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이 AI로 급변하고 있다. 신약개발 기업들은 AI 기술 도입을 넘어, AI를 실험실의 동료이자 연구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데이터 부족, 규제 미비 및 제도 공백, 신뢰성 문제라는 3중 과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BIO KOREA(바이오코리아)'의 세션 중 하나인 'AI 기반 신약개발: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향한 여정'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AI 신약개발 생태계의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모색했다.
이번 패널 토론은 칼리시 최재문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표준희 부원장 △토론토대학교 액셀러레이션 컨소시엄 브랜든 서덜랜드 박사 △엔비디아(NVIDA)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시아태평양 총괄 텐징 장 개발자 관계 매니저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의석 변호사 △아이젠사이언스 강재우 대표 △파로스아이바이오 남기엽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참여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표준희 부원장은 AI 기술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의 반복 검증과 알고리즘의 지속적 고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표 부원장은 많은 기업이 주목하는 '리드 옵티마이제이션(Lead Optimization)'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전 주기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해 모델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데이터 생성 실험의 자동화, 전향적 피드백 루프 설계, 랩 오토메이션 도입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고품질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라고 재차 언급했다.
브랜든 서덜랜드 박사는 AI를 새로운 생명과학 지식을 창출하는 탐색 도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상시험 실패의 본질적 원인은 질병에 대한 생물학의 이해 부족에 있으며, AI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든 서덜랜드 박사는 "AI 모델은 해석 가능해야 하며, 사람이 실험 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방식이야말로 AI 기반 신약개발의 핵심 구조며, 이를 통해 사람과 AI가 함께 새로운 과학을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톈징 장 매니저는 AI 모델과 실제 실험 환경 간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논문에 소개된 대규모 AI 기반 모델이 실제 항체 설계에 적용됐을 때, 정확도가 떨어지는 사례가 많았다"라며 "실험실과 현장에서의 반복 검증 없이 AI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AI가 자동화 실험기기와 연계돼 반복적인 실험을 수행하는 '랩 인 더 루프(Lab-in-the-loop)'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다만, 데이터 생산 속도, 비용, 신뢰성 간의 현실적 균형을 맞추는 것도 과제"라면서 "실용성과 상업화 관점에서 AI 기술 적용을 위한 전략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의석 변호사는 AI 신약개발이 법제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형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AI 기본법의 하위 법령 및 가이드라인은 식약처와 복지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이지만, 산업계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실효성 있는 규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술 발전과 동시에 제도도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하며, 기업과 협회가 현장의 문제를 전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규제 환경의 선제적 대응이 AI 기반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강재우 대표는 AI를 연구 도구가 아닌 연구 주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30년 경력의 연구소장 경험과 통찰을 모사한 AI 사이언티스트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시대"라며 "AI가 약물 설계, 항체 디자인, 케미컬 합성 등에서 인간과 동등한 연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가 실험 조건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며 비선형적(Non-Linear)인 탐색을 수행하는 '자율 실험실(Self-Driving Lab)' 개념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기엽 CTO는 AI의 성패는 결국 데이터 품질과 활용 인프라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파폴드와 같은 AI 모델들이 실현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의 개방형 공공 바이오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는 아직 이 같은 데이터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중앙 집중형, 개방형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국가 차원에서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AI 신약개발 성공을 위해선 민간 기업과 정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유토론 시간에는 'AI의 우연한 발견 가능성'과 '모델의 설명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강재우 대표는 "의료 분야에서 AI 판단의 경로가 투명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브랜든 서덜랜드 박사는 "AI가 실험 조건을 비선형적으로 조작하며 탐색할 경우, 사람이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그 결과가 진정한 과학적 발견인지를 판단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며 "현재 AI는 실험을 보완하는 파트너이지 완전한 대체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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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이 AI로 급변하고 있다. 신약개발 기업들은 AI 기술 도입을 넘어, AI를 실험실의 동료이자 연구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데이터 부족, 규제 미비 및 제도 공백, 신뢰성 문제라는 3중 과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BIO KOREA(바이오코리아)'의 세션 중 하나인 'AI 기반 신약개발: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향한 여정'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AI 신약개발 생태계의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모색했다.
이번 패널 토론은 칼리시 최재문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표준희 부원장 △토론토대학교 액셀러레이션 컨소시엄 브랜든 서덜랜드 박사 △엔비디아(NVIDA)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시아태평양 총괄 텐징 장 개발자 관계 매니저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의석 변호사 △아이젠사이언스 강재우 대표 △파로스아이바이오 남기엽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참여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표준희 부원장은 AI 기술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의 반복 검증과 알고리즘의 지속적 고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표 부원장은 많은 기업이 주목하는 '리드 옵티마이제이션(Lead Optimization)'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전 주기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해 모델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데이터 생성 실험의 자동화, 전향적 피드백 루프 설계, 랩 오토메이션 도입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고품질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라고 재차 언급했다.
브랜든 서덜랜드 박사는 AI를 새로운 생명과학 지식을 창출하는 탐색 도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상시험 실패의 본질적 원인은 질병에 대한 생물학의 이해 부족에 있으며, AI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든 서덜랜드 박사는 "AI 모델은 해석 가능해야 하며, 사람이 실험 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방식이야말로 AI 기반 신약개발의 핵심 구조며, 이를 통해 사람과 AI가 함께 새로운 과학을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톈징 장 매니저는 AI 모델과 실제 실험 환경 간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논문에 소개된 대규모 AI 기반 모델이 실제 항체 설계에 적용됐을 때, 정확도가 떨어지는 사례가 많았다"라며 "실험실과 현장에서의 반복 검증 없이 AI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AI가 자동화 실험기기와 연계돼 반복적인 실험을 수행하는 '랩 인 더 루프(Lab-in-the-loop)'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다만, 데이터 생산 속도, 비용, 신뢰성 간의 현실적 균형을 맞추는 것도 과제"라면서 "실용성과 상업화 관점에서 AI 기술 적용을 위한 전략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의석 변호사는 AI 신약개발이 법제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형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AI 기본법의 하위 법령 및 가이드라인은 식약처와 복지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이지만, 산업계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실효성 있는 규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술 발전과 동시에 제도도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하며, 기업과 협회가 현장의 문제를 전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규제 환경의 선제적 대응이 AI 기반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강재우 대표는 AI를 연구 도구가 아닌 연구 주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30년 경력의 연구소장 경험과 통찰을 모사한 AI 사이언티스트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시대"라며 "AI가 약물 설계, 항체 디자인, 케미컬 합성 등에서 인간과 동등한 연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가 실험 조건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며 비선형적(Non-Linear)인 탐색을 수행하는 '자율 실험실(Self-Driving Lab)' 개념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기엽 CTO는 AI의 성패는 결국 데이터 품질과 활용 인프라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파폴드와 같은 AI 모델들이 실현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의 개방형 공공 바이오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는 아직 이 같은 데이터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중앙 집중형, 개방형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국가 차원에서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AI 신약개발 성공을 위해선 민간 기업과 정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유토론 시간에는 'AI의 우연한 발견 가능성'과 '모델의 설명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강재우 대표는 "의료 분야에서 AI 판단의 경로가 투명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브랜든 서덜랜드 박사는 "AI가 실험 조건을 비선형적으로 조작하며 탐색할 경우, 사람이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그 결과가 진정한 과학적 발견인지를 판단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며 "현재 AI는 실험을 보완하는 파트너이지 완전한 대체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