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약학
"산업보다 '국민' 바라봐야"…약사회,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연장 반대
대한약사회가 실증특례 사업 관련 심의를 앞두고, 산업보다 '국민 건강'을 중심으로 바라봐줄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국무조정실은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를 25일 개최하고 △화상투약기 실증특례사업 기간 연장과 품목 확대, 약국 개설자 변경(한약사 약국 설치)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직접 구매 플랫폼(도매) 실증특례 안건에 대해 논의한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는 사회적 갈등 조정을 위해 국무조정실 산하 최근 신설됐다.대한약사회 이광민 부회장은 24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전문언론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약사회는 전문가 단체로서 효율과 경제력 증진 보다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중심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기한 연장과 품목 확대 모두 불편한 게 사실"이라면서 "그동안의 화상투약기에 대한 평가와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의 입장 명확히 전하겠다"고 밝혔다.약사회는 화상투약기와 관련해선 이광민 부회장과 김인학 정책이사가, 동물병원 인체의약품 직구와 관련해선 강명구 대외협력본부장(전 동물의약품 이사)과 최용석 부회장이 참석해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이 부회장은 먼저 화상투약기와 관련해 "2년 동안의 화상투약기 운영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지도 의문이지만, 부가조건 준수 여부나 세부 평가 데이터를 하나도 받지 못했다.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화상투약기가 설치된 약국이 현재 9개 밖에 없는데, 이는 화상투약기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매우 적고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화상투약기 제조업체인 쓰리알코리아 측이 사업수행을 요구하며 약속했던 부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한약사 개설약국에도 설치를 허용해달라는 등 손바닥 뒤집 듯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화상투약기는 지난 2022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규제 샌드박스 특별법에 따라 화상투약기 제조업체인 쓰리알코리아에 임시허가 및 실증특례를 부여하며 이듬해 3월 설치-운영이 시작됐다.이 부회장은 "현 시점에선 화상투약기를 통해 판매 가능한 약효군 추가 지정이나 한약사 개설약국 설치 허용 등을 논의할 게 아니라, 실증특례 사업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법제화된 공공심야약국과 화상투약기는 서비스 제공 범위는 물론, 운영 형태도 다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부분을 위원 분들께 강하게 주장하고 잘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공공심야약국이 있고, 약사 근본 원칙인 '대면' 원칙에 대한 훼손 우려가 심각하기 때문에 화상투약기 방안은 옳지 않다는 게 약사회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사업성이 없을 경우 실증특례 사업 연장이 중단될 수 있다. 그동안의 사업 결과는 물론, 사회적 갈등과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사업을 2년이 더 필요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보건복지부도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약사회는 파악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규제를 벗어난 실증특례 사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있긴 하겠지만,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분야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며 "그동안의 실증특례 사업 결과를 봐도 더이상 연장 운영할 근거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직공급과 관련해선, 엄격한 유통 관리가 필수라며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 실증특례 사업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동물병원 개설자의 경우 전문의약품을 약국에서 구매하고 있는데, 플랫폼(도매) 실증특례 사업에선 동물병원(수의사)이 약국을 거치지 않고 인체용의약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된다.이 부회장은 "동물병원에서의 의약품 사용이 투명한 유통과 안전관리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공급보고와 대한 약사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서 통과됐고 관련 공급보고가 올해 7월 시행된다"며 "약국에서 동물병원으로 인체용의약품이 유통될 때 공급보고가 의무화되고 동물병원에서 사용보고를 하기 때문에 유통 투명화가 일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또 이전엔 별도 시설을 허가 받아야 했지만 현재 기존 생산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린 만큼, 국내 제약사를 통한 동물의약품 공급도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처럼 동물병원 사용 인체용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제도화돼 나아가고 있는데, '이걸 규제 샌드박스로 실증특례해보자'라는 건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이 부회장은 설명했다.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의 변화와 진전에 맞춰, 법과 제도가 잘 실행될 수 있도록 수의사가 협조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한편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니라 최종 의결은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약사회는 이번 위원회의 권고 방향에 따라 대응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전하연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