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복지위, 정부 ‘예산삭감’ 비판 이어져…마약류의약품 폐기관리 ‘1억대’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민주당 인재근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민주당 서영석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 건강‧생명과 관련한 보건복지 예산 증액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규 희귀질환 발굴, 정부 R&D, 마약류 의약품 폐기관리사업,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등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 산적해 있지만 정부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내년도 예산 계획안을 심의했다.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신규 희귀질환 발굴 지정강화 별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종성 의원은 질병청 최종균 차장에게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희귀질환관리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도 같은 내용으로 발의했는데,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며 “본인부담상한제는 다음연도에 사후 환급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의료비 선납을 위해서는 내년 초까지 집행할 수 있는 적정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3개월분 81억원 정도는 추가 반영이 좀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검토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앞서 이종성 의원이 지난달 31일 대표발의한 희귀질환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희귀질환자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부담한 치료 금액에 대해 국가‧지자체가 지원사업을 통해 부담하고, 이에 대한 재원은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것이 골자다. 이 의원은 희귀질환의 진단이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전했다.이 의원은 또한 “사각지대인 신규 희귀질환 발굴 지정 강화를 위한 별도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3개월분 81억원 정보는 추가 반영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면서도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주무부처답게 R&D 예산 확보 해야”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내년 정부 R&D 예산이 올해보다 16%가 삭감됐다며 복지부에 주무부처로서 예산 확보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전혜숙 의원은 “내년도 정부 R&D 예산은 올해보다 16.6% 삭감된 25조9000억원이다. 33년만에 예산이 감축돼 연구자들이 한숨만 쉬고 있다”며 “복지부 내년 R&D 예산은 7801억원으로 올해보다 12% 늘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전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내년도 R&D 예산이 9조6000억원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 성과도 낸 복지부보다 훨씬 주도적으로 예산 확보에 나섰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 의원은 “백신개발 관련 R&D 예산이 올해보다 72억원 감액됐다. 백신주권 확보나 예방접종 백신 자급화, 신변종 바이러스 창궐 등을 위햇허도 72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R&D 예산 확보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이어 전 의원은 미국의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을 언급하면서 수조원의 돈을 백신개발에 지원하면서도 일체 간섭하지 않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이 부담돼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대비된다는 것. 그는 보스턴코리아 혁신연구지원 글로벌 협력 플랫품 구축 및 공동연구지원 예산과 한미 우수연구병원 간 공동연구를 통한 유망 의료기술 조기확보 달성에 대한 예산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또한 그는 마약중독자 치료지원 예산이 85%나 삭감된 점도 꼬집었다. 그는 “해당 예산은 올해 4억1600만원이 책정됐다. 복지부가 기재부에 28억600만원 요구했는데, 정부 예산은 85%나 삭감된 것”이라며 “마약과의 전쟁을 하겠다고 대통령이 말해놓고 중독자 치료는 삭감했다”고 일갈했다.이에 박민수 차관은 “예산 편성 당시만 해도 마약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 이후 여러 사건이 발생해 별도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해서 증액될 수 있도록 하겠다. 예산 당국하고도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박 차관은 또 백신개발에 대해 “ARPA-H라는 임무형 R&D의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예산을 새로 넣었는데, 여기에 보건안보 항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스타트업에 ‘오아시스’…예산 확보해야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던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인재근 의원은 “한 언론에서 입주기업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 개방형 실험실 사업 덕분에 병원 관계자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창업 3~4년 만에 의료기기를 출시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며 “의료 스타트업에게는 이 사업이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데, 하루아침에 없앨 생각을 한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고 꼬집었다.인 의원은 “제가 장관님께 (예산을) 살려달라고 했다. 저도 살리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예산 심사가 끝날 때까지 챙겨달라”며 박민수 차관에게 예산 확보를 당부했다.이에 박 차관은 “말씀하신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저희도 예산 확보를 못한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국회 심의과정에 적극 참여해서 사업의 취지를 잘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마약류 의약품 폐기관리사업 예산 고작 1억대…“113억 증액해야”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마약류 의약품 폐기관리사업 예산이 1억8000만원 편성돼 113억원의 증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마약 확산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는 것이다.서정숙 의원은 “경기도에서 마약류 의약품 폐기 관리를 하고 있는데, 지난 5개월간 시범사업으로 26개 약국에서 9024개 마약류가 수거됐고 555㎏이 폐기됐다. 올해 8월 기준으로도 부천지역 88개 약국에서 9485개가 수거됐고, 740㎏을 폐기하는 성과가 있었다”며 “사전예방을 잘하면 10분의 1 비용으로도 사회가 안전해질 수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예산을 제대로 책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서 의원은 식약처뿐만 아니라 복지부에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해당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안이 1억8000만원 편성됐다. 113억6900만원 증액이 절실하다”고 밝혔다.⃟고혈압‧당뇨 시범사업, 예산 그대로‧고령환자는 증가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고혈압 당뇨병 등록 시범사업의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 예산은 동결돼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환자들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서영석 의원은 “지방재정이 대응해줘야 하는데, 인구와 환자는 늘어나는 반면 액수는 그대로 있으니까 미지급금이 지방재정에서 생기게 된다”며 “예산이 조기에 소진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정부가 보장사업을 통해 예산을 대폭 지원하거나 비율을 조정하는 등 지방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 고령화사회에 1차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질병청 최종균 차장은 “필요성에 공감한다. 국비지원 비율에 대해서는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필요한 예산도 계속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주영
202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