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CMC는 전략이자 핵심 축" FDA 출신 박준태 박사가 전하는 신약개발 전략
"CMC는 신약개발 전 과정을 지탱하는 핵심축이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상임 컨설턴트 박준태 박사는 23일 인천 송도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2025 바이오 규제 혁신 컨퍼런스(BIO Regulatory Innovation Conference)'에서 이같이 밝히며, 신약개발 과정에서 CMC의 중요성과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박사는 FDA에서 11년간 의약품 CMC 심사관으로 근무했으며, FDA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서 30년 이상 의약품 규제 및 CMC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바이오 규제 혁신 컨퍼런스는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규제 환경과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바이오협회가 주최하고 약업신문이 주관해 마련됐다. 행사는 24일까지 양일간 진행된다.박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항체 기반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융복합 제품(Combination product) 등 주요 바이오 신약 분야의 최신 규제 동향과 실제 개발 사례를 폭넓게 조망했다. 특히 그는 변화하는 인허가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개념 중심의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박 박사는 "항체 기반 치료제가 이중·삼중 특이 항체, ADC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은 구조적으로 복잡해 캐릭터라이제이션(Characterization)이나 포텐시 어세이(Potency assay) 설정이 매우 어렵다"면서 "개발 초기부터 상업화 후 릴리스 테스트(시판 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CMC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특히 ADC는 링커의 안정성과 약물의 독성 관리는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링커가 체내에서 조기에 분해되면 비표적 세포에 심각한 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또한 링커와 ADC 합성 시 발생하는 불순물이 항체에 결합할 경우 제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FDA 승인 이후에도 링커의 불안정성으로 제품 출하가 지연된 경우가 있으며, 이는 사전에 GMP 및 품질관리 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컨쥬게이션(Conjugation) 효율, 잔류 불순물, DAR(Drug-to-Antibody Ratio) 관리 등 모든 항목이 결국 프로세스 밸리데이션(Process Validation, 공정)과 직결된다고도 덧붙였다.CGT 개발과 관련해 박 박사는 ‘럭스터나(Luxturna)' 사례를 언급하며 "임상 3상까지는 연구소에서 제조한 물질로 시험을 진행했지만, 상업화 단계에서는 FDA가 최소 3배치 이상의 프로세스 밸리데이션을 요구해 승인을 획득한 이후에도 상용화가 몇 달씩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CGT 제품에서는 어세이(Assay) 수립, 벡터·플라스미드·세포주 관리, 포텐시 기준 설정 등이 모두 CMC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며 "과거에는 허가 과정이 끝난 후 보완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항목들이 이제는 허가 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융복합 제품에 대해서도 보다 정교한 규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박사는 "같은 성분의 약물이라 하더라도, 바이알, 프리필드 시린지 또는 오토인젝터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에 따라 FDA의 심사 부서나 허가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라며 "디바이스가 포함되면 의약품 영역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영역까지 심사를 받아야 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항체와 오토인젝터, 약물 방출 스텐트 등 다양한 형태의 융복합 제품 개발이 증가하는 만큼, IND, BLA, NDA, IDE 등 각기 다른 신청 경로를 사전에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전략도 소개했다. 박 박사는 "가이던스(Guidance)가 부족하더라도 신규 모달리티를 개발 전략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존 치료제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접근하고, 초기 임상부터 허가까지 체계적인 CMC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반 접근법을 구축하고, 기술적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며, FDA와 주기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박 박사는 "FDA는 약물이 우수하더라도 해당 제품이 생산되는 제조소의 품질 역량이 기준을 못 맞추면 사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은 과학적 기반이 탄탄하고 실행력이 빠른 만큼, 신규 모달리티 분야에서는 오히려 빠른 전략 수립과 규제 대응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편 컨퍼런스 첫 날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사전상담과 조창희 연구관의 신약개발 제품화 지원 방향(Government Support Strategies for the Commercialization of New Drug Development) 주제의 오프닝 세션을 필두로 △에스티팜 R&D 총괄 최준영 박사의 ‘Strategies to Streamline CMC Development and Expedite Regulatory Clearance: Risk–and Platform–Based Approaches' △미국 규제 전문가이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준태 박사의 ‘Key Regulatory and CMC Considerations for the Novel Drug Modalities' △미국 규제 전문가 신양미 박사의 ‘Current Nonclinical Testing Paradigm for Drug Development: A Regulatory Perspective' 등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또한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제약바이오융합교육센터 교육개발원장 이선희 박사는 참가자들이 실무 현장에서 궁금해할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패널 토론을 이끌었다.
권혁진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