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종대입니다.
희망찬 갑오년(甲午年)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1977년 시작한 우리 건강보험은, 세계 최단기간인 12년만에 ‘전(全)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은 보험료로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우리 건강보험은 내용적인 면에서도 세계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차례 우리 건강보험을 모델로 제시하였고, 베트남, 가나,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건강보험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보험은 현재 한계에 도달하여 있습니다. 그 한계는 보장성의 정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7년 65.0%였던 보장율이 2011년에 63.0%로 낮아졌습니다. OECD 최저 수준입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보험료 수입은 줄어들고 진료비 지출은 증가하여, 앞으로도 보장성의 정체와 축소는 심화될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한계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워 자랑스러운 건강보험의 역사를 계속 써나가야 하는 것이 2014년 우리가 할 일입니다.오늘의 한계는 1977년 건강보험 도입 당시 짜놓은 시스템이 3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첫째, 국민들의 보험료 ‘저(低)부담’입니다. 우리나라 2013년 건강보험료는 소득의 5.89%입니다. 독일은 15.5%, 일본은 9.48%인 것에 비하면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둘째, 보험료의 저부담은 의료서비스의 ‘저(低)급여’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저급여는 낮은 의료수가로 진료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보험료를 적게 냈으니 의료가격을 낮게 유지시켜야 했습니다.
셋째, 저급여는 의료기관의 적정 수입을 보전해 주지 않습니다. 의료기관의 수입보전을 위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非)급여 진료를 하도록 허용했습니다. 그 결과 의료현장에서는 급여와 비급여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혼합진료’라고 합니다.
넷째,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건강보험은 ‘아프면’ 치료해주는 보험입니다. 즉 아프기 전 예방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치료위주’의 건강보험입니다. 건강보험 도입 초기에 예방까지 하기에는 비용도 문제였지만 생각도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1977년 건강보험 제도 도입 당시의 시스템, 즉 ‘저부담-저급여-혼합진료-치료위주’ 시스템이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편의상 ‘77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7패러다임’은 지난 36년 동안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세계 최단 기간에 전국민 건강보험을 달성했고, 세계 최고의 건강보험을 만들었습니다.
보험료의 ‘저부담’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여 제도를 빨리 안착시켰고, 전국민으로 확대시킬 수 있었습니다. 의료수가의 ‘저급여’는 보험료의 ‘저부담’을 가능하게 했고, ‘저급여’ 하에서는 ‘혼합진료’를 허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77패러다임’이 지금 보장성의 정체라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고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선 ‘77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먼저 보험료 저부담을 ‘적정부담’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적정부담은 보험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국민이 수용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불공정한 보험료 부과체계로는 국민이 적정한 수준으로의 보험료 인상을 수용하지 않습니다. 적정부담의 전제는 형평성있게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둘째, 보험료의 적정부담은 의료수가의 저급여를 ‘적정급여’로 해줄 수 있습니다. 진료가격을 보전해주는 적정급여는 비급여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의 장애물인 ‘선택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도 함께 풀 수 있습니다. 또 저급여로 인해 그동안 왜곡되어 왔던, 대형병원의 쏠림과 1차 의료기관의 축소를 가져오는 급여의 불형평성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셋째, 비급여 문제가 해결되면 ‘혼합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할 수 있습니다. 급여 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말기 암환자의 신의료기술 치료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비급여를 허용합니다.
넷째, 치료는 기본으로 하면서 ‘예방위주’로 바꾸어야 합니다. 예방만이, 만성질환과 노인성질환으로 인해 늘어나는 보험재정 지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질병의 예방은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공단은 건강보험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전국민 건강정보DB’를 구축하였습니다.
이상과 같이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을 ‘적정부담-적정급여-혼합진료 금지-예방위주’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저부담-저급여-혼합진료 허용-치료위주’의 77패러다임과 구분짓는 개념으로 ‘선진형 패러다임’으로 명칭하면 되겠습니다. 선진형 패러다임은 77패러다임의 한계, 즉 보장성의 정체를 뛰어넘는 수단입니다. 제가 취임한 지난 2년간은 선진형 패러다임의 기초를 닦는 기간이었습니다. 취임 첫 해인 2012년에 ‘쇄신위원회’를 만들어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를 발표했습니다. 2013년에는 새정부 출범에 맞추어 ‘국정과제연구 지원단’을 만들어,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4대 중증질환 보장을 뒷받침했습니다.
금년에는 ‘선진형 패러다임’으로의 실질적 전환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첫째,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정부를 뒷받침하겠습니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은 ‘적정부담’의 시작입니다.
둘째,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정부의 보장성 확대를 뒷받침하겠습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은 77패러다임의 한계인 보장성 정체를 뛰어넘는 첫걸음입니다.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한 장애물인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소위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을 통해 ‘적정급여’의 단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 정부가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우리 공단도 적극 부응해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정상적 관행이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불 체계입니다. 가입자의 자격 관리는 공단이 하고, 진료비 청구는 타기관에 함으로써 부정부당 수급을 사전에 관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사무장 병원과 보험사기 적발도 제때 하지 못하고 있고, 무자격 진료, 건강보험증 도용 등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년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입니다.
넷째, 건강보험의 윤리적ㆍ도덕적 기준을 세우겠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한갑당 354원씩 내고, 전국민은 보험료를 갹출하여 담배로 인한 진료비 1조7천억원의 부담을 매년 나누어 지고 있는데, 정작 담배로 한 해 수천억원씩 수익을 얻고 있는 담배회사는 아무런 부담을 지고 있지 않습니다. 담배소송을 통해서, 그리고 흡연피해보전법 등 입법을 통해서 건강보험의 윤리적 도덕적 기준을 세우겠습니다. 위에서 말한 올해 해야 할 네가지 중점과제 중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과 4대 중증질환 보장은 ‘선진형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것이고,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불 체계 개선과 담배소송은 정부가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금년도 우리 공단은 국정과제와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 등 정부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고, ‘선진형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여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갑오년 새해에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재경
201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