였다. 한편 연간 병원에 들어오는 성인 입원조제료를 보면, 1,250병상이 90% 가동되는 경우 하루 한 환자당 조제료가 250원이니, 연간 전체환자 조제료가 250원×1,250병상×0.9×365일=1억원으로 계산된다. 즉 연병실약국 인건비 8억 중 조제료 명목으로 1억원만 보상되고 나머지는 완전히 손해보라는 것이 현재의 보험수가다. 조제이외의 업무에 대해서는 적자 폭이 더욱 커서 약제부 전체로 보면 경영 위기는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실거래가 시행이전에는 이 부분이 다 약가 마진으로 보상되었으므로 문제가 없었는데, 약가 마진은 없애면서 조제료를 비롯하여 각종 약제행위료는 전혀 현실화하지 않았다. 병원경영 위기조성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입원조제료에 대해서 병원약사회와 병원협회가 줄기차게 입원조제료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50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을 하면서 병원은 무너져가고 있고, 병원약국은 쓰러져가고, 그런데도 보험재정은 왜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까? 참으로 풀리지 않는 방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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