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서정진 회장 "트럼프 리스크, 셀트리온 위기 아닌 성장 기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과 맞물려 미국 의약 정책 변화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약가 인하 행정명령과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셀트리온그룹은 15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제약산업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과 주요 이슈에 대한 견해를 직접 밝혔다. 간담회에는 서정진 회장이 참석해 미국 시장에 대한 해석과 자사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현재 미국 정부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높은 약가 문제를 지적하며, 관련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업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했지만, 셀트리온은 정반대 시각을 내비쳤다.서 회장은 "미국 내 약값이 높은 이유는 오리지널 중심 유통 구조와 PBM(처방 혜택 관리자)의 과도한 마진 구조에 있다"면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유럽보다 낮은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공급되고 있어, 이번 약가 인하 정책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이어 그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 제품 웹 프라이스 대비 약 9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라며 "이와 같은 가격 혜택이 환자나 병원이 아닌 보험사나 PBM에 귀속되는 현재 유통 구조는 매우 비효율적이며, 이러한 구조가 개편된다면 오히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서 회장은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유럽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사례는 없으며, 미국 내 리스팅(Listing)도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셀트리온은 선제 대응 체계를 이미 마련해뒀다. 서 회장은 "미국 정부가 조만간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셀트리온은 미국과 유럽의 CMO(위탁생산기관)와 완제품 생산 계약을 체결해 대응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특히 그는 "현재 미국 내 CMO에서는 연간 최대 600만 바이알, 유럽에서는 200만 바이알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며 "한국에서 완제품을 직접 수출하지 않기 때문에 관세 부과 시점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품별로 최소 15개월, 최대 21개월 분량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2026년 말까지는 관세로 인한 실질적 영향이 없고, 이후에도 추가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공장 투자 여부를 연말까지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미국 공장은 10만ℓ 규모에 약 2조 원이 소요되고, 인건비도 한국보다 최소 70% 높아 자동화가 필수"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원료의약품(Drug Substance)은 한국에서 생산하지만, 최종 완제는 미국과 유럽 CMO에서 제조하는 분산 생산 구조 덕분에 관세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셀트리온은 이번 미국 정책 변화가 단기적 시장 변동성을 불러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구조적인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3상 임상 데이터를 면제하고, 1상 데이터 및 실사용(real-world) 근거만으로도 허가를 부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서 회장은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오해 탓에 국내 제약 업계 전반에 주가 하락이라는 불합리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 치료제를 수출하고 있는 회사는 셀트리온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그럼에도 시장 전체가 위기인 것처럼 해석되는 것은 정보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날 간담회에서는 주주 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도 재확인됐다. 서 회장은 "EBITDA의 3분의 1은 주주 환원에 사용할 방침이며, 필요할 때 올해 추가로 700억원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주주인 본인을 비롯해 스킨큐어, 셀트리온홀딩스도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상태다.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기업의 연속적인 성장과 주주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고자 한다"라며 "약가 인하나 관세와 같은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이를 오히려 성장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적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권혁진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