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속 발전 가능한 ‘면역항암제’, “재정적 독성 해결이 먼저”
문용화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빠른 급여 해결로, 더 많은 환자들 위해 사용해야”
입력 2022.03.31 06:00
수정 2022.03.31 09:45
▲문용화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암을 극복하고자 많은 전문가들은 노력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치료제로써 장기간 효과를 지속할 수 있고, 암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며 폭넓은 항암효과를 가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오는 2025년까지 항암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9~12%로 예측했으며, 면역항암제의 경우 57.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암 극복 중심에서 활약에 예상되는 면역항암제는 현재 어느 수준까지 왔으며 지금 현재 최전선에서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떠할까? 이에 분당차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 문용화 교수를 만나 면역항암제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면역항암제란 무엇이고 어떠한 제품들이 현재 치료에 사용되고 있을까요?
면역항암제란 면역작용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제를 의미하며, 면역세포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 등이 대표적인 구분법입니다.
면역관문억제제에 한정해서 설명하자면,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는 약이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안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잠에서 깨워서 활성화시켜 T세포가 암세포를 대신 죽이도록 하는 작용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항암효과가 있는 환자는 일반 세포독성 항암제나 표적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며, 부작용도 덜한 편입니다.
면역관문억제제 중에서 현재 다양한 암에서 사용 승인이 난 약은 키트루다, 옵디보, 티센트릭, 임핀지, 바벤시오입니다.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은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허투양성 유방암에 비해서 암세포의 성향이 공격적이며, 효과있는 암치료제의 종류가 제한적이므로 난치암으로 불립니다. 이러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서 피디엘1(PD-L1)이라는 바이오마커가 10%이상 발현된 경우, 표준적인 세포독성항암제에 키트루다를 추가 투여해서 중앙생존기간을 16.1개월에서 23개월로 향상시켰습니다.
사용 적응증 또는 어떠한 암종에 사용이 승인 되어있나요?
면역항암제는 폐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간암 등 한국인에 가장 흔히 발생하는 5대암에 모두 한 가지 이상씩의 적응증이 있습니다. 하나의 암종에 하나 이상의 적응증이 있다는 뜻은 가령, 전이 또는 재발한 비소세포폐암에서 1차 라인, 2차 라인에서 사용 승인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암종에 관계없이 종양돌연변이부담(Tumor Mutation Burden, TMB)이 높거나 현미부수체불안정(MicroSatellite Instability, MSI)이 있는 경우에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있는 적응증을 제외하더라도 키트루다는 2022년 3월 15일 현재 17개 암종에서 적응증을 획득하였고, 옵디보는 10개 암종에서 적응증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직도 사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임상시험은 계속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면역함암제의 종류에는 어떠한 제품들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면역관문억제제는 다음의 5개입니다. 피디1(PD-1) 억제제인 키트루다, 옵디보와 피디엘1(PE-L1) 억제제인 티센트릭, 임핀지, 바벤시오가 대표적이다. 이 5개는 모두 제각기 다른 글로벌 제약회사의 약제입니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함에 있어 부작용은 무엇이 있을까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사용함에 있어 알고 있어야 할 부작용은 무엇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면?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인 T 세포를 활성화시켜서 T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므로 대개 정상 세포들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미약합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하는 부작용은 T세포 활성화가 과다하게 일어나면 자가면역공격이 발생하여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가장 흔한 것은 피부발진이며, 내분비계통 이상(가령, 갑상선기능저하증 또는 항진증), 간질성 폐렴, 간염, 장염, 신경부작용 등입니다.
이 모든 것이 과다 활성화된 T세포가 자기 몸의 장기를 공격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면역학적 부작용은 흔한 것은 아니나 부작용의 정도가 미약한 것에서부터 아주 심한 단계까지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간질성 폐렴은 호흡곤란을 야기하여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들은 면역항암제가 만능이며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으며, 특이 증상이 발생한다면 면역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사와 즉시 상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면역학적 부작용이 무서워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지는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함에 있어 실제 효과는 어떠 한가요?
면역항암제 효과의 가장 큰 특성은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면역항암제가 활성화시키는 T세포의 면역기능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서 피디엘1 (PD-L1)이라는 바이오마커가 10%이상 발현된 경우, 표준적인 세포독성항암제에 키트루다를 추가 투여해서 중앙생존기간을 16.1개월에서 23개월로 향상시켰습니다.
또한 면역항암제 이전 시대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5년생존률은 5%미만이었는데, 키트루다를 투약하면 5년생존률이 20%가 넘는다고 알려졌습니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함에 있어 효능 및 효과 부분에서 아쉽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단독 투여 시 모든 환자에서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그 환자의 암은 ‘면역학적으로 차가운’ (‘Immunologically cold’) 암이기 때문에 효과가 낮은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면역항암제와 다른 약제를 병합하여 면역활성을 높여서 ‘면역학적으로 뜨거운’ (‘Immunologically hot’) 상태로 만들어야 면역항암제의 항암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러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연구들 중에서 열매를 맺은 분야도 있습니다. 키트루다에 렌비마를 병합하여 기존 키트루다만으로는 효과에 한계가 있었던 것을 극복하여 갑상선암, 신장암, 간암, 자궁내막암에서 좋은 항암효능을 보여서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면역항암제 효능을 더 올리기 위한 병합제 연구가 계속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함에 있어 사용하는 의사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어떠한가요?
비용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비급여로 되어 있는 다른 표적치료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약처에서 면역항암제가 사용승인이 나더라도 한 달에 몇 백 만 원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자유로이 사용할 환자는 많지 않습니다. 효과 있는 약이라는 것을 알지만 부작용이 무서워서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파산이 우려되어서 약을 못쓰는 것입니다. 종양내과 의사들은 이것을 ‘약제의 재정적 독성’ 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환자들이 쉽게 면역항암제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면역항암제가 면역부작용이 가끔 발생할 수 있다고 했지만 환자들이 부작용이 무서워서 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재정적 독성이 우려되어서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생각하기에 검사법이나 치료법 중에 급여혜택을 주지 않아도 될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가령, 최근 1~2년사이에 MRI, 초음파가 모두 급여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의료보험 재정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검사들을 의료보험으로 커버해 주지 않더라도 암치료에 필수적인,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확실히 입증한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를 급여로 해 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