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접목되면서 혁신의 물결이 일고 있다.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AI 기술은 후발 주자인 K바이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러한 변화를 논의하고 글로벌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소통의 장이 열렸다.

'2024 ABDD 서밋(AI Biohealthcare Drug Discovery Summit)'이 26일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SK미래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서밋은 AI(인공지능)과 생명과학의 융합을 통해 미래 헬스케어와 신약 개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공지능 융합인재양성사업단,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의과대학, 미국 러트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 K-BioX(케이바이오엑스)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기조 강연에는 지아이이노베이션 이병건 회장이 나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회장은 “일라이 릴리와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은 연간 수십조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신약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점유율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전체의 연구개발비를 합쳐도 글로벌 빅파마 한 곳에 미치지 못해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AI를 활용해 수조 원과 수십 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 과정을 효율화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 독보적 강자가 없는 첨단재생의료와 항노화 산업 집중, 아시아 국가 간 연대를 통한 거대한 아시아 바이오헬스 허브 구축 등의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AI를 활용해 유망 후보물질을 신속히 발굴하고, 임상 1, 2상 단계에서 빠르게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AI를 통해 3상과 같은 후기 단계에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동시에, 임상 데이터와 리얼 월드 데이터(RWD)에도 AI를 접목해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키는 전략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모큐브 박용근 대표는 AI가 바이오 이미징 분야에도 큰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AI 기술을 접목해 세포와 오가노이드를 홀로토모그래피(Holotomography)로 촬영한 후 염색을 하지 않아도 마치 염색한 것과 같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가상 염색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실제 데이터와의 일치도가 무려 97%에 달하며, 이는 글로벌 유명 경쟁 기업의 일치도가 60%에 머무는 것과 비교할 때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토모큐브는 손실과 변형 없이 살아 있는 세포나 오가노이드를 고해상도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홀로토모그래피 원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이미징 기업이다. 해당 장비로 3D 고해상도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어, 세포와 오가노이드뿐 아니라 IVF(체외수정),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 연구 및 신약 개발 분야에서 높은 활용성이 전망되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던 바이오 분석 분야에서도 AI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효율성이 크게 증가했다”라며 “토모큐브는 10년 전부터 AI와 바이오 이미징 기술을 접목해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 왔다. 앞으로도 AI 기술을 활용해 더 고도화된 바이오 이미징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씨셀 제임스 박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 및 상업화를 고도화하는 AI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씨셀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캔서문샷(Cancer Moonshot) 프로그램에 참여해,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 정밀 암 치료에 대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AI 의료 선도 기업 루닛과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우수한 의료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추가적인 파트너십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캔서문샷은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로, 향후 25년 내에 암 환자 사망률을 5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AI 기술 등 최신 과학 기술을 적극 활용해 기존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 특징이다.

지씨셀은 자가 유래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Immuncell-LC Inj.)'를 보유한 만큼, AI의 강점인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 분석 및 정밀 암 치료 전략 수립을 통해 보다 우수한 치료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뮨셀엘씨주는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간암 수술 후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아, 출시 후 17년간 1만명 이상의 암 환자에게 사용된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이 보장된 국산 항암제다.

박 대표는 “향후 지씨셀의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과 신약 타깃 발굴 및 스크리닝을 위한 AI 프로젝트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주최한 K바이오엑스 공동 설립자 리시연 박사(스탠퍼드대학교 심혈관센터)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혁신이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며 “AI는 신약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욱 정밀한 치료법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ABDD 서밋을 통해 생명과학과 AI 등 여러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혁신적인 협업이 촉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