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중증도 분류체계 모호…‘마른 수건 쥐어짜기’ 될 것”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이 중증도 측정 문제 등으로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울산대병원 옥민수 교수는 26일 ‘국민 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가 경실련 강당에서 개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옥민수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 사업: 의료기관 책무성 향상을 위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유현정 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지부장, 이윤옥 세브란스병원노조 고충처리부장, 박종훈 고대의과대학 교수, 장원모 서울보라매병원공공의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쟁점과 실천 과제를 설명했다.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사업은 중증 진료 비중을 높이자는 것으로 현행 50% 수준인 중증환자를 70%로 높이는 것이며,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진료협력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아울러 상종병원이 규모확장보다 의료질 제고에 집중하도록 일반영상을 줄이자는 것으로 지역, 현행병상수, 현행중증 환자 진료실적 등을 감안해 일반 병상의 5~15%를 축소하는 것이다. 인력은 감소없이 현행 규모를 유지하되 숙련된 인력을 배치하며 전공의에게 수련생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구조 전환을 위해 재정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이에 대해 옥 교수는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에 초점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 기준점을 삼기가 쉽지 않고 중증도 분류 체계가 정확하지 않아 ‘마른 수건 쥐어짜기’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지역친화도 지표를 도입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추가적인 전략을 통해 지역완결적 보건의료체계 정립을 위해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진료협력 수준을 고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토론자로 참여한 유현정 지부장은 “의사 집단진료 거부 이후 환자들의 불만을 남은 의료진이 오롯이 감당했고, 전담간호사가 서울병원은 50명, 목동병원 110명이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정안이 발표되고 현장에서는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데, 대형병원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자는 제안, 증증도 측정의 문제, 환자의 신뢰성 구축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아울러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 내용이 지나치게 의사중심으로 되어 있는데 그 외 진료 역량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정책 수립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장원모 교수는 “사실상 공공과 필수는 같은 의미이며, 공공과 민간의 격차, 수도권과 비수권의 격차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는데 현실에서는 비수도권의 공공병원이 가장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박종훈 교수는 “현재의 상급종합병원은 ‘박리다매’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지역의 병원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실손의료보험에 기댄 과잉진료, 전공의들의 중증질환에 대한 기피 현상, 전달체계가 무너진 지 오래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박 교수는 “지표관리 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태에 대해서는 “이렇게 장기화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이런 상태가 내년까지 간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이렇게 전혀 접점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주영
202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