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미국,‘혈액배양용 병’ 부족 '비상'...공급망 취약성 또 ‘대두’
미국 내 혈액 배양용 병(Blood culture bottle) 부족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의료기기 기업 벡톤 디킨슨(Becton Dickinson, 이하 BD)사가 자사 공급망 문제로 해당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 6월부터 미국 주요 의료기관과 실험실 등에 ‘혈액 배양용 병’(의료기관에서 혈류 감염을 검출하고 확인하기 위한 혈액 샘플을 수집하는 데 사용하는 특수 용기) 제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의료계에 공급망 취약성이 또 거론되며,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안정성 확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코트라 미국 뉴욕무역관이 8월 30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혈액 배양 병 부족 사태 발생 이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미질병통제예상센터(CDC)는 지난 7월 23일 보건 경보 네트워크(Health Alert Network, HAN)를 통해 건강 주의보(health advisory)를 발령하고, BD의 혈액 배양 병 부족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CDC는 의료 기관과 의료업계 종사자, 연구실 등을 대상으로 혈액 배양용 병 불필요한 사용을 자제하고, 각 기관과 연구실 등에서 효율적으로 혈액 배양용 병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연구소와 실험실 절반 정도가 BD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현재 미국 의료업계는 혈액 배양용 병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뉴욕 한 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코트라 뉴욕 무역관과 인터뷰에서 “CDC 지침 이후 병원 내에서도 별도 혈액 배양 검사에 대한 지침이 마련됐다”며 “상황이 지속된다면 혈액 배양 검사와 관련해 일반적인 수준의 환자 케어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BD사 생산 차질로 이어진 플라스틱 병 공급 문제보고서에 따르면 BD사는 혈액 배양용 병 부족사태가 발생한 지난 6월 말까지 만해도 동 사태가 조속히 해결 될 것이라고 안내했으나 7월 초에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상황을 점검하고, 현 상황이 최소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BD사 측은 박텍 고유 플라스틱 바이알 공급 문제로 혈액 배양용 병 부족사태가 촉발됐다고 설명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STAT는 BD사 소식통을 인용해 BD사가 인디애나주 한 제조업체로부터 바이알을 공급받고 있으며, 이 기업이 유일한 바이알 공급선이라고 보도했다. 또 BD사가 인디애나 제조기업 외 또 다른 공급선을 찾고 있으나 목이 긴 병 고유 디자인과 지적재산권 등 문제로 신규 공급선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BD사 측은 독일 기업으로부터 유리병을 공급받아 오는 9월경 공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D사는 미국 시장에서 업계 리더로 꼽히고 있으며, 테루모(Terumo), 비오메리으(BioMérieux)가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기업에 포함된다. BD사 제품을 사용하던 의료기관과 연구소들은 현 사태에 대응해 타사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도 각 사 병 고유 디자인 때문에 회사 시설이 보유하고 있는 기기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사실상 DB사 공급이 정상화되기를 기다리는 것 외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의약품,용품 부족 모니터링..다국적 기업 협업 기회 모색-진출 고려해야”코트라 김동그라미 특파원은 “ 이번 혈액 배양용 병 수급 차질 사태로 미국 의료업계 공급망 취약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감염병 전문가이자 생명윤리학자인 의사 매튜 위니아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유일한 제품 공급원에 의존했을 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취약한 공급망과 그로 인한 부족 현상에 대해 오랜 기간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밝혔다. 또 과거 미국 주요 IV 식염수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모든 보고서가 납품처를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다변화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미국 내 IV 식염수 부족 사태는 수요 43%를 생산하는 박스터가 허리케인으로 푸에르토리코 공장 운영을 중단하면서 발생했다.김동그라미 특파원은 “ 미국에서 의약품이나 관련 용품 부족현상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 시설 기반 마련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뜻이 모아지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것이 업계 측 입장”이라며 “우리 기업은 미국 의료업계의 의약품이나 관련 용품 부족 현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다국적 기업들과 협업 기회를 모색하거나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미국 혈액 배양용 병 시장 규모는 52억 달러 규모로 오는 2026년 7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미국 혈액 배양용 병 수입 규모는 2억8484만 달러로 전년대비 13.4%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020년 전년대비 112.5% 증가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규모가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억8996만 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캐나다, 프랑스, 폴란드, 영국, 독일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수입 시장의 69.7%를 차지한다. 한국 대미 수출액은 452만 달러로 전년 대비 86.6% 급감했으며, 수입 시장 점유율은 8.7% 포인트 가량 감소한 1.6%를 기록했다.미국 혈액 배양용 병 수입 단가는 2024년 1분기 49.65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2분기 이후 40달러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ASHP(미국보건시스템약사회)의 미국 내 부족 의약품 리스트 확인 가능 웹사이트: https://www.ashp.org/drug-shortages
이권구
20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