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자살예방‧치매관리 강화…일차의료기관‧정신과 진료 연계
2030년까지 전 국민의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지역‧소득간 건강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책이 강화된다. 특히 자살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일차의료기관과 정신과의 진료 연계 체계를 구축한다.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향후 10년의 건강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담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27일 발표했다.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은 국민건강증진법 제4조에 따라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범정부 계획으로, 10년 단위로 수립하고 5년 단위로 보완하고 있다.
이날 열린 제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는 건강수명 연장과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한 5차 종합계획의 주요 과제를 논의하고, 모두의 건강증진을 위해 범부처 협력을 강화하는 등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함을 함께 인식했다.
2017년부터 수립 준비를 시작한 제5차 종합계획은 관계부처와 각 분야 전문가, 학회 등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마련됐고, 지난해 12월 건강증진심의위원회를 통해 심의된 바 있다.
제5차 종합계획은 건강 형평성 지표 관리 강화, 건강 영향평가 도입 추진, 해외 사례를 고려한 건강 위해품목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수준·대상 연구·논의 등을 주요 과제로 정했다.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해 성별, 지역별, 소득별 건강 격차 완화도 중점 추진한다.
종합계획 소요 예산 규모는 올해 기준 2조5,000억원이며, 재정당국과 협의를 통해 관련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5차 종합계획 마련을 위해 2016~2020년까지 추진한 제4차 종합계획을 살펴본 결과, 2018년 기준으로 지난 4차 종합계획의 대표지표 19개 중 2개 지표 목표를 달성했고, 10개 지표를 개선했다.
그 결과 흡연, 비만 등 건강위해 요인에 대한 규제 강화와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관리 강화 등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증진 정책과 건강생활지원센터 등 관련 기반(인프라)가 확대됐다.
하지만 성인 여자 고위험음주율, 30세 이상 고혈압·당뇨병 유병률 등 7개 지표는 악화돼 이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여자 고위험음주율은 2008년 8.4%에서 2018년 10.5%, 30세 이상 고혈압 유병률은 2008년 26.2%에서 2018년 28.3%,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2008년 9.7%에서 2018년 10.4%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담뱃값이 7.36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금연‧절주 관련 규제가 국제기구의 권고수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생활실천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출 비율은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2배 이상 증가했으나, 여전히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사업비 3조3,699억원 중 건강생활실천사업 예산은 10.53%에 불과한 3,548억원으로 확인됐다.
또한 소득수준 향상과 의료 발달로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지속 증가해 2018년 기준 82.7세로 OECD 평균(80.7세)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유병기간도 2008년 10.7년에서 2018년 12.3년으로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여전히 남성 흡연율과 월간 폭음률 모두 2018년 40%에 육박하는 등 개인 건강 행태는 악화되고 있다. 알콜·약물 등에 대한 중독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며 자살사망률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민이 희망하는 기대수명은 87.1세로 실제 기대수명 82.7세보다 약 4세 이상 높고 국가와 지자체가 본인의 건강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37.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이같은 여건 분석과 현황을 토대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종합계획은 총 6개 분과에 걸친 28개 중점 과제를 마련했으며, 400개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그중 건강수명과 건강형평성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64개 지표를 대표지표로 선정했다.
종합계획은 ‘모든 사람이 평생 건강을 누리는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건강수명의 연장과 소득별‧지역별 건강 격차를 낮추는 건강 형평성 제고를 총괄 목표로 정했다.
건강수명의 경우 제5차 종합계획부터 건강수명의 자료원을 기존 세계보건기구(WHO) 건강수명에서 국내 연구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2018년 기준 70.4세인 건강수명을 2030년까지 73.3세로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건강생활실천
담배 등 위해물질 규제를 강화하고, 취약계층과 생활터 중심으로 건강을 실천하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담배정의는 금연을 위해 확대한다. 기존에는 연초의 잎으로 제조한 것만 담배로 정의했지만, 앞으로는 ‘연초 및 합성 니코틴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담배와 전자담배 기기장치’까지 담배 정의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WHO가 발표한 OECD 평균 담뱃값 수준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고, 광고 없는 표준담뱃갑을 도입하는 등 가격·비가격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청소년‧대학생‧군인 등 미래 흡연 고위험군에 대한 흡연예방사업도 확대한다.
절주를 위해서는 음주를 조장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고위험음주예방 교육‧홍보 및 음주폐해예방을 위한 대책을 강화한다.
공공장소 음주규제 입법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 공공장소 금주구역 운영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주류 접근성 제한을 강화키로 했다.
주류광고 금지 내용 및 대상을 신설·확대하는 등 주류광고 기준도 개선한다. 이에 따라 7~22시에 이르는 주류광고 금지시간대를 적용하는 매체를 늘리고, 주류용기 광고모델 부착도 금지한다.
영양관리는 인구집단별, 만성질환 예방 측면의 영양 정책을 추진하고, 올바른 식생활에 대한 효율적인 정보 제공 체계를 구축한다.
영양플러스 사업 확대와 결식 예방과 채소 섭취 권장을 위한 캠페인 등을 실시한다. 만성질환별‧생애주기별 세분화된 영양소 섭취기준과 식생활 지침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가공인 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제공, 간편식 등에 영양 표시 의무화 등 건강한 식품 선택권 보장을 위한 환경도 조성한다.
더불어 활동적인 사람‧사회‧환경 구축을 위해 건강친화기업 인증제, 건강 혜택(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
건강생활 실천 여부에 따른 건강인센티브제, 직장인 신체활동 활성화를 위한 건강친화기업인증제를 도입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치과주치의 사업과 구강보건의료 공공 인프라 확충으로 구강건강 형평성을 제고한다.
이를 위해 아동‧장애인 치과주치의 사업 도입, 장기요양 환자 등 취약계층 방문 구강건강관리서비스 등 예방적 구강관리를 강화한다.
구강진료센터 확충, 보건소 구강보건실을 구강보건센터로 전환, 특수학교 구강보건실 설치 등 공공 구강보건의료 역량도 늘리게 된다.
정신건강증진
자살 고위험군, 정신질환자에 대한 조기 발견 및 개입을 강화하고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식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살 예방에 대해서는 고위험군 발굴 관리를 위해 공공-민간 협력을 강화하고, 일차의료기관에서 선별을 추진한다. 자조모임, 힐링프로그램, 상담치료비 등 예방서비스도 강화한다.
치매관리는 치매 조기 진단 관리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한다. 지역 노인복지관 협약 등을 통해 고위험군 선별검사 및 조기검진을 늘리고, 치매안심센터 기능 강화, 치매파트너‧치매안심마을을 확대한다.
알코올 사용장애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개입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로 알코올 사용장애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비율을 제고한다.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중독에 대한 예방교육을 활성화하고, 사회적 경각심 제고를 위한 다각적 홍보를 추진한다.
또한 정신건강서비스 접근성 강화를 위해 일차의료기관과 정신과 진료 연계체계를 구축한다.
비감염성질환 예방관리
암‧고혈압‧당뇨병 등 비감염성 질환에 대한 예방·사업과, 비만 유발 환경 개선을 위한 다부처-다기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암은 검진제도 개선 등을 통해 예방 가능한 암의 발생률을 줄일 방침이다.
대장암, 유방암 등 주요암 발생 예방을 위한 타 만성질환 및 건강증진사업과의 연계 협력 체계를 마련하고, 근거기반 암 검진 권고안을 개정하며 암 검진 제도를 재정비할 방침이다.
심뇌혈관질환은 예방부터 재활까지 연속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 확대와 통계관리를 강화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심뇌혈관질환의 선행질환의 예방관리를 위해 동네의원 중심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를 내실화한다.
전국 단위의 급성 심뇌혈관질환자 응급대응 및 진료역량 제고를 위한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확충하기로 했다.
비만은 대상자별 비만예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도비만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제고할 계획이다. 비만 유발 환경 개선을 위해 교육부, 식약처, 농림부 등 관계부처의 협력체계를 기반한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손상예방관리는 손상기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위한 손상감시체계 통합 시스템 구축한다. 또 소득별‧지역별 격차 완화를 위한 손상예방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손상예방관리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주요 손상기전 및 손상 취약계층 등 대상별 예방관리사업도 추진한다.
감염‧기후변화성 질환 예방관리
감염병 조기감지, 신속진단 등 감염병 대응 기술을 혁신하고 감염병으로부터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결핵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이동 결핵검진, 복약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결핵 연구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결핵균 감염경로 추적시스템도 운영한다.
에이즈는 에이즈 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취약군 대상 검진을 활성화한다. 감염인 진료비 지원도 강화한다.
또한 감염병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신종감염병 감시 및 대응체계 확립과 국가 예방접종지원의 질 제고를 추진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전자검역체계로 전환하고, 해외감염병을 보다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다. 권역 질병대응센터,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진단검사도 확충한다.
감염병 관련 어린이 예방접종의 국가지원을 확대하고, 예방접종 DB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의료인 참여를 통해 추가접종이나 누락접종을 확인한다. 백신 조달과 공급 체계도 개선한다.
기후변화성 질환의 감시·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기후보건영향평가를 추진한다.
인구집단별 건강관리
영유아‧청소년에 대한 건강 성장 지원으로 평생건강의 토대를 마련하고 취약집단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태어나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고위험 산모신생아 의료체계를 개선하고, 영유아 사망·장애 예방 검진을 확대한다.
아동·청소년을 위해서는 발달단계별 맞춤형 건강증진교육을 제공하고, 학교 주변 금연거리를 지정하기로 했다. 고카페인 식품 판매제한 등 건강유해요인 개선을 통한 건강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아동·청소년 검진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취약 여성의 건강보호를 위해서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확대하고, 임신고민 여성에게 의료·심리지원, 결혼이민자·청소년을 대상으로 산모 지원을 강화한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방문건강관리사업 정보통신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일차의료기관에서 노인성 질환 관리와 방문진료를 활성화한다.
장애인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을 확대하고, 필수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강화한다. 장애인 건강통계와 지식정보를 산출하며,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한다.
근로자 건강을 위협하는 산재, 장시간 근로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 과로사 고위험군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군인은 군별, 부대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군 내 감염병 대응을 강화한다.
건강친화적 환경구축
모든 정책에 건강 측면이 고려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건강정보 접근성 향상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 분야 및 모든 정부부처, 지자체 대상으로 건강영향평가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시행을 추진한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중재, 건강 형평성 개념을 반영한 국민건강증진법을 전면 개정한다.
건강정보 이해능력 조사도구 개발 및 주기적 실태조사 추진, 건강정보 종합 포털을 통한 건강정보 제공 등을 통해 건강정보 이해력을 향상시킨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보건소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를 확대하고, 건강관리서비스 선택에 도움을 주는 인증제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지역 공공 보건의료-일차의료-돌봄 등을 연계하는 스마트 건강도시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건강위해품목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수준과 대상을 연구·논의하고, 심의위원회 기능을 내실화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향후 10년간의 국가 건강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담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발표를 계기로, 국정과제인 예방중심 건강관리 지원을 더욱 구체화할 것”이라며 “모든 정책 영역에서 건강을 고려하는 건강친화적 환경 구축을 위해 관련 부처와 지자체, 다양한 분야의 주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종합계획 수립위원회의 민간위원장인 최보율 한양대 교수는 ”이번 종합계획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UN의 지속발전계획(SDGs), WHO의 건강증진과 건강형평성에 대한 관점 등 국제적 흐름이 많이 반영됐다“며 ”우리나라 자체적인 건강수명 지표개발을 통해 그간 관심이 적었던 건강형평성 측면을 고려할 수 있게 된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고 전했다.
이주영
202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