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이헌정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미국 하버드, MIT 대학 등과 공동으로 대규모 아시아인 양극성 장애 유전체 연구를 개시했다고 30일 밝혀ㅆ다. 병원은 이번 연구가 아시아인 양극성 장애의 원인규명과 진단,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흔히 조울증이라고 부르는 양극성 장애는 우울증상태와 조증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세계 인구의 1~2%의 사람들이 양극성장애를 겪는다.
양극성 장애는 유전병은 아니지만 다양한 유전적 요인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양한 유전적 요인들을 확인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 및 예방법 개발에 중요하므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관련 유전체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학계에서 정신질환 유전체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자 중 아시아인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아시아인이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비율로 볼 때 이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구 참여자 대부분이 유럽계 혈통이기에 아시아인의 특성이 누락돼 연구결과를 인류 전체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큰 우려였다.
‘아시아 양극성 유전학 네트워크(A-BIG-NET)’ 연구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했다. A-BIG-NET 연구단은 2022년 말부터 향후 5년간 양극성 장애로 진단된 2만7500명의 환자와 1만5000명의 정상대조군으로부터 유전체정보와 의료정보, 인구, 경제, 사회학적 특성 등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체 총괄 연구책임자는 미국의 하버드대학-MIT 브로드연구소의 하이랑 황 교수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케네스 켄들러 교수이며, 이밖에 존스홉킨스대학, 인도국립정신건강신경과학연구소, 인도과학연구소, 싱가포르정신건강연구소, 국립대만대학교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이 함께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이헌정 교수가 연구책임자, 삼성서울병원의 백지현 교수가 공동연구책임자로 참여한다.
이헌정 교수는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대규모 양극성장애 유전체 연구”라고 설명하며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울산대학교 등 국내 40여개의 기관이 참여하는 한국기분장애유전체컨소시엄(KOMOGEN)을 통해 연구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