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 윤리 원칙도 망각하는 셀트리온
직접비교임상 없이 타사 항체치료제보다 효과 높다고 주장
입력 2021.01.15 07:56 수정 2021.01.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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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국내 의료계, 제약바이오업계 및 시장 투자주체의 강도 높은 관심과 질타를 동시에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장은 최근 국회의원 이광재, 황희, 신현영이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자사 항체치료제 레그단비맙(regdanvimab)이 미국 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득한 리제네론과 릴리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임상적,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던 셀트리온 연구책임자의 발언에 대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페이스북 게시글로 "회사의 관계자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임상결과를 Head to head(직접비교임상)로 비교하지도 않은 타회사의 임상시험 결과와 비교하는 것은 기업윤리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는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이렇게 기본적인 제약회사의 윤리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전문가들이나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셀트리온은 국회 토론회 이후 레그단비맙의 글로벌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30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레그단비맙 투약군의 중증 발생률이 위약군보다 54% 낮았다.

이재갑 교수의 지적대로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 임상시험 설계에는 미국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득한 리제네론의 카시리비맙/임데비맙(casirivimab/imdevimab) 칵테일 요법과 일라이릴리의 밤라니비맙(bamlanivimab)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타사 항체치료제와의 직접비교(Head to head)가 아닌 위약대조군(placebo controlled) 설계의 임상 결과를 놓고 신약개발 경험이 전무한 바이오시밀러 전문개발사의 연구책임자가 무책임한 발언을 자행한 것이다.      

금융투자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년여 만에 국산 신약이 탄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일례로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셀트리온이 발표한 COVID 19 항체치료제는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신약"이며 "기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라는 한계를 넘어 셀트리온이 신약개발 역량도 충분히 있음을 이번 임상결과 발표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의약품 레그단비맙은 신약, 또는 신약 후보물질인가.

항체의약품은 여러 종류가 있다.  약학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항체의약품은 키메라 단클론 항체(chimeric mAb), 인간화 단클론 항체(humanized mAb), 인간 단클론 항체(human mAb), 항체 절편(antibody fragment), 항체-약물 복합체(ADC), 면역접합체(immunoconjugate) 등 실로 다양하다.  

다양한 항체의약품 신약과 바이오시밀러가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을 통해 허가를 득하고 임상현장에서 사용되는 현 상황에서 항체의약품의 성분명은 일말의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예로 인간 항체가 75% 차지하고 있는 키메라 단클론 항체의약품 신약으로 항암제 리툭시맙(rituximab)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인플릭시맙(infliximab)이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성분명 중간에 '시(xi)'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인간 항체가 90% 또는 83%를 차지하는 인간화 단클론 항체 신약으로는 유방암 치료제 트라스트주맙(trastzumab)과 대장암 치료제 베바시주맙(bevacizumab)이 있고 여기에는 '주(zu)'가 들어 있다.  인간 항체 100%인 인간 단클론 항체 신약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아달리무맙(adalimumab)과 골리무맙(golimumab)의 성분명에는 '무(mu)'가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세간의 관심을 받는 항체의약품으로 인간 단클론 중화항체(nAbs)가 있다.  예로 미국 FDA가 긴급사용승인을 내린 인간 단클론 중화항체로는 리제네론의 카시리비맙/임데비맙 칵테일 요법과 일라이릴리의 밤라니비맙이 있다.  

셀트리온이 현재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레그단비맙도 인간 단클론 중화항체로 분류된다.  여기서 리제네론, 일라이릴리, 셀트리온 3개사가 각각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성분명을 살펴보면 인간 단클론 항체에서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무(mu') 또는 알파벳 'u'가 들어있지 않다.  그 대신 '비(vi)'가 공통적으로 성분명에 등장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리제네론이 개발 중인 카시리비맙/임데비맙 칵테일 요법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에게서 수천 종의 항체를 분리한 뒤 사스코로나 바이러스-2(SARS-CoV-2)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 중 하나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부위(RBD)와 결합하는 항체를 집중적으로 탐색했다.      

리제네론은 코로나19 회복 환자 유래의 카시리비맙과 임데비맙의 두 가지 중화항체를 '칵테일'로 통칭되는 병용 투여 요법으로 미국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중요한 점은 카시리비맙/임데비맙 칵테일이 '신약' 또는 '신약 후보물질'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거로 의학 학술지 '뉴잉글앤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2020년 12월 17일자에 게재된 14 페이지 분량의 리제네론 중화항체 연구논문에서 '새로운'이라는 의미의 영어단어인 'new' 또는 'novel'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리제네론의 자사 모바일 사이트 첫 화면에는 'novel'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이는 카시리비맙/임데비맙 칵테일 요법 자체가 예전에는 없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국내 일각에서도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레그단비맙이 신약으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중화항체를 선별하고 채취한 뒤 숙주 세포에 삽입해 세포 배양 과정을 통한 대량 생산의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효(hit), 선도(lead), 후보(candidate) 물질 도출이라는 세상에 없던 신규 약물을 탐색하는 과정이 누락됐다.
 
이러한 정황에서 셀트리온은 기본적인 제약바이오 회사의 윤리 원칙에 반하는 언행을 일삼고, 금융투자계는 이를 토대로 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면서 개인을 포함하는 투자 주체의 균형적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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