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의약품 유통시장을 달구다

[창간특집] 물류부문 - 의약품 유통ㆍ물류시장은 지금…

기자 |     기사입력 2010-03-23 16:31     최종수정 2010-03-24 13:49

대형 도매업체 VS 물류기업, 新성장동력 ''물류'놓고 각축

최근 중국 산시성에서 ‘살인 백신’이 유통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한 후 어린이 4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식물인간이 되거나 중증 장애를 보이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원인은 의약품 유통업자에게 있었다. 백신을 고온에서 저장, 운송시키는 바람에 백신이 변질된 것이다.

이처럼 의약품은 제조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많은 주의와 엄격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법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이지만 경제적 가치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2008년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유통업의 부가가치율은 43.06%로 나타났다. 컴퓨터(24.96%)와 반도체(24.89%)보다 더욱 높게 평가된 것이다.

의약품 도매유통업의 시장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유통 물류' 시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의약품의 유통 경로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제약사 도매업체 요양기관(병원, 의원, 약국 등) 환자로 이어지는 도매업체 중심의 유통경로이다. 다음은 제약사 요양기관 환자로 이동하는 제약사 직거래 방식의 유통경로가 있다. 2009년 기준으로 도매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53.5%, 직거래 비중은 46.4%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가지 유통 경로 모두 KGSP(우수의약품 유통관리기준 Korea Good Supply Practice)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국내 의약품 물류시장의 변화는 의약 관련 법의 변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K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Korea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이 도입된 80년대는 제약사 자가 물류가 중심을 이루었다. 90년대에는 의약품 시장개방과 KGSP가 도입되면서 보관은 제약사가 하고 수·배송은 외주를 주는 분업 형태를 띠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의약분업과 바코드 표시 의무화가 이루어지면서 배송 공동화와 3PL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의약품 도매기업과 물류기업이 ‘유통·물류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 의약품 도매기업은 ‘물류’를 新성장동력으로 선택
현재 의약품 도매업체는 1,500개 이상이 난립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들이 최근 생존과 함께 新성장동력으로 ‘물류’를 선택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09년 1월 보건복지부가 ‘약국 및 의약품 등의 제조업·수입업자 및 판매업의 시설기준령 및 동 시행규칙’을 개정, 공포하면서부터이다.

개정된 법에서는 의약품 도매상이 다른 도매상의 창고시설을 이용하여 의약품을 보관·배송하는 경우 창고 구비 의무를 면제하나 물류대행 업무를 추진하고자 하는 업체의 경우는 800㎡(240평) 이상의 창고를 구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일정 규모의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으면 영세한 도매업체들의 물류업무를 위탁받는 게 가능해 졌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과당 경쟁과 리베이트 관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들 기업에게는 새로운 ‘먹을거리’가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법 개정을 전후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도매업체들이 물류센터를 증축하는 등 ‘의약품 물류(대행)시장’에 속속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미 사업을 본격화 한 기업만 해도 10개 업체에 이른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지오영, 남양약품, 유니온약품, 태경메디칼, 태전약품, 삼원약품, 복산약품, 청십자약품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오영은 지난 해 4월 영업 전문회사인 지오영네트워크를 설립하면서 영업과 물류를 분리했다. 지오영 자체를 순수 물류전문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여기에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 원대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1만1550㎡(3,500평)의 인천물류센터를 건립한 지오영은 지난 해 말 80억 원을 투자해 물류센터 증축에 들어갔다. 이 물류센터는 다국적사 3자물류와 국내사 위수탁 물류 대행을 위해 쓰이게 된다. 기존 물류센터 규모까지 합하면 2만 1,120㎡(6,400평)로 의약도매업계 물류센터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유니온약품그룹도 작년 7월 위수탁 물류를 전문으로 하는 신설법인 매일약업을 설립한 후 공동물류를 위탁할 도매업체를 물색하는 등 물류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청십자약품은 지난 해 6월 대구지역에 물류센터를 신축했다. 이 회사의 물류센터는 대지 6,571㎡(1,987평) 연건평 3,146.1㎡(952평)의 지상 2층 규모로 선진물류기법인 DPS(Digital Picking System)를 적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송암약품도 작년부터 서울 성수동에 1,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 중이다. 대지 1,653m (500평), 건평 3,305m (1,000평)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서울 지역 의약품 배송 서비스에 대한 경쟁력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도매업체들이 물류시장을 향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것과 관련해 물류업계는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도매업체들이 물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도매 기업이 의약품 물류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영업력을 높이려는 하나의 방편”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다른 물류기업 관계자는 “의약품을 하는 물류기업이 많지는 않지만 물류기업 입장에서 보면 경계할 사항”이라고 하면서도 “대형 도매기업이 물류사업을 확장하더라도 물류기업처럼 전체를 커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3PL 활성화와 공동물류 놓고 同床異夢 빠져
의약품 유통·물류의 선진화를 위해서 의약품 도매업체와 물류기업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3PL 활성화와 공동물류에 대한 중요성이다.

하지만 도매업체가 말하는 3PL과 물류기업의 3PL은 그 의미가 다소 다르다. 한국도매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도매업체들은 ‘제약사가 직거래하던 것을 위·수탁 법령에 기초해 도매기업으로 물류부분을 아웃소싱하거나 중소 도매기업이 시설을 갖춘 대형 도매기업에게 물류부분을 아웃소싱 하는 것’을 3PL이라고 본다.

반면 물류기업은 ‘제약사나 도매기업이 의약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물류기업에게 물류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아웃소싱 하는 것’을 3PL로 보고 있다.

3PL을 놓고 양측의 인식이 이렇게 엇갈리는 것은 관련 법과도 무관하지 않다. 법에 따르면 수 배송을 제외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은 KGSP를 통과해야 한다. KGSP는 제약사와 도매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의약품 도매기업이 말하는 3PL이 현재로서는 더욱 힘을 받는 상황이다.

물론 제약사가 보관시설을 갖추고 KGSP를 획득한 후 전체를 아웃소싱 하거나 물류기업이 도매허가를 받은 후 KGSP를 받으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사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의약품 공동물류에서도 물류기업 보다는 도매기업이 한발 앞서서 이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약품도매협회는 현재 ‘의약품 물류 전문회사’ 설립에 관한 의원입법을 추진 중이다. 여러 의약품 도매업자가 공동으로 출자해 별도 법인을 설립한 후 그 법인의 의약품 물류시설을 투자자 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물류기업 설 자리는…? ‘의약외품’ 시장이 대안으로 떠올라
의약품 유통·물류시장에서 물류기업이 담당하는 영역은 운송과 같은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제약사를 대상으로 전체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거의 대부분이 의약품 운송시장에만 발을 담그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약품 도매기업이 인프라를 확장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것에 반해 물류전문기업은 의약품 물류시장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약품 물류를 하기 위해서 의약품전문물류기업이 갖춰야 하는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게 때문이다.

운송의 경우 KGSP 제도에 따라 위탁운송을 할 경우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운송회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위탁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운송회사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즉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운송을 담당하는 물류기업이 운송을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상황에서 운송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니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탄했다.

또한 운송 외에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KGSP를 받아야 하지만 물류기업은 KGSP를 직접 받을 수도 없다. 이에 대해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전문기업에서도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존 의약품 유통·물류시장에서 한 발 비켜선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역할 분담론이다. 급송 체계를 갖추고 있는 도매기업은 수도권이나 본사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의약품 보관과 운송서비스를 하는 반면 물류기업은 그 외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기업이 물류서비스를 한다고 하지만 배송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사실 도매기업의 강점은 급송체계인데 이러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급송이 가능한 지역에서만 수·배송을 하고 있다. 전국을 커버하기 위해 배송 권역을 늘리면 이러한 강점을 없애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물류기업이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의약외품’을 드는 전문가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보건의료시장의 경우 시장 규모가 60조 원에 이른다. 까다로운 의약품 시장보다 별다른 제약 조건이 없는 의약기기나 보조식품 등의 시장을 본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보건의료기기 시장의 경우 특별한 법적 규제사항이 없기 때문에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물류기업이 의약품 도매기업보다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병원내외 물류와 의료 폐기물 수집 운반 같은 미개척 분야에서 시장을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인터뷰] 
“의약물류, 철저히 특화되어야 한다”

의약품의 원활한 물류와 유통상의 안전은 국민 건강과 보건에 직결된다. 그만큼 제약산업과 의약품 시장에서 물류가 갖는 가치는 크며 의약 전문 물류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막중하다. 하지만 국내 의약 물류 수준은 그러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물류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의약물류 전문 기업 용마로지스(www.yongmalogis.co.kr)의 이원희 대표는 철저히 특화되어야 할 국내 의약 물류가 일반 물류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한다.

이원희 대표는 “의약품이 일반 공산품과 함께 배송되거나 같은 공간에 보관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의약 물류의 현주소”라면서 국민건강에 직결되는 의약품이 일반 음식물이나 화학제품과 같이 처리되는 위험천만함을 꼬집는다.

“물류는 전문기업에” … 핵심가치에 역량 집중해야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고 의약물류 선진화를 위해서는 현재 3원화되어 있는 국내 의약 물류시장 구조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이원희 사장의 주장. 현재 우리나라 의약 물류는 제약사 자가물류, 도매업체가 유통과 함께 병행하고 있는 물류, 전문 물류기업이 수행하는 3PL 등 3가지가 혼재돼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의약시장 각 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에 최선이 다해야 한다”는 이원희 대표는 제약사는 R&D와 학술연구에, 도매업체는 본연의 핵심가치인 마케팅에, 전문 물류기업은 물류서비스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대부분의 중소 도매업체들은 창고시설이 대도시 중심에 위치해 있어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다 규모의 영세성으로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에 의존하는 등 효율적 물류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 의약품 도매업계에서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지역별로 물류를 수행하는 도매업체들이 있는 하다. 그러나 의약제품이 특정 지역만을 수요처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도매업체들의 물류 수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원희 대표의 지적.

“도매업체 물류진출, 제대로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원희 대표는 최근 의약도매업체들의 물류시장 진출과 물류공동화 추진을 언급하면서 “도매업체들도 서로 협력하여 전국적 물류네트워크를 갖춘다면 의약물류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한다. 이 대표가 의약도매업체들의 의약 물류시장 진출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의약도매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물류공동화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제약업체들의 물류 아웃소싱이 활성화돼 시장의 파이가 커져 전문 물류기업에게도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물류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주문이다.
“의약품 공동물류는 의약전문 물류기업에 의해 자연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도매업체들이 공동투자를 통해 공동물류센터를 짖고 물류를 효율화하는 것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시각이다.

의약물류시장 레드오션화 막아야 
이원희 대표는 국내 의약물류시장이 레드오션화 되어가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의약품 물류시장은 KGSP 준수, 특성화 인력양성, 시설 선투자 등의 특성으로 진입장벽이 높고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어려운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다수의 의약품 물류전문기업이 경쟁하고 있는데다 도매업체의 물류영역확대가 가속화되면서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상황인식이다.

따라서 의약 전문 물류기업이 질 높은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의약물류시장을 다시 블루로션화 하기 위해서는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이 대표는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대형화와 자동화 등을 추구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틈새시장을 넓혀나가는 데도 신경 써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병원 물류, 의약·의료 폐기물 수거물류, 간병인 파견업 등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물류기술과 의료·의약품의 특성이 혼합된 융합 물류서비스(Convergence Logistics)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 대표는 배송서비스와 병원 위탁재고관리 융합 서비스를 개발한다거나 전자제품 설치 서비스처럼 의료기기 개인배송과 재고정리, 폐기물 회수 등과 같은 복합적이고 다원화된 서비스 개발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 대표는 또 의약 물류전문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눈 돌릴 때가 되었다고 덧붙인다.

이 대표는 “의약품 물류는 그 특성상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해당국가의 의약품 안전정책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며 해외 진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약 고객사과의 동반진출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길을 제시한다.

[기사제공 물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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