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심사(peer review), 혁신신약 연구의 걸림돌인가
"연구방법에 대한 심사자 편견으로 혁신적 연구 선호도 낮아"
입력 2021.02.17 08:44 수정 2021.02.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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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심사(peer review)는 해당 연구 분야 전문가들이 특정한 연구계획이나 연구결과물의 학술적 가치를 판단하는 행위다.  동료심사제도는 대다수 국가의 학술단체나 연구비지원기관에서 과학연구의 결과와 질(quality)을 평가하는 핵심 도구로 기능을 해 오고 있다.  이로 인해 동료심사제도는 개별 연구자의 연구경력 관리는 물론이고 학계 전체의 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제저널 심사활동 기록회사인 퍼블론스(Publons)의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연구자의 10명 중 8명이 연구자금 할당을 위한 최적의 방법은 동료심사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2명 중 1명은 동료심사 과정의 투명성에 대해 불만족을 표시했다.  아울러 심사자들이 시니어에 비해 주니어 연구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지에 대한 문항에서 동의가 31%, 부동의가 38%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동료심사는 오랜 기간 동안 학술연구의 결과와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고 학문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도 드러났다.  예컨대 과도한 자원 투입, 심사의 비일관성, 심사자의 편견, 심사자의 윤리의무 위반 등이 있다.  

드러난 여러 문제점 중에서도 심사자의 편견이 동료심사의 객관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NR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심사자의 편견은 크게 연구방법에 대한 편견과 연구자에 대한 편견으로 구분된다.  

연구방법에 대한 편견은 동료평가에 참여한 많은 심사자 본인들이 모르는 연구방법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주지 않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심사자가 갖게 되는 연구방법에 대한 편견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연구과제 신청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연구(high risk high return)보다는 연구 종료로 쉽게 소정의 성과(low risk low return)를 도출하는 연구과제를 선호하게 된다.  

보고서는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 생명과학자이자 기업가이며 인간지놈프로젝트(HGP)로 유명한 크레이그 벤터 박사의 연구계획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내부 연구비 지원 심사에서 탈락한 것을 들었다.  1980년대 말부터 NIH 연구원으로서 인간지놈프로젝트에 참여한 벤터 박사는 인간유전자 정보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집하는 방법이 당시 새롭게 나온 기술인 '샷건 시퀀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생각은 NIH에서 거절됐다.  그 이유는 일부 유전학자들이 이 기술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연구자에 대한 편견은 해당 연구자의 능력에 관한 것으로 편견의 대상도 출신학교 및 소속기관의 지명도, 출신지역 성향, 성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심사자들은 유명한 대학의 교수가 그렇지 않은 대학의 교수보다 더 좋은 연구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후광효과'라고 한다.

보고서는 2019년 마틴 세버린 등이 수행한 연구조사를 인용, 연구비 심사에 있어 심사자가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심사자는 국적, 나이, 기관, 인종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연구과제 심사에서 여성과 유색인종 지원자들의 선정률이 낮게 나타난 조사 결과와 함께 동료심사제도가 편견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료심사 방식을 대체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예로 일부 민간 연구비지원기관은 지원대상 과제 선별 시 제안된 연구계획서의 타당성보다는 신청연구자의 잠재력을 우선적으로 평가한다.  

대표적인 기관으로 하워드휴즈의학재단(HHMI)과 빌&멜린다게이츠재단(BMGF)이 있다.  HHMI의 경우 '프로젝트가 아닌 인력 지원'이라는 철학에 따라 프로그램 지원대상 선발 시 신청자가 제안한 연구계획서보다는 신청자가 그간 수행해온 전반적인 연구의 질을 평가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방식 중에서 제안된 연구 계획서 중 일부를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는 파격적 접근의 무작위화(partial randomization)가 있다.  객관적 기준에 기초하지 않은 임의적 결정이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작위화를 시도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뉴질랜드의 보건연구 지원기관인 HRC-NZ가 있다.  

HRC-NZ는 대형과제를 착수하기 이전에 수행하는 초기단계의 혁신적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용하면서 무작위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업의 평가 주안점이 연구 아이디어의 혁신성이기 때문에 지원신청서에는 신청자의 인적 사항이 익명화된다.  지원철학에 부합하는 모든 과제가 후보가 되면서 이들 중 일부가 추첨을 통해 최종 지원대상으로 확정된다.

또 다른 방법은 환자가족, 간병인, 일반국민 등 비전문가를 심사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환자나 환자가족의 지식과 경험이 연구의 질과 타당성을 높일 수 있고 환자치료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이해관계자를 바이오의학 연구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연구과제 지원대상 결정과정에 환자, 환자가족, 간병인 등을 참여시킨 최초의 연구비지원기관으로 미국의 환자중심결과연구센터(PCORI)가 있다.

보고서는 "동료심사 방식을 대체하려는 다양한 시도 역시 그 근간은 동료심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학술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동료심사를 대체할 만한 다른 방법론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동료심사제도와 관련된 윤리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동 제도를 운영하는 학술단체와 연구비지원기관이 제대로 된 관리기능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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