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PIK3CA 유방암 맞춤 치료 시대 연 '피크레이'…유방암②
“피크레이 등장으로 이제 유전자 변이로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도 치료제가 있으니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게 됐다. 보다 많은 환자들이 이런 약제에 대한 혜택을 받기 위해 환자의 접근이 쉬워졌으면 한다.”
김지형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의 제언이다.
PIK3CA 유전자 변이는 HR+/HER2- 유방암 환자의 40%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변이다. 지난해 5월 노바티스의 ‘피크레이(Piqray, 성분명 알페리십)’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으며 국내에서도 PIK3CA 유전자 변이 유방암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
김지형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PIK3CA 유전자 변이와 피크레이(알페리십)에 대해 알아봤다. PIK3CA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피크레이라는 약제에 대해 알아본 1편에 이어, PIK3CA 유전자 변이의 현장상황과 피크레이가 치료에 있어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집중 분석했다.
▲김지형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Q. 작년 5월 허가 이후 피크레이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사용된 시기는 언제쯤부터인가?
약제가 허가된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을 사용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검사들을 세팅하는 시간도 있기 때문에, 약제 사용은 대부분 허가와 동시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올해 초부터 사용된 것 같다.
Q. 피크레이는 처방을 시작한 이후 PIK3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유방암의 치료 환경이나 치료 상황에 변화가 있었는지?
그렇다. 왜냐하면 PIK3CA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말씀드린 대로 PIK3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는 약 40% 정도의 환자들이 피크레이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어, 검사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은 허가만 이루어지고 아직 비급여 단계지만, 이제 환자들에게 이러한 치료 옵션이 있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에게 치료 옵션이 있음을 설명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과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가 약값이 너무 비싸 어렵다고 하면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고, 해보겠다고 하면 하는 것이니, 환자에게 치료제 선택 옵션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환경이 달라졌다고 본다.
Q. 그럼 피크레이 치료제 선택을 하지 않은 경우나, 피크레이가 사용되기 전에 PIK3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유방암은 어떻게 치료했는지?
PIK3CA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치료제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HR+ 유방암의 치료 시퀀스를 따라간다. 현재는 HR+ 유방암의 1차 약제로 CDK 4/6 억제제인 리보시클립, 팔보시클립, 아베마시클립 등이 있고, 일부 몇 가지 제외 조건이 있으나 대부분은 이 약제들을 1차 약제로 많이 쓴다.
2차 약제로 넘어가면 에베로리무스나 엑스메스탄, 풀베스트란트 등 호르몬제를 계속 쓰고 있다. 호르몬제를 쓰다가 장기 기능이 망가지거나 질환이 심해지면 항암화학요법으로 넘어 가는데, 최대한 호르몬제를 사용하다가 그 다음 항암화학요법을 하면서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다. PIK3CA 유전자 변이 유무와 관계없이 치료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이어 왔다.
Q. 피크레이를 실제로 처방 받은 환자들의 예후는 어떠했는가?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첫 번째 환자는 HR+ 유방암 4기로 첫 진단된 환자였고, 1차 치료로 CDK4/6 억제제를 약 2년 간 사용한 후 간에 전이가 진행돼 약제를 바꿔야 하는 케이스였다. 약제를 바꾸기 직전에 피크레이가 허가되었고, 그 시점에 검사를 통해 PIK3CA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바로 피크레이로 2차 치료를 진행했다. 올해 초부터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피크레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커졌던 간암의 크기가 30% 이상 줄어들어 부분반응을 보였다. 부작용은 있으나 약제를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환자는 3, 4차 정도 호르몬 치료를 진행했던 환자로, 간 전이가 심해 황달이 시작되기 직전이었고 통증도 있었다. NGS 검사 이후 PIK3CA 검사 툴로 검사를 진행했다. 이 환자는 피크레이를 2주 정도 쓰고 통증이 확 사라졌다. 황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결국에는 치료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하고 돌아가시긴 했지만, 증상이 2주 안에 좋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만약 이 환자의 2차 치료 당시 피크레이가 허가되고, 기회가 되어 약제를 빨리 썼다면 좋은 치료 효과가 더 길게 유지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Q.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피크레이를 사용했을 때 임상 현장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혈당 상승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인 것 같고, 그 외는 이 약제를 처방함으로 인해서 환자들에게 더 설명해야 하는 두드러진 부작용은 없다. 당뇨가 없던 사람에게서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이니 당뇨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2차 약제로 에베로리무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약제도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이 발생한다.
내분비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꽤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부작용으로 인해 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고, 부작용을 이해하고 치료를 할 수 있으면 약을 쓸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환자나 의사나 피크레이에 대한 처방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설명해 인지시키고, 부작용을 관리한다면 충분히 약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기존에 이미 혈당 강하제 등 당뇨병을 관리하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피크레이 처방이 힘든 것인가?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당화혈색소라는 당뇨병 체크 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을 바탕으로 당뇨병이 잘 조절되고 있다고 하면 약제를 쓰는 것에 문제가 없고, 조절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하면 조금 고민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실제 임상 연구에 당뇨병 조절이 되지 않은 환자들은 등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
Q.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 NICE)는 최근 피크레이의 사용을 권고했는데, 어떠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1차 약제인 CDK4/6 억제제 이후에 현재 표준 치료(standard)로 여겨지는 것이 에베로리무스, 엑스메스탄이라는 호르몬제로, BOLERO-2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2차 약제로 허가 받았다.
이 연구와 비교하여 피크레이를 2차 약제로 사용하였을 때, PFS 및 ORR에 큰 차이가 없었다. 즉, 피크레이의 SOLAR-1, BYLieve 두 연구와 에베로리무스 관련 BOLERO-2 임상을 1:1로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가격 및 부작용 대비 고려하였을 때도 각각의 객관적 데이터로 미루어볼 때 견줄 만하며, 피크레이를 2차 약제로 허용할 만하다고 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CDK4/6 억제제 이후 CDK4/6 억제제, 에베로리무스, 풀베스트란트, 항암화학요법 등 2차 약제의 치료 기간을 비교한 RWD에 따르면, 에베로리무스, 풀베스트란트, 항암화학요법 등의 2차 치료 PFS는 3~4개월여인데 반해, 피크레이는 SOLAR-1 연구에서 임상 참여자에 차이가 있기는 하나 PFS가 11개월이었고, BYLieve 연구에서는 약 7개월의 PFS를 보였다.
물론 PIK3CA 유전자 변이 환자들이지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2차 치료제들 보다는 현재까지 가장 좋은 PFS 데이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Q. NICE의 권고는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실제 진료현장의 치료 전략 수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영국 기관에서 권고한 것이니 보다 검증된 권고 사항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모든 가이드라인에서는 2차 또는 그 이상의 후속 치료로 PIK3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경우 검사 후 피크레이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모든 종양내과 가이드라인을 고려했을 때 NICE 권고사항은 이러한 내용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권고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권고 때문이 아니라, 이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피크레이를 카테고리 1으로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PIK3CA 유전자 변이 유방암의 치료 환경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검사, 처방 등 치료 환경에 변화가 있으려면 급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급여가 되지 않으면 치료를 할 수가 없다.
Q. 앞으로 피크레이가 현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요즘 암 환자들이 대부분 개인 맞춤 치료를 하는데, PIK3CA라는 유전자 변이가 유방암 환자들의 개인 맞춤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HER2+ 유방암의 경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표적 치료제가 없어 진단 후 1년 안에 많이 돌아가셨는데, 트라스투주맙이 등장해 5년 이상 생존율이 꽤 향상됐다. 이처럼 PIK3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유방암 환자들도 피크레이를 통해 좋지 않았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사실 특정 유전자 변이에 대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환자분들께 이러한 유전자 변이가 있으니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피크레이의 등장으로 이제는 환자분들께 유전자 변이로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런 치료제가 있으니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게 됐다.
PIK3CA 유전자 변이에 대해서는 아직은 피크레이가 유일하지만, 이후 또 다른 약제가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고, 기타 치료를 이어 나가며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임상에서 실제 환자들에게 권할 수 있는 약제라 생각한다.
Q. 피크레이가 현장에서 지금보다 원활하게 사용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피크레이와 같은 약제들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접근이 보다 쉬워야 한다. 접근이라는 것은 경제적 부분, 검사, 병원까지의 거리 등 다양하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적 부분인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이 빨리 해결돼야 환자들이 많이 치료를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일례로 저희 환자 중 피크레이가 국내 허가되기 전에 SOLAR-1 임상 연구 데이터가 나오자, 심평원과 식약처에 민원을 넣는 분들도 있었다. 이처럼 다른 검사를 통해 PIK3CA 유전자 변이가 있음을 확인하였고, 미국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이 치료제를 쓰고 싶은데 왜 빨리 허가를 해주지 않느냐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요즘 유방암 환자 분들은 임상 연구 결과를 많이 찾아보신다. 때문에 하루 빨리 급여가 개선되었으면 한다.
뿐만 아니라 약제를 쓰기 위해서는 PIK3CA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검사 방법조차도 비급여라 비용이 약 30만원 정도인데 이 또한 어려운 분들도 있으니 검사도 급여 전환이 되어 치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 밖에 더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무래도 급여에 관해 다시 한번 언급할 수밖에 없다.
피크레이 외에도 비급여 약제들이 많고, 비급여로 쓰고 싶어도 아직 허가가 되지 않아 쓰지 못하는 약제도 많다. 이미 해외에서 다국적 임상 연구를 통해 긍정적 데이터가 나와도 국내 도입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약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쓰지 못하는 약제들도 많기 때문에 국내 도입 기간이 보다 짧아졌으면 한다. 국내 허가 이후에 급여 적용까지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 이 기간도 짧아진다면 환자들에게 설명 드리기도 좋고, 혜택이 있으니 좋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HR+ 유방암 외에도 삼중음성유방암(TNBC), HER2+ 유방암 등 관련 임상이 많이 이뤄지고 있고, 국내 연구자들도 대부분 임상 연구에 참여 중이다. 덕분에 아시아, 한국인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다. 연구자들이 회사 주도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이유는 데이터를 통해 좋은 약제를 빨리 국내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임상 연구를 최대한 많이 진행해 좋은 결과가 나오면 국내에 빨리 들여올 수 있는 적극적인 프로세스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한편, 피크레이(알펠리십)는 PIK3CA 유전자 변이 유방암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치료제로, 권장 용량은 300mg(150mg 필름코팅정 2정)을 1일 1회 경구로 투여하면 된다. 복용 시 기억해야 할 사항으로는, 음식물을 섭취 한 직후 복용해야 하며, 질환이 진행되거나 수용할 수 없는 독성이 나타날 때까지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의사항으로는, 알약을 삼키기 전 씹거나 부수거나 쪼개지 말고 통째로 삼켜 먹어야 한다. 부서졌거나, 금이 갔거나, 기타 온전하지 않은 상태의 알약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울러 복용을 잊고 지나갔을 경우, 음식 섭취 직후 및 평소 복용하던 시간에서 9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된다. 9시간이 지났다면, 해당일 복용은 건너뛰고, 다음 날 평상시의 시간대에 복용을 하면 된다.
보고된 이상반응에는 빈혈, 안구건조, 설사, 구역, 구내염, 구토, 복통, 소화불량, 피로, 체중 감소, 고혈당, 식욕저하, 두통 등이 있다.
최윤수
2022-11-0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