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코로나19로 우울·자살 생각 커진 ‘2030’
코로나19가 국민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우울과 자살 생각은 젊은 층에게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려움과 불안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2021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수행)’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민 정신건강 상태 파악을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심리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다.
우선 2분기 조사 결과 우울위험군(3월 22.8%→ 6월 18.1%), 자살생각 비율(3월 16.3% → 6월 12.4%) 등이 감소해, 전 분기 대비 정신건강 수준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조사 시기였던 지난달 15~25일은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400명대로 코로나19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백신 접종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발표 등에 따라 일상복귀 기대감이 국민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우울, 자살생각 비율이 높은 수준이며, 7월에 거리두기 강화 등 방역상황 변화에 따라 심리지원 강화는 필요한 상황이다.
우울,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아…여성‧젊은층에 두드러져
복지부는 우울 평균점수가 총점 27점에서 5.0점으로, 지난 3월 조사 결과인 5.7점에 비해 감소했다고 밝혔다. 총점 27점 중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 비율도 18.1%로 3월 조사 22.8%에 비해 4.7%p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발생 초기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특히 20대, 30대는 우울 평균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우울 평균점수(20대 5.8점, 30대 5.6점)의 경우 30대는 지난해 첫 조사(5.9점)부터 꾸준히 높게 나타났으며, 20대는 조사 초기(2020년 3월 4.6점)에는 가장 낮았으나, 급격하게 증가해 최근 조사에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대, 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24.3%, 22.6%로, 각각 13.5%를 차지한 50대‧60대에 비해 1.5배 이상 높았다.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분석이다.
여성과 남성의 우울 점수는 각각 5.3점, 4.7점, 우울 위험군은 각각 18.9%, 17.2%로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울 점수는 20대 여성이 5.9점으로 모든 성별·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우울 위험군 비율은 20대 남성이 25.5%, 30대 남성이 24.9% 순으로 모든 성별·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자살생각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아…남성‧젊은층에서 높게 나타나
지난 6월 자살생각 비율은 12.4%로 지난 3월 조사 결과인 16.3%에 비해 3.9%p 감소했다. 다만 이는 2019년 4.6%의 약 2.5배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우울 분야와 마찬가지로 20대와 30대가 17.5%, 14.7%로 가장 높았고, 50대는 9.3%, 60대는 8.2%로 나타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자살생각은 남성이 13.8%로, 11.0%인 여성보다 높았다. 특히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각각 20.8%, 17.4%로 모든 성별‧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20대 여성이 14.0%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불안, 지속 감소
복지부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지수가 3점 기준 중 평균 1.6점으로, 지난 조사결과 대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 확산, 치명률 감소 등이 코로나19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불안 지수는 총점 21점 중 평균 3.9점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3월 조사 4.6점에 비해 0.7점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과 마찬가지로, 전년대비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일상생활 방해 정도는 총 10점 중 5.1점으로, 지난 3월 조사(4.4점) 결과보다는 상승했으나, 코로나19 발생 초기(5.6점)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치다.
영역별로는 사회‧여가활동(6.4)에 방해 정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가정생활 방해(4.6), 직업방해(4.4) 순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지지 제공자, 가족 64.2%…‘없다’도 8.4%
심리적지지 제공자의 경우 가족이 64.2%로 가장 많았으며, 친구 및 직장동료가 21.3%,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8.4%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30대의 경우 가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1.5%, 61.2%로 전체 평균(64.2%) 및 다른 연령대(40대 70.8%, 50대 72.6%, 60대 71.3%)에 비해 낮았다.
20대는 친구 및 직장동료로 답한 경우가 39.6%로 다른 연령대(60대 13.2%~30대 20.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심리적 어려움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정신건강 고위험군이 높게 나타난 30대, 20대에서 각각 12.6%, 11.1% 순으로 다른 연령대(40대 6.0%, 50대 5.6%, 60대 7.9%)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가족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 남성은 65.7%, 여성은 62.7%이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다고 답한 경우 남성은 8.4%, 여성은 8.3%로,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필요 서비스의 경우 ▲감염병 관련 정보(87.6%) ▲경제적 지원(77.5%) ▲개인 위생물품(77.5%) 지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 심리상담 등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도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복지부는 7월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확진자 수 증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심리방역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으로, 건강한 일상 복귀를 위해 전 국민 심리지원을 한층 강화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월부터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관계부처 합동 심리지원 대책을 마련해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
관계부처‧시도 코로나 우울 협의체 운영을 통해 관계부처, 지자체와 함께 확진자, 격리자, 대응인력 및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서는 청년‧여성‧대응인력 등 대상별 코로나 우울 예방 프로그램 운영을 활성화하고, 심리상담 핫라인(1577-0199),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심리지원과 마음안심버스 등을 활용한 찾아가는 심리지원을 강화한다.
특히 지난달 30일 5개 국립병원 내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출범으로 확진자 등 정신건강 고위험군 대상으로 선제적 심리지원을 강화하고, 코로나19 등 감염병·사회 재난 시 국민의 마음건강을 체계적·전문적으로 심리지원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 염민섭 정신건강정책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종식되면 국민들의 마음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나, 정신건강 수준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심리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전문가들도 재난 발생 2~3년 후 자살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 국민 마음건강 회복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촘촘하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2021.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