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인터뷰] 미래의학연구재단 김기영 투자총괄 “따뜻한 자본이 바이오 생태계 혁신 일으킨다”
"따뜻한 자본(Warm Capital)으로 만든 실질적인 가치(Practical Value)는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미래의학연구재단은 단순히 '될 것 같은' 기업이 아닌,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해 바이오 창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할 것이다. 성장 여정에 미래의학연구재단이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하겠다."미래의학연구재단 김기영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 Chief Investment Officer)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초기 창업자와 연구자들에게 따뜻한 자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특화된 국내 최초 비영리 창업 지원 재단의 투자총괄로서 앞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하겠다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김기영 CIO는 VC(벤처캐피털)와 스타트업 양측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학연구재단의 최고투자책임자로 최근 임명됐다. 그는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NYU Stern School of Business)에서 금융학 학사를,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응용 통계학 석사를,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어 김 CIO는 스톤브릿지벤처스(Stonebridge Ventures)의 투자 팀장을 역임했으며, 신세계 그룹 CVC(기업형 벤처캐피털)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Signite Partners)의 1호 심사역으로 활동했다. 또한 1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딥테크 기업 CEO를 지낸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며, 창업 카테고리 베스트셀러인 ‘VC 스타트업’의 저자이기도 하다.미래의학연구재단(Foundation for Medical Innovation, 설립자 김효수·이사장 이승규)은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미래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2022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창업기획자로도 등록됐다. 재단은 특히 연구자 중심의 공익적 창업 지원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 과정에서의 높은 위험성과 장기적 특성을 고려해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혁신 기술이 조기에 상용화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재단은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술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전주기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창업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헬스경영학교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이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재단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인 약업신문은 최근 서울 성동구 미래의학연구재단에서 김기영 CIO를 만나, 벤처캐피털과 딥테크 기업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향후 투자 전략과 바이오헬스케어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재단에서 맡은 역할은 무엇이며, 합류 계기는.재단 최고투자책임자로서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창업 교육,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운영, LP(유한책임투자자) 출자 등 다양한 업무를 총괄한다.재단에 합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산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재단의 비전과 독창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특히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구축된 탄탄한 네트워크와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대한 깊은 신념을 가진 김효수 재단 설립자와 염유희 사무국장의 리더십이 이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비영리 형태의 재단이 단순히 연구자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초기 창업 단계에 집중 투자하며 창업 생태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사례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국한해서 보면 그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개인적으로는 재무 분야에서의 강점과 딥테크 영역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재단의 투자 조직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BT와 IT의 융합이 혁신의 중심에 있는 지금, 제 스킬셋이 재단의 장단점을 상호보완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기존 재단의 스타트업 경진대회와 교육 프로그램은 재단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지속 운영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망 투자 기업을 직접 발굴하는 ‘딜 소싱’ 작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LP로 시장에 참여해 국내외 탑티어 VC들과의 협업 기회를 확대하고, 더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투자 조직을 초기 단계부터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단의 AC(창업기획자) 역할을 더욱 탄탄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단이 창업 생태계에서 AC의 뿌리를 확고히 내릴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재단의 활동 범위가 보다 확장된다고 기대해도 되는가.그렇다. 재단은 초기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AC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재단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해 초기 창업자와 연구자들에게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창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투자 규모는 AC 특성상 소규모로 진행되지만, 초기 단계에서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창업 생태계의 기반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당 투자 금액은 일반적인 AC 투자 수준으로 진행되며, 향후에는 점진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또한 재단은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과 경진대회를 포함해 창업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특히 탑티어 AC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데모데이와 같은 행사를 통해 창업자들에게 더 많은 쇼케이스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투자 대상 기업은 경진대회 수상자에 국한하지 않고, 현장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하는 딜소싱(Deal-sourcing) 방식도 병행할 계획이다. 주로 초기 기업에 집중하되, 중후기 단계 스타트업의 창업자 구주를 매입할 기회가 있다면 이를 적극 검토할 것이다.나아가 재단은 직접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LP로 시장에 참여해 창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수한 국내외 VC와 협업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바이오헬스케어 창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재단이 투자 영역까지 확장하는 이유는.재단은 그동안 연구자와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경진대회 입상 기업이나 바이오벤처 교육 프로그램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기업들에게 장학금과 상금 형태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지원은 주로 기부금을 통해 이뤄졌으며,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재단 자체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단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AC 투자 라이선스를 공식 취득했다. 직·간접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새로운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이러한 변화는 재단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투자를 통해 창업 생태계에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는 국내 투자 생태계에서 보기 드문 독창적인 모델로,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최근 재단이 발굴하는 스타트업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바이오헬스케어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면서 바이오 스타트업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은 전통적인 바이오 영역에서의 강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디지털헬스케어, 의료기기, 바이오헬스케어와 연계된 딥테크 분야 등으로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재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과 협업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K-바이오와 K-헬스케어의 성장을 이끄는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투자 대상 선정 시 고려사항은.재단이 집중하고 있는 투자 영역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줄기세포와 분자생물학 등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의 원천기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헬스케어 비즈니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혁신 의료기기 및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접목할 수 있는 딥테크 기술이다.현재와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기업의 생존 능력 또한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보고 있다. VC 펀딩 역량과 정부지원금 수주 능력은 물론, 일부 기업의 경우 수익 창출이 얼마나 빠르게 가능한지 여부도 고려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가능성 역시 핵심이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조 단위의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서울과 경기 지역 외에 지방 소재 기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지방에는 우수한 로컬 네트워크와 독창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사업화를 이루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창업 생태계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기회를 놓치고 있다. 재단은 지방 소개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고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자본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 업계서 비영리 재단으로의 이동이 흥미롭다. 개인적인 신념도 작용했는가.재단의 비전은 제가 오랜 기간 투자 업무를 맡으며 가졌던 산업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신념과 깊이 맞닿아 있다.기존 VC의 방식이 펀드 만기에 맞춰 자본을 회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 재단은 유연한 시간 프레임 안에서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따뜻한 자본(Warm capital)’과 ‘실질적인 가치(Practical value)’를 제공하며 바이오헬스케어 창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현재 VC 시장은 ‘될 것 같은’ 기업에만 자금이 몰리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VC 본연의 역할인 잠재력 있는 창업자를 초기 단계에서 발굴하고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정신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매우 안타깝다.재단은 사업 수익과 기부 자금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와 멘토링을 제공하며, 단기 수익에 매몰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 믿으며, 재단이 창업 생태계에 더 큰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 동참하고 싶다.재단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비영리 기반 AC가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창업 생태계에서 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하는 차가운 자본이 아닌,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가치를 제공하는 따뜻한 자본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궁극적으로는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생태계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강국으로 도약하는 여정에 재단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권혁진
202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