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의료기기
‘메드테크 임상 맛집’ 웨이센 “내시경, 놓치는 병변 없이 제대로 진단하면 의사와 환자 모두 좋죠”
건강검진을 받을 때 가장 신경쓰이는 항목으로 대개 ‘내시경’을 꼽는다. 검사 전날 공복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금식을 하고, 수면 내시경은 수면 마취의 부담을, 일반 내시경은 이물감과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 내시경의 경우 검사 전일 관장약을 삼키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이같은 불편에도 환자들이 내시경을 받는 이유는 한 가지다. 내 몸안에 있는 문제를 제대로 찾고, 알고 싶어서다. 그런데 만약, 힘들게 검사를 받았음에도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해 적기에 질환이나 병변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AI 메드테크(MEDTECH) 전문기업 웨이센의 김경남 대표는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의료진도 사람이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 시 병변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이를 보조하는 AI 의료기기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 시, 실시간으로 용종과 같은 이상병변을 찾아 의료진에게 알람과 정보를 제공하는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웨이메드엔도(WAYMED ENDO)’를 세상에 내놓았다. 김경남 대표는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내시경 검사 때 병변을 놓치는 비율이 21%나 된다는 논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의료 현장의 고민을 해결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김경남 대표는 “일반인이 봐도 한 눈에 이상해 보이는 병변은 의사들이 놓칠 리 없다. 그런데 판단하기 어려운 미세병변의 경우 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은 간혹 놓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아침부터 진료와 각종 검사에 집중하다 보면 오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의료진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병변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CT나 영상자료는 간혹 병변을 놓치더라도 내공있는 의료진과 협진도 가능하고 크로스체크가 가능하지만 내시경은 이를 시행하는 의사 1명만이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보조 의료기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의료진이 가장 편할 테고, 결국은 환자도 제대로 된 진단을 받게 될 테니까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즉, AI 내시경은 의료진의 피로도 경감과 검사효율 개선, 조기암 진단률을 개선함으로써 환자의 검사만족도 개선과 검사 품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게 되는 것이다.김 대표는 연간 1000만건이 넘는 위 내시경과, 연간 300만건 이상의 대장 내시경 검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강검진을 전문으로 다루는 종합건강검진센터나 동네 병원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의료진을 보조해 진단율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웨이센에 따르면, 현재 시범서비스 시행을 포함한 웨이메드엔도 운영병원은 100여개에 달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강릉아산병원 등도 웨이메드엔도 제품을 내시경 검사 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을 경험한 의사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적적이지만, 아쉽게도 올해 초 시작된 의료대란으로 많은 병원에서의 투자가 보류되면서 대중화에 이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웨이센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린 덕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의료시장인 베트남을 공략하는 성과를 거뒀다.2022년 7월 웨이센은 강북삼성병원과 손잡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ICT 기반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시범사업’을 통해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국립병원인 세인트 폴 종합병원에 2개의 ‘웨이메드엔도’를 공급함에 따라 한국의 우수한 보건의료와 ICT 융합기술이 베트남에서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보건산업진흥원이 웨이센의 수행 결과를 해외진출 시범사업 우수사업으로 선정, 베트남 의료시장 공략을 위해 후속 지원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웨이센은 베트남에서 ‘웨이메드엔도’를 시범운영하는 병원을 확대하고, 기 운영 중인 세인트폴 종합병원에도 계속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김 대표는 “2019년 창업 초기부터 제품이 상용화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베트남 시장 진출은 초기 스타트업 시절부터 고민했고 시장 조사도 많이 했다”며 “2022년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베트남이었는데, 마침 그 때 진흥원이 ‘ICT 기반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 기업을 지원하면서 초기 투자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웨이센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국립병원인 세인트폴 종합병원에 2개의 AI 내시경을 공급했고, 세인트폴 병원이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베트남 최초의 AI 내시경 센터 운영 병원’이라는 홍보문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베트남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성과는 지난해 베트남 대형사립병원인 풍동병원과의 MOU 체결로 이어졌다. 풍동병원에도 ‘웨이메드엔도’ 2대가 공급돼 내시경 검사에 활용되고 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과 사우디아라비아 대형병원그룹인 메가마인드, UAE, 이집트 등 중동 시장에서도 웨이메드엔도 제품의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6개월 내 수출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김 대표는 웨이센이 AI 내시경 분야의 퍼스트무버로서 의료진과의 협업과 충분한 의료 데이터 확보 등을 통해 고유 영역과 기술을 갖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민감하고 섬세할 수밖에 없는 내시경 검사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함으로써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김 대표는 “수면 내시경조차 위와 장은 가만히 멈춰있지 않고 병변도 비정형 병변이 대부분이어서 검사 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렇게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유효병변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이 우리만의 경쟁력”이라며 “지속 가능하고 의료 환경에 도움이 되기 위한 임상적 유효성을 제대로 확보한 덕에 협력병원을 꾸준히 늘릴 수 있었고,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웨이센과 공동 개발하면 제대로 된 아웃풋을 낼 수 있다는 평가를 얻어 ‘메드테크 임상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어수선한 국내 의료시장이 점차 안정화되면 내시경 검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전문건강검진센터를 공략할 계획이라며, 환자들이 쉽게 찾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검진센터를 중심으로 제품의 대중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웨이센은 내시경 분야를 넘어 AI 헬스케어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초기 사업화 단계에 있는 호흡기 건강 자가 점검 앱 ‘웨이메드 코프’는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기침 소리를 분석해 병원을 찾아야 할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임상 시험 중인 공황장애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지행동 치료를 디지털화해 환자들이 병원을 자주 찾지 않고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이외에도 식품 알레르기 디지털 치료제와 복부 초음파 진단 보조 솔루션, 폐암 진단용 초음파 내시경 솔루션 등도 개발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예방과 진단, 치료 등 의료행위 전 주기에 걸쳐 AI 기술을 결합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메드테크 전문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영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