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말 한마디가 치료 좌우"…당뇨 극복 위한 편견 깨기 캠페인 펼쳐져
“당뇨로 고생하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그를 무심코 재단하기보다는 작은 응원과 이해가 치료 의지에 큰 힘이 된다.”애보트(Abbott)가 최근 공개한 당뇨 인식 개선 캠페인 ‘Above the Bias’는 당뇨병 환자들이 편견으로 인해 겪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당뇨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환자들은 병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편견’이라는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이에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편견 때문에 당뇨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거나 숨긴다’에 두고 있다.애보트가 2600명 이상의 글로벌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뇨 환자 중 40%가 부정적인 시선과 선입견으로 인해 치료나 관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약 70%의 응답자가 ‘당뇨에는 뚜렷한 사회적 낙인(stigma)이 존재한다’고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애보트가 이번 캠페인을 위해 제작한 1분가량의 영상은 무심코 뱉은 말들이 환자에게 어떤 부담으로 작용하는지를 표현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일상적인 회사 생활, 가족 식사, 병원 진료에 이르기까지 ‘당뇨인이면 단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거나 ‘혈당은 체크해봤느냐’라는 식의 말과 시선에 시달린다.이때 퀸(Queen)과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명곡 ‘Under Pressure’를 배경음악으로 활용, 쌓여가는 편견의 무게와 당사자의 심리적 압박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영상 후반부에는 결국 병원 진료실에서조차 쌓인 비난의 메모들에 짓눌려 문 밖으로 나서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는 응답자의 40%가 경험했다는 ‘치료 포기’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애보트 측은 설명했다.그 밖에도 애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25%의 당뇨 환자들은 가족이나 친지에게조차 병을 알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정적 인식과 조롱 섞인 농담, ‘식이요법을 안 지킨 탓’이라는 뿌리 깊은 오해가 서로 다른 이유로 작용해 환자들이 스스로를 더 숨기고 움츠러들게 만든다는 설명이다.특히 SNS나 대중매체에서 흔히 보이는 “이거 먹으면 당뇨 온다”라는 농담은 직간접적으로 환자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보트가 진행한 생체신호 분석(바이오메트릭) 결과에서도, “당신 그런 것 먹어도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는 면접이나 소개팅처럼 긴장도가 높은 상황과 비슷한 수준으로 심박수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애보트는 혈당 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 등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해왔지만,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단순히 기술만으로는 당뇨 관리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미국 애보트 당뇨케어 사업부의 케이티 워커(Katie Walker)는 “사람들의 무심한 말과 잘못된 인식이 당뇨 관리의 본질적 걸림돌이 된다”며, “우리는 당뇨 환자에게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들이 맞닥뜨리는 사회적·심리적 장벽까지도 허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이번 캠페인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당뇨 환자들의 생생한 경험담, 당뇨 편견을 없애는 방법에 대한 팁, 그리고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는 퀴즈 등이 마련돼 있다. 실제로 이번 영상은 공개 직후 폭넓은 관심을 끌며 이미 58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애보트는 캠페인 메시지는 단순히 당뇨 환자들에게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워커는 “미국만 해도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를 앓는다”며, “모두가 당뇨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건넨 작은 관심이 치료 의지를 북돋울 수도, 반대로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최근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 인구는 5억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역시 빠른 속도로 당뇨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확산일로에 놓인 당뇨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건강 관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따라서 애보트의 ‘Above the Bias’ 캠페인은 단순한 질병 정보 제공을 넘어, 사회가 함께 만들 수 있는 환경과 인식 변화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애보트는 영상이 던지는 무거운 메시지는 “정말 필요한 것은 환자를 지나치게 보호하거나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 속에서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공감과 배려”라고 강조했다.
최윤수
202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