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韓 원료의약품…‘복지부‧식약처 거버넌스’ 필요성 제기
정순규 진흥원 책임연구원 “팬데믹 반복되면 공급망 문제 커져…대책 마련 절실”
입력 2022.05.16 06:00 수정 2022.05.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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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CPhI 원료의약품 품질 비교.
 
 
국내 원료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급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순규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건산업정책연구 PERSPECTIVE 2022년 봄호’를 통해 ‘국내외 원료의약품 산업 동향과 지원 정책’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원료의약품 시장규모는 2020년 약 35억 달러로, 2017년 28억1,000만 달러 이후 원료의약품 생산량 감소와 수출 증가로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다가 2020년 원료의약품 생산이 급증하면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약 30억 달러로 전년대비 43.4% 증가했다. 

같은 해 수출액은 약 17억2,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2% 증가했는데, 전체 의약품 수출액 84억4,000만 달러의 20.4%가 원료의약품이었다. 반면 수입액은 약 22억30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인 72억6,000만 달러의 30.6%를 차지했다. 정순규 연구원은 “원료의약품의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지만 지난 10년간 그 차이가 계속 줄고 있고 향후 바이오의약품 원료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이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에 주력해 왔으며, 전체 의약품 수출액 중 20~30%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인도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에 있지만, 바이오의약품 API, HPAPI 등 고부가가치 사업도 확대되고 있고 제조기술 수준도 높아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또 기업별 특화된 제품군을 보유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우수한 제조시설을 기반으로 안전성‧유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를 적극 추진하는 등 역량과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 원료의약품의 품질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5개국 379명의 제약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가별 원료의약품 품질’을 조사한 결과, 전체 13개국 중 한국은 9번째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일본이었으며, 다음으로 독일, 미국 순으로 집계됐다. 

정 연구원은 “한국이 스페인, 싱가포르, 중국, 사우디보다는 우위에 있었지만,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인도보다 아래에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코로나19가 원료의약품 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인도 원료의약품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쉽지 않은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진흥원이 원료의약품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2%는 코로나19로 인해 원료의약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입에 어려움을 겪은 국가는 주로 인도(43.9%)와 중국(28.8%)이었으며, 주된 원인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지역 봉쇄 정책, 가격 상승과 물류 지연 등이었다. 이처럼 원료의약품 시장이 경쟁 심화와 공급망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육성과 지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국화 추진 및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개발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국내 원료의약품 자국화 정책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는 ‘주요 품목별 우선 자급화 단계적 추진’이 꼽히고 있다. 국가 차원의 필수 의약품 품목을 지정하고, 이들 제품의원료를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연구원은 ▲신약개발 후보물질의 임상‧비임상 시료 및 스케일업 원료의약품의 조세특례 적용 ▲신약개발 벤처와 원료제조사와의 신약개발 공동 R&D 지원 ▲필수, 난치 및 희귀의약품 원료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3가지 정책 아젠다를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원료의약품 산업이 정확히 어떠한 상황에 있으며, 어디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의약품 공급망에 대한 분석과 대책마련이 필요한데,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복지부와 식약처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의약품 생산과 수출입 현황 등을 분석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순차적으로 중요한 원료의약품에 대해서는 국산화를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전염병은 또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그때마다 원료의약품 공급망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경험은 무의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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