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신약 목 마른 FDA, '인센티브·보조금' 등 지원 활발
안해영 전 FDA 심사 부국장, "희귀의약품, FDA 문턱 넘기 위해 '소통·기본 충실' 잊지 말아야"
입력 2022.10.28 06:00
수정 2022.10.28 10:58
▲안해영 안 바이오 컨설팅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희귀질환 관련 신약을 개발함에 있어 중요한 점은 급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 타깃으로 하는 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FDA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해영 안 바이오 컨설팅(Ahn Bio consulting, Inc.) 대표는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 조직위원회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부산에서 개최한 ‘제3회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및 승인(Drug Development and Approval in Rare Diseases)’을 주제로 미국 FDA로부터 희귀질환 신약 승인을 받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을 소개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란 희귀질환을 예방하고 진단하며 치료하는 약물이다. 나라마다 희귀질환에 대한 의미가 조금씩 다른데, 미국의 경우 20만 명 미만의 환자가 있는 질병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준이 되는 환자의 수도 적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희귀질환들은 환자의 수가 정해진 기준보다 훨씬 적다. 즉 잠재적 구매자가 적다는 의미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의 입자에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인 것이 사실이다. 소규모 시장인 만큼 투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FDA에서는 회사들이 희귀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프로그램(Incentive Programs)과 ▲보조금 프로그램(Grant Program)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FDA에서는 지난 1일부터 ‘Rare Disease Endpoint Advancement Pilot Program(희귀질환 임상가속화 시범사업)’을 도입해 희귀질환 신약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선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고자 한다면 FDA에서 기준으로 하고 있는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FDA에서 생각하는 희귀질환은 적응증이 아닌 질병이나 상태에 대한 약물에 의의를 두고 있다. 즉 ‘특정 적응증’이 아닌 특정 적응증을 포함하고 있는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알아둬야 할 점은 FDA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할 때, 개발하고자 하는 약이 특정 질환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아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제출해야 한다. 제출해야 하는 자료에는 ▲실험관 내 실험(in vitro experiments) ▲동물 모델 ▲약물 및 질병/상태와 관련된 임상 연구 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안해영 대표는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은 NDA나 BLA와 같은 마케팅 관련 신청을 진행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며 “IND 신청 전에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희귀의약품 지정이 희귀질환 관련 신약 개발에 있어 어떠한 장점이 있을까? 우선 일반 신약의 경우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시장 독점 기한은 5년인 반면, 희귀의약품의 독점 기한은 7년으로 2년이 더 길다.
이와 더불어 신약 개발과정에 들어갔던 임상시험 비용의 50%까지 세액 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희귀의약품이 아닌 경우 NDA나 BLA를 제출할 때 약 300백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다면 이 금액은 면제가 된다. 아울러 개발 보조금 및 계약에 대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희귀의약품에 지정되면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정된 모든 제품들이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리평가지수(Surrogate Endpoint)를 적용해 가속승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대리평가지수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마커 테스트의 분석 및 임상 검증을 입증해야 한다.
안해영 대표는 “일반 신약의 경우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시장 독점 기한은 5년인 반면, 희귀의약품은 독점 기한이 7년이다. 2년이라는 시간은 커다란 장점으로 다가갈 수 있다”며 “NDA나 BLA 신청에 소비되는 비용 절감도 회사 입장에는 굉장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면, ‘희귀소아질환 우선심사 바우처 프로그램(Rare Pediatric Disease Priority Review Voucher Program)’을 통해 신약 승인을 받은 후에도 NDA나 BLA의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희귀의약품이 아닌 경우 신약으로 승인을 받고 난 후에는 NDA나 BLA가 우선 심사 대상에 들어갈 수 없는 것에 반해, FDA가 바우처(증명서)를 발급함으로써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이 바우처는 FDA의 공식 인정으로 다른 회사에게 판매가 가능하다.
안 대표는 “여기서 기억해 둬야 할 것이 있는데, FDA에서 2024년 9월 30일 전까지 지정 받은 대상에게만 바우처를 발급하겠다고 결정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만약 희귀소아질환을 연구하고 있고, 바우처 프로그램을 활용할 예정이라면, 지정을 2024년 9월 30일까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대표는 FDA가 희귀의약품을 승인함에 있어 유연성(Flexibility)을 적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즉 승인의 기존 기준은 유지하되, 과학적 판단을 적용해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것.
안 대표는 “FDA는 지난 2019년 회사가 희귀의약품 신약을 개발함에 있어 도움을 주기 위해 ‘Rare Diseases: Common Issues in Drug Development, Guidance for Industry’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며 “FDA가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면서 성공적으로 희귀의약품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지, FDA에서 어떠한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만큼,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반드시 읽어보고 참고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올해 FDA로부터 승인받은 신약들 중 희귀질환 관련 신약의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비-희귀질환 신약의 비중을 앞질렀다. 그만큼 FDA에서도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신약 개발과 허가에 있어 ‘기본 충실’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질환에 대한 배경을 가능한 빨리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질환의 병태생리학 및 약물의 MOA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며 “많은 회사들이 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본에 충실하는 것은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FDA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한 안 대표는 “의약품 개발에 있어 상당한 시간과 재원을 아끼기 위해서는 FDA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FDA에서는 미팅을 권장 및 권고는 하고 있지만, 절대 먼저 다가와 요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DA의 피드백을 통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FDA는 요청에 따라 연구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의 적절성, 임상 시험 설계, 제안된 조사 데이터 및 정보의 타당성, 필요성 등 특정 문제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안 대표는 “FDA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과 동시에 미충족 수요가 높은 희귀질환에 대해 어느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의향이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활용을 위해서는 결국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FDA와의 미팅을 적극적으로 먼저 요청하고 최대한 많이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안해영 박사는 1990년 FDA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2006년부터 2018년까지 FDA Office of Combination Products(OCP), Center for Drug Evaluation and Research(CDER)의 부국장으로써 활약했다. 이후 안 바이오 컨설팅(Ahn Bio Consulting, Inc.)을 설립, 현재까지 제약회사들의 FDA 도전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