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맥경화증, 대부분 응급질환으로 이어져…고령화로 환자 증가
△ 조익성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동맥경화증은 혈관에 지방이 쌓이고 달라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섬유화가 진행돼 점차 탄성이 떨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매우 천천히 증상이 악화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맥경화의 발생과 진행을 초래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요 위험인자들은 중성지방,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당뇨병, 노화, 흡연, 과체중 등 매우 다양하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좁아진 혈관에 따라 각기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 협심증,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과 경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경색, 뇌출혈 등 뇌졸중이 올 수 있다.
또 신장의 신동맥 및 말초혈관을 침범할 경우 신부전이 올 수 있으며 이외에 허혈성 사지 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본지는 최근 동맥경화증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와 치료법 및 예방법, 최신지견 및 의료현장의 애로사항 등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조익성 교수와 이야기 나눴다.
Q. 동맥경화증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맥경화증은 죽상경화증으로도 불리는 질환으로, 동맥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염증반응과 함께 내피세포가 증식해 내부가 죽처럼 묽게 되는 죽종(atheroma)을 형성한 후, 그 주위가 딱딱해 지면서 혈관 내강이 좁아지는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은 동맥에 국한돼 나타나기에 앞에 동맥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동맥경화증이 위험한 이유는, 동맥경화증이 진행하면 혈관 내강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동맥은 신체 각 조직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내강이 유의하게 좁아지면 (보통 50~70%이상의 내강 협착) 해당 조직에 필요한 산소보다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한 허혈 증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현상이 관상동맥에서 일어나면 운동시 흉통,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협심증이며, 하지동맥에서 발생하면 운동 및 보행 시 다리통증이나 심하면 괴사까지 일어나는 말초동맥질환입니다. 이같은 질환들은 급성 문제를 일으키기 보다는 만성적인 문제로 나타나 환자들이 외래로 주로 방문해 치료를 받게 됩니다.
혈관 내강의 협착은 동맥경화가 진행하면서 천천히 나타날 수도 있지만, 동맥경화반이 터지며 혈소판 등이 달라붙어 급성 폐색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급성심근경색입니다.
급작스러운 폐색이 발생할 경우, 해당 조직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허혈에 노출돼 피해가 크고, 또 혈관의 완전 폐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심각한 응급질환으로 이어집니다.
동맥경화증에 의한 협착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동맥경화반이 파열되면서 급성 폐색이 발생할 수 있어 평소에 증상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심한 흉통, 운동이상 등을 보일 수 있습니다.
Q. 최근 4년간 동맥경화증 환자가 15% 느는 등 최근 환자가 꾸준히 증가 추세인데요.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집트의 미라를 CT촬영으로 분석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는데, 대부분의 미라에서 상당한 동맥경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동맥경화증은 현대에 나타난 새로운 병은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선진국 특히 우리나라에서 동맥경화증 환자가 급격히 느는 이유는 노령 인구가 늘기 때문입니다. 동맥경화증은 기본적으로 노화에 의한 현상입니다. 따라서, 고령인구가 많은 사회일수록 동맥경화증의 빈도는 늘기 마련입니다.
또 운동부족,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증가 등은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이 같은 추가적인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동맥경화증 증가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성에게 동맥경화가 더 많은 것은 여성호르몬의 유무 차이입니다. 여성호르몬의 보호효과가 중요한 기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러한 보호효과가 사라지는 폐경 후 여성의 동맥경화는 남성과 비슷해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 남성에서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인 흡연 빈도가 높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됩니다.
Q. 아스피린이 동맥경화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나요?
아스피린이 동맥경화증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습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이미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등을 경험한 환자에서 재발을 줄입니다. 그 효과는 동맥경화 진행을 막는 것 보다는, 앞서 설명한 급성 문제의 기전인 동맥경화반 파열 시 혈소판이 응집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을 통해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미 심혈관계 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증상 성인에서 동맥경화증 진행을 막거나, 동맥경화반 파열 시 발생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예방할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투여하는 것은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이는 아스피린 복용 시 출혈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스피린이 심혈관계 사건을 줄였으나, 출혈 발생이 증가해 아스피린의 심혈관계 보호효과가 상쇄된 연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결국 심혈관계 질환의 재발을 막고자 하는 2차 예방 목적으로는 아스피린이 확실히 효과가 있지만, 무증상 성인에서 1차 예방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아직 대부분 권고되지 않는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조익성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Q. 동맥경화증을 이른 시간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은 평소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첫 번째 사건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평소 흉통 등 증상에 근거해서 이러한 위험도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동맥경화증 및 이로 인한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미리 예측해서 예방해야 합니다.
동맥경화증을 진단하는 목적은 결국 심혈관계 사건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동맥경화증을 직접 보지 않더라도, 심혈관계 사건의 위험도를 임상적으로 평가해서 고위험군에게 고지혈증약제(스타틴)를 투여하는 접근법을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는 환자의 나이, 고혈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여부 등을 평가해서 10년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임상적 위험인자에 의한 접근법은 많은 환자들을 ‘중등도위험도’로 평가해서 예방 전략의 회색지대에 놓이게 하는 문제가 있고, 여러 인구집단에서 정확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경동맥 초음파나 심장CT를 통한 관상동맥석회화 검사 등을 도입해 직접 동맥경화증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을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검사는 비교적 쉽게 시행이 가능하고, 판독도 쉬워 선별검사로서 적합합니다. 특히, 임상적 위험인자로 평가해 ‘중등도 위험도’에 놓여있는 환자에서 스타틴 복용이 필요할지 여부가 애매할 경우 임상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Q. 이미 많이 진행한 동맥경화증 치료법은 무엇인가요?
동맥경화증에 동반된 동맥경화반 파열로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하면 막힌 혈관을 가능한 빨리 뚫어 해당 장기로의 혈행을 재개해야 합니다. 따라서, 심혈관계 사건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가, 안정 시에도 흉통이 발생해 소실되지 않거나, 신경학적 이상 등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응급실로 가서 이 같은 질환인지 감별해야 합니다. 시간이 곧 생명입니다.
반면 운동, 스트레스 시에만 흉통 및 호흡곤란이 생기고, 쉬면 나아질 경우는 앞서 설명한대로 동맥경화반 파열에 의한 심근경색 보다는 동맥경화증이 진행하면서 혈관 내강이 천천히 좁아지며 발생하는 안정형 협심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 외래에서 심장CT조영술, 핵의학검사, 운동부하검사 등을 통해 질환을 감별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직접 동맥을 통해 도관을 넣어 관상동맥을 촬영하는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약물치료 혹은 풍선확장술 및 스텐트삽입술 여부를 결정합니다. 혈관의 협착이 광범위하거나 주 관상동맥이 막혔을 경우는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을 시행합니다.
Q. 최근 주목받는 시술법, 치료법이 있나요? 또 진료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은 없나요?
최근에는 관상동맥 스텐트 및 시술 기법의 발전 및 이후 약물요법의 개선에 따라, 과거에 비해 안전하게 관상동맥협착을 시술로 치료하고 있으며, 스텐트 재협착 혹은 급성폐색의 빈도 역시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또 수술법도 발전해 대부분의 관상동맥질환을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동맥경화증은 상당 부분 진행해 유의한 동맥협착을 유발할 때까지 대부분 증상이 없습니다. 따라서, 동맥경화증 진행을 막고자 스타틴을 복용하거나 혈압, 당뇨 등을 치료할 때 이에 저항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고, 이를 짧은 외래시간에 설득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혈관계 사건은 대부분 심한 후유증을 남기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예방이 최선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의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정기적으로 체크해 심혈관계 위험도를 평가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이 큰 도움이 되므로 해당 년도에 꼭 수검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 증상이 있다면 꼭 근처 병원에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이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해당 증상이 갑자기 심하게 생겼고, 바로 소실되지 않는 경우는 응급실에 가서 꼭 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의 발생을 막고, 이미 이 같은 질환에 이환돼 있을 경우,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유산소운동, 견과류, 야채류 등이 일반적으로 동맥경화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이상훈
2023-02-0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