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의료기기
미얀마 의료기기 시장, 경제난으로 수입 급감…韓 수출도 여파
미얀마의 의료기기 시장이 국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자 국내 의료기기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경제위기로 위축된 미얀마 시장 현황을 분석한 ‘미얀마 의료기기 시장동향’을 최근 내놓았다.코트라에 따르면, 미얀마의 보건의료 산업은 경제개방 시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던 대표적인 분야로, 2010년 중반 도시화와 현대화, 가계 소득 증가 등으로 지출이 계속 늘어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19년 이후에도 각종 검사장비와 진단키트, 자가치료 목적의 비상약, 건강보조제 등을 중심으로 의료관련 품목에 대한 수요가 이어졌다.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29달러였던 미얀마의 인당 평균 의료비 지출액은 2021년 254달러까지 늘어났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도 미얀마의 건강보조제, 의료장비 및 서비스 시장 규모가 꾸준한 우상향 추세를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의료기기 수요 역시 보건분야 성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확대돼 온 것. 실제로 경제개방 시기 방사선 검사와 치료 장비, 정밀 진단기기, 수술용 외과장비 등이 급격히 보급됐으며, 건강에 관심이 높은 상류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피부미용기기와 인바디 장비 등의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가운데 양곤(Yangon), 만달레이(Mandalay) 등 대도시에는 의료기기와 장비, 각종 소모품을 필요로 하는 국영병원, 민간 대형병원, 전문 클리닉이 잇따라 들어섰다. 미얀마 보건부 역시 2010년 898개소였던 국영병원이 2016년 1054개소로 크게 늘었고,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의료기기를 전량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미얀마의 수입이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정형외과‧산부인과‧치과‧피부과 등에 사용되는 레이저 기기를 포함한 미얀마 의료기기 수입액은 2020년 2895만7000달러였으나, 국가 비상사태로 경제난이 본격화된 2021년 1843만1000달러로 급감했으며, 이후에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코트라는 특히 고가의 첨단 검사장비와 수술실용 전문 치료기기를 공급해 온 선진국의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한국의 의료기기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1년 한국산 의료기기 수출액은 53만5000달러까지 위축됐다가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이전 수준인 197만1000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2020년 수출액 953만9000달러를 기록했던 싱가포르의 경우 현지 판매 규모가 400만 달러까지 하락했고, 수출 2위 국가였던 독일도 2020년 515만4000달러에서 지난해 211만1000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반면 저가 장비를 주로 공급하는 중국의 수출액은 2022년 627만5000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자국 의료기기 현지 수출이 급감한 지난해에도 433만7000달러를 기록해 해외제품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코트라 관계자는 “당초 미얀마의 의료기기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았고, 한국산 장비 역시 미용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었지만, 경제위기 장기화로 구매력이 현저히 고갈돼 수요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유엔개발계획 역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얀마 중산층 붕괴를 우려하는 등 의료기기 수출 확대를 단기간 내에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잠재적 수요를 전제로 하는 장기전략을 기본으로 삼은 뒤에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영
202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