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임상
[인터뷰] 강현식 교수, "반감기 연장 제제, 혈우병 환자 삶의 질 바꿨다"
강현식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제주대병원 희귀질환센터와 B형 혈우병 반감기 연장제제 알프로릭스에 대해 알아봤다. © 제주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혈우병과 같은 희귀질환은 환자 선택권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치료 옵션 확보와 치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치료의 질을 향상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현식 교수는 혈우병과 같은 희귀질환은 환자와 가족이 보다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좋은 치료제를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혈우병이란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인한 출혈성 질환이다. X 염색체에 존재하는 혈액응고인자 8인자와 혈액응고인자 9인자의 결핍이 가장 흔하며 각각 A형 혈우병, B형 혈우병으로 불린다. 치료제의 발달과 예방요법의 보편화로 혈우병 환자도 이제 ‘출혈 0(Zero Bleeding)’를 누리며 일반인과 같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반감기 연장 제제의 등장으로 맞아야 하는 주사 횟수는 줄어들고, 더 높은 혈액응고인자 최저치(Trough Level)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활발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제주도에는 혈우병 환자수가 적지만 치료제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제주대학교병원이 2021년 2월 희귀질환 제주권역 거점센터로 지정되면서 혈우병 치료제 옵션이 다양해져 환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 약업닷컴은 강현식 교수와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희귀질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주대학교병원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치료제들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Q.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의 수는 어느 정도 인가? 제주도 내 환자는 얼마나 되나?한국혈우재단에서 2020년 발간한 ‘2019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국내 혈우병 환자는 약 2500명 정도다. 이 중 A형 혈우병은 1746명으로 69.6% 정도이고 나머지가 B형 혈우병으로 434명 정도다 제주도 내 A형 혈우병 환자는 약 10명, B형 혈우병 환자는 5명 이내로, 국내 전체 혈우병 환자의 0.6% 정도로 그 숫자는 많지 않다.Q. 제주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제주대학교병원은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제주도의 유일한 희귀질환 제주권역 거점센터로 2021년 2월 지정됐다. 도내 희귀질환자들의 진료 네트워크 강화, 질환상담, 교육을 통한 지역사회 희귀질환자 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희귀질환 특수 클리닉, 희귀질환자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재활 치료와 연계해 질환 관리를 돕고 있으며, 지역 내 전문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보급 등을 진행하고 있다.Q. 제주 지역 혈우 사회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제주도에 거주하는 혈우병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치료 옵션을 구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사용 가능한 A형 혈우병 치료제 4종, B형 혈우병 치료제는 2종 등 총 6가지의 혈우병 치료제를 취급하고 있다. 이 중 A형 혈우병 치료제는 표준 반감기 제제 등 2종, B형 혈우병 치료제는 반감기 연장 제제 등 2종, 총 4의 혈우병 치료제를 상시 비치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은 희귀질환 제주권역 거점센터로서 앞으로도 혈우병 환자를 포함한 제주 지역 내 희귀질환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Q. 현재 국내에서 사용중인 B형 혈우병 치료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국내 B형 혈우병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는 최초의 반감기 연장 제제인 알프로릭스와 표준 반감기 제제인 베네픽스, 릭수비스, 훽나인 등이 있다.B형 혈우병 환자가 사용하는 기존 표준 반감기 제제는 반감기가 18~24시간 정도다. 때문에 환자의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1%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25~40IU/kg의 혈액응고인자를 주 2회 정맥 투여해야 했다. 그러나 반감기 연장 제제의 등장으로 이제는 주 1회 50IU/kg 또는 10~14일 간격으로 1회 100IU/kg 투여만으로도 질환 관리가 가능해졌다.현재 혈우병의 표준 치료로 자리잡은 예방요법은 혈우병 환자의 출혈 빈도뿐만 아니라 관절 출혈을 예방해 관절 손상을 막아준다. 세계보건기구와 세계혈우연맹에서 예방요법 시행을 권고하고 있는 이유다.특히 혈액응고자 활성도가 1% 미만인 중증 혈우병 환자의 경우 관절 질환이 발병하기 전인 3세 이전에 시작할 것을 권고하며, 활발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선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를 3~5%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Q. B형 혈우병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은?예방요법 시 요구되는 빈번한 주사 횟수는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다. 성인 환자를 비롯해 청소년 환자들에게도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표준 반감기 제제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한 B형 혈우병 환자들 10명 중 4명이 ‘치료 부담을 덜기 위해’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이외에 ‘기존 치료의 효과 부족’ ‘정맥주사의 어려움’ 등을 치료제 전환의 이유로 들었다.Q. 표준 반감기 제제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한 환자가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은?예방요법은 혈액응고인자 활성도 수치가 1% 이상인 중등증 혈우병 환자에서 자발적 출혈은 더 낮게 나타나면서도 관절 기능은 더 잘 유지된다는 점에서 착안해 출발했다. 예방요법을 시행하면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1~5% 정도로 유지해 출혈 예방 외에도 혈우병성 관절병증 등 합병증 발생을 낮춰준다.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통증 완화, 정형외과 수술 필요성 절감, 병원 방문 빈도 및 입원 기간 단축 등을 통해 혈우병 환자들이 사회 활동에 더 활발히 참여할 수 있게 된다.특히 B형 혈우병 환자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 예방요법을 시행하면 투여 횟수 및 치료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액응고인자 최저치(Trough level) 또한 높게 유지해 혈액응고인자 활성도 수치가 1%에 도달하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이전에는 표준 반감기 제제로 출혈 시 보충요법을 시행했으나 반감기 연장 제제로 예방요법을 하고 나서 출혈 없이 질환이 잘 관리되고 있다. 주 1회 투여만으로 출혈이 잘 조절되고 있어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의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한다.Q. 반감기 연장 제제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은? 임상 시험을 통해 보고된 주요 이상 반응으로는 두통, 구강지각이상 및 폐쇄요로병증이 있다. 약물 이상반응으로 임상시험을 중단한 대상자는 없었다. 또한 약으로 인한 저해제 및 아나필락시스의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다.Q. 실제로 반감기 연장 제제 사용 경험을 기반으로 치료 효과를 평가한다면?실제 임상 현장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 예방요법으로 전환한 환자는 출혈 없이 질환이 잘 관리되고 있어 환자의 만족도가 크다. 특히 출혈 시 보충요법을 시행했던 환자라 예방요법 전환만으로도 출혈 예방 및 조절 효과가 크다. 표준 반감기 제제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하면서 예방요법에 대한 투여 부담을 덜었다.Q. 마지막으로 제주 지역 환자 및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혈우병과 같은 희귀질환 환자의 경우 질환 특성상 치료제 사용 또는 치료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때 미충족 요구를 가장 크게 호소한다. 따라서 환자 선택권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치료 옵션 확보와 치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환자 치료의 질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현재 제주대학교병원에서 희귀질환 진료를 보는 의료진분들은 무엇보다 환자와 환자 가족분들이 제주도 내에서 보다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의료진들을 믿고 질환을 잘 관리해 나가시길 바란다.마지막으로 혈우병 환자분들이 질환을 관리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예방요법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특히 반감기 연장 제제로 예방요법을 시행할 경우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를 더욱 높게 유지하면서 관절 건강과 삶의 질을 모두 개선할 수 있는 만큼, 예방요법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셨으면 좋겠다.
최윤수
202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