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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치료 중요한 '파브리병'…"인식·보험 환경 개선됐으면..."
파브리병은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각각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 외 적합한 치료법이 없었다. 하지만,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 치료제의 등장 이후 치료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파브라자임(아갈시다제베타)은 파브리병의 원인이 되는 GL-3를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징후와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소대체요법제제다. 2001년 유럽의약품청(EMA), 2003년 미국식품의약국(FDA) 및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의 승인을 받았다.아갈시다제베타는 지난 20여 년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40개 이상 국가에서 7000명 이상의 파브리병 환자에 대한 연구 레지스트리가 구축됐다. 이를 통해 25편 이상의 연구들도 발표됐다. 또한 출간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201건의 자료를 통해 아갈시다제베타의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한 바 있다.국내 파브리병 환자 치료에는 아갈시다제베타 등 효소대체요법 치료제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약업닷컴은 최근 서울 용산에서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장내과 배은희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브리병 최신 치료 현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배은희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진행된 2024 ECHO 360 심포지엄 발표를 통해 아갈시다제베타 치료에서 환자별 맞춤 용량 선택이 치료 효과를 최적화하는 데 핵심적인 전략으로 소개했다. 또한, 아갈시다제베타의 장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별이나 유전자형(genotype)에 관계없이 긍정적인 임상 지표를 일관되게 나타내는 유효성을 확인하며, 아갈시다제베타를 1차 선택제로 고려할 수 있는 근거라고 덧붙였다.아래는 일문일답.Q.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 상황인가?의사들 사이에서도 '파브리병’은 질환의 특징적 소견에 해당하는 층판소체(zebra body)로 알려져 있었다. 이는 전자 의무기록에서 나타나는 특정 소견으로 시험 문제에 자주 출제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외워야 하는 질환명으로 여겨졌었다. 몇 년전부터 학회와 제약사 중심으로 파브리병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실제로 환자 발굴이 증가했다.파브리병은 유전병이기 때문에 환자가 진단되면서 환자 가족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하고 증상도 함께 고려하여 최종 진단하고 있다. 마치 고구마 줄기를 캐듯이 확대되고 있다.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이전에 우리가 간과했던 증상들이 실제로는 파브리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강연이나 학회에서 이러한 정보를 접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실제로 병을 발견하고 치료를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Q. 최근 2024 ECHO 360에서 파브리병 환자의 효소대체요법 치료제에서 적정 용량 투여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는데?효소대체요법 치료제는 아갈시다제베타와 아갈시다제알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아갈시다제알파는 용량이 적고(0.2㎎/㎏), 아갈시다제베타는 상대적으로 용량이 많다(1㎎/㎏).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갈시다제베타와 아갈시다제알파를 각각 투여하거나 교체 투여했을 때, 아갈시다제베타를 사용하는 환자군에서 아웃컴(outcome), 즉 예후가 더 좋았다.실제 임상 현장에서 아갈시다제베타 사용 중 아갈시다제알파로 교체 투여를 시도했다가 다시 아갈시다제베타로 돌아온 환자도 있다. 당시 환자를 대상으로 파브리병 바이오마커인 축적된 세포 내 당지질인 Lyso GL3 검사를 진행했는데 수치가 예전보다 높아졌다. 즉, 아갈시다제알파로 진행한 효소대체요법 치료가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Lyso GL3 수치가 절대적인 바이오마커는 아니지만, 파브리병 환자에게는 중요하다. 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됐다면 수치도 이전과 비슷했을 것이다.이처럼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의 상태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제 선택이 변경될 수 있지만, 치료제 투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효능이 입증된 아갈시다제베타를 투여 받는 것을 권장한다.어떤 환자들은 유전자 변이로 인한 임상적 영향이 경미한 반면, 유전자 변이로 인한 임상적 영향이 심각한 환자들은 효소를 전혀 생성하지 못해 상태가 매우 심각하고 질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더 높은 용량의 치료제가 적합한 반면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낮은 용량도 괜찮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Q. 파브리병 치료제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2019년에 경구용 치료제(미갈라스타트)가 출시됐다. 많은 환자가 편의성 때문에 경구용 치료제를 선호한다. 하지만 경구용 치료제는 모든 환자가 복용할 수 없다. 경구용 치료제는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샤페론(pharmacological chaperone)으로 특정 순응변이를 보유한 환자만 복용할 수 있다.또한, 경구약으로 치료하더라도 증상이 다시 나타나거나 악화되면, 아갈시다제베타로 전환해야 할 수 있다.치료할 때, 기본적으로 아갈시다제베타가 기준이다. 그리고 환자의 편의성, 유전자 변이 상태, 증상 등을 고려하여 약물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새로운 약물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상태가 악화된다면, 다시 원래의 아갈시다제베타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치료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Q. 파브리병 약제 급여 기준에서도 매 6개월 마다 Lyso-Gb3 검사를 환자 예후 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발표에서 Lyso-GL-3와 GL-3 수치를 주요하게 본 이유는 무엇인가? 그 밖에 관찰해야 하는 주요 지표가 있다면?증상에 따라 보는 지표가 다르다. 예를 들어 신장에 유독 증상이 뚜렷히 나타날 경우 먼저 환자의 단백뇨를 확인한다. 단백뇨는 파브리병뿐 아니라 신장 기능이 저하될 때 나타나는 초기 신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장이 많이 손상되면 단백뇨 수치가 증가하고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하게 된다. 파브리병 환자의 신장 손상을 평가할 때는 단백뇨를 중요시 관찰하며, 효소대체요법 치료제 건강 보험 급여 기준에도 단백뇨 수치가 포함되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단백뇨가 있어야만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심장 관련 증상으로는 심전도의 이상이나 심장 벽의 비대 등이 있으며, 이러한 수치들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우리 몸에는 Lyso-GL-3가 정상적으로 분해돼야 하지만, 정상적으로 분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Lyso-GL-3가 축척 된다. 파브리병은 조직과 혈액 내 GL-3와 Lyso-GL-3가 축척 되는 질환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 Lyso-GL-3 수치를 확인해 질병 진행 상태를 볼 수 있다. 즉 파브리병의 기본적인 바이오마커다.Q. 임상 사건 발생률에 대한 연구도 소개했다. 파브리병 환자에게 임상 사건 발생은 어떤 영향을 주는지? 효소대체요법 치료로 임상 사건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지?임상 사건 발생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브리병의 경우, 증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주요한 임상 사건으로는 뇌졸중, 심부전, 그리고 말기 신부전이 있다. 이 세 가지를 주요한 ‘임상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발표 내용 중 한 연구는 파브리병 환자들 중 효소대체요법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 아갈시다제알파를 사용한 환자군과 아갈시다제베타를 사용한 환자군의 치료 결과를 비교했다.연구 결과, 아갈시다제알파 투여군은 효소대체요법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 보다 나은 결과를 보였고, 아갈시다제베타 투여군은 아갈시다제알파 투여군보다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이는 아갈시다제베타 투여군에서 사건 발생이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갈시다제알파 투여군은 효소대체요법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과 아갈시다제베타 투여군의 결과 사이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나라에서 발표된 데이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대한신장학회 산하의 파브리병연구회는 파브리병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 우리나라 데이터를 분석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집된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요청해 분석을 시도했으나,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전체 파브리병 환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최근 미갈라스타트, 아갈시다제알파, 아갈시다제베타를 사용하는 환자 비율 등을 분석하여 발표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국내 데이터를 통해서는 정확한 비교는 어려워 추가적인 데이터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Q. 효소대체요법은 파브리병 치료 환경 개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30년 전에 한 환자가 단백뇨가 발견되어 사구체 원인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조직 검사를 진행하게됐다. 조직 검사를 통해 층판소체가 발견되어 파브리병을 진단받게 되었지만, 국내에는 치료제가 없어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가야 했다.10년 후 환자는 자신의 병에 대해 스스로 많은 정보 수집을 통해 국내에 파브리병 치료제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러 왔다. 그때부터 치료가 가능해서 파브리병 환자들에게 치료의 길이 열렸다.특히, 소아과 환자들은 어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고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치료의 유무는 환자들의 예후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Q. 파브리병 치료에 있어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남아 있는지?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조언한다면?처음에는 제약이 거의 없었다. 비싼 약이지만 환자가 많지 않아서 치료제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와 환자 모두 치료제에 대해 알게 되면서 환자가 급증했다.특정 기준이 설정되면서 건강 보험 급여가 제한되면서 파브리병 환자 중 자신의 병을 알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어느 정도 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만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의사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콩팥은 손상에 비가역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능하고, 단지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칠 뿐이다. 그러면 결국 상태가 악화되는 것이다.증상이 없는 파브리병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약을 처방받았다면 그 상태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이미 외국의 연구에서도 입증된 사실이지만 보험 규정 때문에 조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는 파브리병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담당 의사들에게 큰 어려움이 되고 있어 상황을 좀 더 강조하여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Q. 가족 중에 파브리병 환자가 있다면 가족 전체가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가족 중 파브리병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가족 전체가 검사 받는 것이 기본이다.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들이 유전병을 숨기려고 한다. 파브리병은 치료제가 있으며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임상 사건 발생 등을 지연시킬 수 있다. 진단과 치료를 늦출수록 몸에 Lyso-GL-3은 축적되어 임상 사건 발생률이 높아진다. 파브리병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대한신장학회에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가족들이 주변의 가족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진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또한, 진단이 이루어진 후에는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문제로 인해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안타깝다.마지막으로, 치료제에 관해서는 아갈시다제알파와 아갈시다제베타와 같은 약물이 상황에 따라 사용될 수 있지만, 현재 국내 출시한 효소대체요법 치료제 중 유일하게 FDA 승인도 받은 아갈시다제베타 1㎎/㎏가 가장 표준적인 용량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윤수
20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