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고 U.P-바이오시밀러 4] 삼성바이오에피스, 초고가·고난도 솔리리스 시밀러 '에피스클리' 개발 성공
오리지널 대비 30% 저렴한 약가…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
오리지널과 동등성·유효성·안전성 확보 데이터 '탄탄'
입력 2024.11.06 06:00 수정 2025.01.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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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후발 주자였지만, 벌써 37번째 신약을 탄생시켰다. 비약적인 발전에는 ‘제네릭’의 기여가 컸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바이오시밀러'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신약 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효능을 제공하면서도 비용 절감 효과가 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 바이오시밀러는 단순한 대안을 넘어 의료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았다. 약업신문은 그 혁신적 가치를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다양한 바이오시밀러 중 주목받는 것은 ‘에피스클리’다. 에피스클리는 바이오시밀러의 본질을 잘 나타내는 대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리지널 '솔리리스'는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 치료제로, 초고가의 치료 비용이 형성돼 있다. 희귀질환 특성상 연구개발에 많은 기술과 자원이 필요해, 개발에 나서는 기업이 거의 없는 소외된 영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 접근성 확대와 의료 재정 부담 완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그 중 하나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솔리리스는 2023년 기준 글로벌 매출 약 31억4500만 달러(약 4조4000억원)를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유럽 EMA의 승인을 받아, 7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어 2024년 1월 국내 품목 허가를 받아 4월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를 개시하며 에피스클리의 글로벌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솔리리스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과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같은 희귀 혈액 질환 치료제다. 성인 기준 연간 치료 비용이 약 4억원에 달하며, 2주 간격 투여로 환자들이 일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초고가 의약품이라 보험 급여 없이는 사용이 어렵고, 국내에서는 높은 급여 기준 때문에 환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에피스클리의 국내 출시는 환자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에피스클리의 국내 약가는 바이알당 251만4858원이다. 기존 솔리리스 약가 513만2364원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에피스클리 출시로 지난 4월 조정된 솔리리스 약가  360만원과 비교해도 에피스클리가 여전히 30% 저렴하다. 

고비용 치료제의 보험 급여 확대는 재정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약가 인하가 주요 대안으로 여겨진다. 에피스클리 출시 후 기존 치료제 약가는 절반으로 낮아졌고, 같은 예산으로 두 배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국내는 현재 고가 약제를 사용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심사는 해당 약제가 환자에게 적절한지, 질환의 심각성, 기존 치료 실패 여부 등을 평가한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는 고가라는 이유로 심사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높은 승인 기준과 낮은 승인율은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aHUS 환자의 사전 심사 승인율은 20%에 불과했다. 이에 일부 환자 단체는 승인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환자들이 병이 악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며 기준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기금 마련을 제안한다. 호주와 캐나다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위한 기금을 운영해 환자들이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별도 기금 조성을 통한 경제적 부담 완화와 의료 공백 해소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즉,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출시를 통한 약가 인하가 현재로서 최선의 방안이다.

국내 PNH, aHUS 성인 환자의 연간 투약 예상 비용.©약업신문

 

'에피스클리 출시로 환자 새 희망…오리지널과 동등성·유효성·안전성 확보 데이터 '탄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에피스클리 관련 글로벌 학회에 참석해 솔리리스와의 동등성을 비롯해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임상 데이터를 지속해서 발표해 오고 있다. 2022년 6월 유럽혈액학회(EHA)에서 솔리리스와릐 동등성에 관한 임상 3상 결과 발표 후, 현재까지 총 여섯 번 학술대회에 참가해 추가 연구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는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우수한 데이터를 널리 알려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현재까지 참여한 학회와 연구데이터는 2022년 6월 유럽혈액학회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2022년 12월 미국혈액학회(ASH) ‘임상시험 주요 데이터의 통계적 분석 결과를 통한 견실성(robustness) 입증’ △2023년 8월 유럽혈액학회 ‘임상 모델링을 통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 추가 입증’ △2024년 5월 유럽신장학회(ERA) ‘PNH 적응증 및 aHUS 적응증 확보 데이터’에 대해 발표했다.

또한 △2024년 6월 유럽혈액학회(EHA)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수혈 회피 비율 동등성 입증’ △2024년 9월 유럽소아신장학회(ESPN) ‘오리지널 의약품의 적응증 외삽(Extrapolation)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 근거’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오는 12월에는 다시 미국혈액학회에 참석해 에피스클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에쿨리주맙(Eculizumab) 작용기전 모식도.©BMC(Biomedcentral)

에피스클리는 보체 인자 C5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C5의 분해를 억제하고, C5a와 C5b의 생성을 차단하는 등 보체 활성 경로의 말단을 막아 막공격복합체(MAC) 형성을 방해해 적혈구가 공격받지 않도록 하는 장기 작용의 인간화 단일클론 항체다. 보체 시스템은 선천 면역의 일부로, 세균과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PNH 환자는 PIGA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GPI 앵커 단백질이 결핍되어 적혈구 표면에 CD55와 CD59 같은 보체 조절 단백질이 부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적혈구가 자가 보체 시스템에 의해 인식되고 공격받아 만성적인 용혈과 합병증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에피스클리는 혈색소 수치를 안정시키고 PNH의 주요 증상인 용혈을 억제한다. 쉽게 말해, 에피스클리는 오작동하는 보안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2년 유럽혈액학회에서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PNH 환자를 대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에피스클리(SB12)의 유효성, 안전성, 약동학(PK/PD), 면역원성 간 동등성을 입증했다.

또한 지난 9월 유럽소아신장학회(ESPN)에서 에피스클리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의 구조적·물리화학적·생물학적 특성과 비임상적·임상적 동등성에 기반을 둔 종합 근거(Totality of the evidence)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에피스클리는 임상 3상을 진행한 PNH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의약품이 보유한 aHUS 적응증도 외삽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적응증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로서 에피스클리 처방 확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임상 3상 시험에는 LDH(Lactate Dehydrogenase, 젖산 탈수소효소) 수치가 정상 상한 범위의 1.5배 이상인 환자 50명이 참여했다. 이 시험의 1차 유효성 평가지표는 26주차 LDH 수치와 14주차부터 26주차, 40주차부터 52주차까지의 조정된 LDH의 효과곡선 아래 면적(AUEC)으로 설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환자들에게 첫 4주 동안 매주 600mg의 에피스클리 또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투여했다. 5주차에는 900mg을 투여한 후, 유지 기간 동안 2주마다 900mg을 투여했다. 26주차에는 두 제품을 교차 처방해 50주까지 연구를 진행했다. 임상 시험 참여자는 총 50명 환자로 이 중 46명이 최종 임상까지 완료했다.

에피스클리(SB12)와 ECU(솔리리스)의 26주차 LDH 결과. 14~26주·40~52주까지 LDH에 대한 시간 조정 AUEC 결과. 시간 경과에 따른 LDH 프로필.©영국혈액학회(British Society for Haematology) 이제이헴(eJHaem).

임상 3상 결과,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26주차 LDH 수치는 사전 정의된 동등성 범위를 충족했다. 또한 에피스클리와 오리지널(솔리리스, ECU) 간의 LDH 값 차이와 효과곡선 아래 면적 비율(AUEC) 모두 동등성을 입증하는 결과를 보였다.

에피스클리와 오리지널 간 26주차 평균 LDH 값 차이는 34.48로, 사전 정의된 동등성 범위에 포함됐다(95% CI: -47.66 ~ 116.62 U/L). 에피스클리 그룹의 LSM(최소 평균 제곱)은 284.20 U/L, 오리지널 그룹은 249.72 U/L로 나타났다.

또한 에피스클리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조정된 LDH 효과곡선 아래 면적 비율은 1.08로(90% CI: 0.95 ~ 1.23), 사전 정의된 동등성 범위에 들었다. 에피스클리와 오리지널 그룹의 시간 조정된(Time-adjusted) AUEC의 LSM은 각각 279.65와 258.73 U/L로 분석됐다.

2차 유효성 평가지표 중 하나인 임상시험 전체 기간의 LDH 값 또한 두 그룹이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첫 번째 투약 후 LDH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평균 LDH 수치는 3주 후 LDH의 2배 미만을 유지했다. 연구 전반에 걸쳐 LDH 프로필은 두 치료 간 유사한 수준으로 도출됐다.

에피스클리는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치료 후 발생한 이상반응(TEAEs)은 오리지널 68.1%, 에피스클리 72.3%로 유사했다. 특히 에피스클리 처방 환자에게서 발생한 심각한 치료 후 이상반응 3건은 모두 에피스클리 치료와 무관했다. 반면 오리지널 처방 환자에게서 발생한 심각한 치료 후 이상반응 3건 중 2건은 치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에피스클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 글로벌 학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이는 전 세계 환자와 의료진이 에피스클리를 신뢰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컬처, K-팝, K-뷰티, K-푸드…, 이제는 K-바이오다. 70년의 역사를 가진 약업신문은 한국 제약바이오헬스케어의 무한한 가능성(Unlimited Possibilities)을 샅샅이 살펴보는 [레츠고 U.P]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전문기자가 현장 취재를 통해 산업의 최신 동향과 기업의 숨겨진 가치, 미래를 선도할 유망 기술을 심도 있게 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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