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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테크니카, 기술패권'시대…제약바이오 대응 방안은?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기반의 기술패권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헬스 산업에도 이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우수한 바이오헬스 기술을 가진 산학연병이 총출동한 `2021 바이오혁신성장대전(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이 지난 22일 개최돼 24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다.
행사 둘째 날에는 `PAX Technica 시대 K-바이오`를 주제로 최근 주요 이슈인 글로벌 첨단 기술패권과 기술지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업계의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란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기술 패권 시대를 일컫는 용어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전 세계 백신 공급 불균형 현상으로 인해 그 중요성이 더욱 대두됐다. 또한 과학기술이 국가 안보와 정치적 견해와 직결됨이 드러나면서 기초과학과 더불어 제약·바이오헬스 기술력 향상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레고켐바이오 정철웅 연구소장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각 기업에 맞는 연구개발 및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하다라며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신약후보물질과 기술을 끝까지 개발하는 데 시간, 비용, 역량 등 어려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따라 대부분 기업에서는 임상 단계 진입 전인, 전임상 단계에서 라이선싱 아웃을 진행하고 있으며, 레고켐바이오에서도 초기 연구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는 전략을 병용해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상시험 진입 이전의 기술은 확실성이 낮은 단계이므로 기술이전에 따른 이익이 낮은 편이라고 정 연구소장은 설명했다. 또한 “지속적인 이른 기술이전이 향후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성공 가능성이 큰 기술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단계 진입을 목표로 연구·개발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의 기업 상황에 맞는 제품 포트폴리오와 역량에 맞는 연구개발 전략을 설정해, 고위험, 고비용이 드는 임상 개발을 원활히 하며 글로벌 진출을 진행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한국아이큐비아 김영희 전무는 코로나19 출현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 및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영희 전무는 “선진국에서는 분산형 임상인 DTC 등 비대면 임상에 대한 선제적 규제 완화를 진행해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원격모니터링, 원격진료, 홈널싱(Nursing) 등이 규제 대상으로 임상 효율성 향상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아이큐비아에서 진행하는 약 200개 이상의 임상시험에 DTC와 같은 비대면 절차의 도입은 원격 설명, 전자 동의 등 극히 일부에만 해당되며, 이 또한 10% 이하밖에 안 되는 실정”이라며 “국내 임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단력을 갖고 규제 완화, 규제 적정성이 반영된 선진국 기반의 규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최창주 이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제약 바이오 업계에도 데이터와 그 활용이 매우 중요한 키로 떠올랐다며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이전한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가 반환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Sub Analysis한 결과, 비알코올성지방간염으로 약물 재창출에 성공해 미국 MSD에 약 1조원 규모로 다시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이처럼 데이터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필요로 하는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국가 기반의 데이터 접근에는 실질적 어려움이 따른다”라며 “아직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예약 및 방문을 통해 제한적으로 접근하며, 다양한 분석과 활용이 불가해 이를 활용한 새로운 결과 도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각 기업들의 데이터 자산들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데이터 활용 및 공유할 수 있는 제도 및 기법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기술수출 후, 글로벌 진출 전략에 대한 한국바이오협회 오기환 좌장의 질문에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묵현상 단장은 “라이선스 아웃은 자금의 부족으로 인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서 끝까지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임상 2상까지는 정부 지원이 가능한지만, 가장 자본이 많이 드는 임상 3상에는 WTO 체제하에서 산업적 보조금으로 오인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무역 제재를 당할 우려가 있어, 정부에서는 임상 3상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나 투자에 따른 지분 획득은 투자의 개념으로 문제가 없어, 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임상 3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은 자본과 경험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개발 등 협업을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권혁진
202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