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비급여 정보공개, '공개' 방점…관리강화 오해 말아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에 의료계가 연일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의료 선택권 강화라는 명분 아래, 실은 비급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대 목소리는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 역시 정책에 대한 의지를 꺾고 있지 않아 진통은 한동안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공인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과장은 지난 13일 열린 ‘비급여 제도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완화시키고 의료계를 옥죄는 목적이 아닌 공개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충분히 의료계 현장 상황을 수렴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협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개최된 보건의료발전협의체(보발협) 제12차 회의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 단체들이 비급여 정보공개에 대한 부담과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의료계 대응과 백신접종 확대 등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정보공개를 위한 자료 제출이나 행정업무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공 과장은 “이필수 의협 회장은 업무가 더 바쁘고 힘들어지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을 ‘트윈데믹’이라고 표현했다. 비급여 공개 확대나 보고 제도 시행에 대해 충분히 현장 상황을 수렴할 수 있도록 협의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다양한 의료기관 별로 간담회를 통해 행정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들어볼 예정”이라며 “이용자 측 주장도 중요하다. 이용자 측에서도 어떤 정보를 실효적으로 받고 싶어하는지, 그런 정보를 실제 만들거나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보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고 받는 자료의 범위 설정이나 실효적 정보가 무엇이냐의 의견, 그리고 의료계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부분은 이용자관리협의체를 통해 수렴하고 별도로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의료계와 환자들의 합리적 의료이용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정보를 의료기관이 제공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가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골라서 공개하는 제도이다 보니 다양한 이해당사자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비급여관리협의체가 이 논의를 주도하고 공식적인 직역 대표나 이용자, 의료계 대표나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자리여서, 이를 통해 세부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필요하면 건정심에서도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원급, 병원급에서 다음달과 오는 7월 비급여를 보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물리적인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 과장은 “현장에서 두가지를 헷갈려 하는 것 같다. 공개 제도는 지난해 9월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돼서 올해 3월 공포됐고 항목이나 내역에 대한 빈도를 자율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협의됐다. 이에 대해서는 고시한 대로 자료 제출 요청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 자료는 지난달 19일부터 의원급부터 다 안내됐다. 제출 기한이 설정됐고 공표에 대한 일정도 오는 8월 18일로 돼 있다. 충분한 의견 수렴은 고시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이는 보고제도의 경우 하위법령이 대부분 고시에서 확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고시로 위임이 되기 때문에 고시 안에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제출하는지 현장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복지부의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의료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행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소비자나 환자 단체는 비급여의 전체적인 상황, 규모, 변화에 대해 계속 봐야한다는 입법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모두 공감하는 부분은 실효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선별하기 위한 재료로서 어떤 자료를 제출하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의료계 부담을 줄이는 방법과 실효적 재료 범위 설정 방법을 협의하는 게 큰 숙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감정보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보고 범위를 설정하려고 한다”며 “공급자나 이용자 모두 개인정보는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기술적인 방법이든 범위 설정이든 오해 없도록 할 예정이며, 특히 미용성형 영역과 개인‧민감 식별정보는 보고 범위 내역에 포함시키지 않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개에 방점이 찍혀있는 제도”라고 일축했다. 그는 “정보 비대칭 때문에 합리적인 이용과 선택,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이 의료재의 특성이다 보니 결국 공개로 방점이 찍혀있다”며 “공개를 잘하기 위해 자료를 뭘 받을지의 문제가 있다. 의료기관별로 보고받는 자료를 다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비급여 보고내용이 개선되면서 항목, 기준, 금액 등 제출내용에 상병, 수술명, 산정특례 등 '진료내역 등'이 추가로 신설됐다. 이를 통해 공 과장은 비급여 공개가 소비자에게 비급여 비용뿐만 아니라 환자상병, 수술‧시술명 등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의료기관별로 표준화 되지 않은 항목을 보고하는 경우 혼선을 야기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의 실효나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계 쪽에서 우선 상당 수준의 표준화된 부분을 선별해서 확대해야 한다”며 “이번 공개 항목을 조정하면서 표준화되지 않은 부분은 확대하면서 제외시켰다. 공개 항목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비급여가 새롭게 계속 생기는데 일반적인 검사 영역은 표준화가 돼 있어서 명확하다. 표준화가 덜 되어 있는 부분은 공개할 때 협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계와 계속 협의하고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넓게 하는 측면이 아니고 명확하고 혼선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왜 사적영역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지 불만을 갖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의무화시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현황 파악에 따른 실효성 있는 정보공개를 위한 것”이라며 “공개에 방점이 찍혀있으며 공개하는 것이 끝이다. 다른 목적으로 쓸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공인식 과장은 “의료기관들이 비급여를 통해 새로운 의료기술, 치료방법, 새로운 약제에 대한 도입을 속도감 있게 도전적으로 제공하는 긍정적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다만 비급여 영역 중 합리적이지 않은 영역을 줄여주는 것이 정부와 의료계, 소비자가 공조해서 끌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 환자가 될 수 있고 모두가 의료 이용의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적정하고 합리적 이용 장치로서의 비급여 관리제도로 보는 것일 뿐, 관리 강화를 위한 울타리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합리적 이용 제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의원급으로 확대되는 부분, 보고 의무 신설 과정에서 의료계가 코로나19 상황에서 행정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공감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현장 의견을 성실하게 수용해 협의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해는 안 하셨으면 한다. 이 제도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보고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없는 것을 전해졌다. 정부는 현장 상황을 고려해 고시에 보고 시점을 일부 협의해 담을 예정이다.
그는 “시대 변화에 따라 모든 영역의 정보는 고도화되고, 그것을 검색해 활용하는 역량은 좋아지고 있다. 시대, 정보의 생산, 유통 활용 환경에 맞춰 보건의료 정책 안에서도 비급여 정보를 다루고 있지만, 누가 어떻게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여가면서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이 있다”며 “비급여 정보도 하나의 완전한 정책은 아니다. 적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이용하는 것에 맞춰서 윈윈할 수 있도록 합의안이 도출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확대하는 중요한 시기에 의료계의 정보 제출 부담, 이용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에 공감한다”며 “이용자, 공급자, 업무를 실제 추진하는 현장 담당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영
202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