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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약목록 작성과 복지부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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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09-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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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은 경상남도 진주시의 북쪽에 있는 인구 4만366명(7월 현재)의 조그마한 군. 같은 경남의 함양, 하동,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등과 같이 한국의 名山(명산)인 지리산을 나눠 갖고 있다. 이곳의 약국은 모두 8개, 그중 4개는 분업 예외 약국이다. 그러니까 의료기관이 없는 곳이 많다는 말이다. 산청군에서 제공한 바에 따르면 常勤(상근) 의사 수는 모두 8명이고 치과의사 5명, 한의사 4명으로 소위 말하는 僻地(벽지)인 셈이다.

최근 산청군이 화제에 오른 것은 상용처방의약품의 목록작성이 화제에 오르면서 전국의 시, 군, 구 가운데 맨 먼저 이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처방의약품의 목록을 보면서 느낀 점은 본란에서 지난 주에 지적한 바와 같이 복지부가 필요 없는 일을 시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복지부는 약사법에 정해진 사항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할지 모르나 틀린 것은 과감히 시정하여 불필요한 의약계의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청군의 목록을 보면 첫째, 같은 의약품이 제조회사만 다른 것이 중복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amoxicillin은 13개, cimetidine은 7개, acetaminophen 역시 7개, atenolol은 6개 등으로 되어 있고 이밖에도 같은 제제가 2, 3개씩 나열된 것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생동성시험이 안된 품목은 대체조제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엿볼 수 있다. 일선 의원급의 의사들에게는 대체조제가 허용된 품목이든 아니든 그저 자기가 쓰던 품목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안된다는 사고방식의 일면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대체조제가 가능한 품목이 19개나 되는 omeprazole제제는 이 목록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고 lovastatin 역시 468개의 품목 중에 끼지 못하고 있다. 산청군이 風光(풍광)이 明媚(명미)한 곳이어서 콜레스테롤이나 위산과다쯤은 문제가 안되는 곳이라고 생각해보지만 역시 흥미있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는 이들 품목 중에 상당수의 otc품목이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산제, 소화효소제제, 비티민제제, 비티민C, 해열진통제와 NSAID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본란에서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otc가 왜 처방약에 포함되고 또 보험재정에서 지급되어야 하는 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보험적자가 금년만 해도 4조니 5조니 하면서, 적자를 조금이라도 면하여 보려고 제약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조가격제의 실시를 고려하는 등 더 어려운 방법만을 연구하고 있음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otc는 누구나 사먹을 수 있는 약이니 의사가 처방은 할 수 있되 보험약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산청군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지난 호에 본지가 조사한 서울시의 각 구별 처방목록수를 보면 구로구는 4,800개 품목이나 되고 제일 적은 도봉구는 1,380개 품목으로 평균 2,870개 품목이나 된다. 이같은 품목수는 종합병원 약국에서 주사제를 포함하여 가지고 있는 숫자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 된다. 또 이들 품목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산청군 목록의 再版(재판)이고 다만 산청군의 것보다 grand scale(대규모)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들 처방목록이 실제로 어떤 실효성을 갖기는 대단히 어렵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처방약 목록은 분업 초창기에는 필요한 것이었는지 모르나 지금은 實效(실효)성이 없어졌다. 효과가 없어졌다. 지금은 동네에서 어느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 웬만큼 다 알려졌다. 따라서 구태여 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 분업의 역사가 길고 의약품의 종류가 많은 미국의 예를 봐도 동네약국은 400개, 500개 정도의 약이면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동네에 새로 개업한 의사가 낯설은 약품을 처방하기 시작하면 그때 구입해 놓으면 되는 것이다. 처방약 목록작성을 둘러싸고 의사협회는 무슨 특권인 양 행세하고 제약회사는 자기회사 제품을 한가지라도 더 포함시키려고 로비를 해야 하는 우스운 일을 복지부는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처방목록에 못 들어 갔다고 처방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들어갔다고 하여 반드시 처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처방약목록은 좋게 말해 “이런 약들의 처방이 나올 것이니 기대하십시오” 하는 것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처방약목록의 원인 제공을 한 대한약사회도 이젠 이 제안의 時效(시효)가 지났음을 인정하고 그 시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제약협회는 제약협회대로 회원들의 불편과 고충을 대변하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보여야 할 때가 되었다. 다행인 것은 처방약목록을 제출하지 않는 다고 해서 벌칙이 없고 이미 법정제출시한은 지난 9월 13일로 넘어가 버린 상태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法諺(법언)도 있지만 이 경우엔 救火投薪(구화투신), 즉 성급히 불을 끄려고 오히려 장작을 집어넣는다는 말도 있음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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